질문 42 어미 양이 얼룩얼룩한 나뭇가지 앞에서 새끼를 밴다고 그런 새끼 양이 나올 수 있는가?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가져다가 그것들의 껍질을 벗겨 무늬를 내고 그 껍질 벗긴 가지를 양 떼가 와서 먹는 개천의 물구유에 세워 양 떼를 향하게 하매 그 떼가 물을 먹으러 올 때에 새끼를 배니 가지 앞에서 새끼를 배므로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것을 낳은지라(창 30:37~39)
쥐의 꼬리를 잘라서 교배를 시키면 꼬리 없는 쥐가 나올까? 안 나온다. 아무리 반복해도 꼬리 없는 쥐가 안 생긴다. 왜 그런가?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 개체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거든 어미 양이 새끼를 뺄 때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를 보았다고 그런 색깔이 있는 새끼양이 나왔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내용이야말로 성경이 비과학적 우화집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주석가들도 곤혹스러워한다. 그래서 나무의 껍질을 벗긴 것과 양이 새끼를 밴 것은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단순히 그 당시 함께 발생한 사건에 불과한데 마치 원인과 결과인 것처럼 사후에 그렇게 기록되었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소위 포스트 혹(post hoc)의 사례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얼룩얼룩한 양들의 잉태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본문 자체가 설명한다. 당시 야곱은 14년간 라반을 위해 일하고도 재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라반에게 양 떼 중 아롱진 것, 점 있는 것, 검은 것을 자기 몫으로 하겠다고 제안했다. 라반은 그 제안을 승낙하면서 그러한 양들을 가려내어 자기 아들들에게 맡기고 자기와 야곱의 사이를 사흘 길이 뜨게 하였다. 그 결과 야곱은 남아 있는 순색의 양 떼를 치게 된 것이다. 탐욕스런 라반은 야곱이 제안한 그런 양 떼들이 나올 조건을 철저히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라반은 과학적으로 무지하였다. 그는 멘델의 유전 법칙에 무지하였다. 그는 부모 세대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다음 세대에는 나타날 수 있는 유전 법칙에서의 열성 인자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하에 야곱이 취한 행동이 바로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껍질을 벗겨 무늬를 내고 그것을 물 먹으러 오는 양 떼들이 보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실한 양이 새끼 밸 때에만 놓아 자기 소유가 될 양떼는 실한 것으로 얻고자 하였다. 이러한 행동은 그가 라반과 마찬가지로 유전 법칙을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어쩌면 그는 유전 인자 중퇴행 인자의 존재와 역할을 모른 것은 물론, 어미의 눈으로 보는 것이 새끼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잘못된 미신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유전 법칙상 이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 태아와 모태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고리가 태반과 탯줄인데 거기에는 신경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문이 마치 이런 야곱의 행동으로 색깔 있는 양 떼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있다(창 30:39, 43; 31:7~8). 그러나 다음 장은 이 일의 원인이 어미 양이 나무껍질을 보아서가 아니라 정상적인 숫양과 암양의 수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야곱은 라반의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 양 떼가 새끼 밸 때에 내가 꿈에 눈을 들어 보니 양 떼를 탄 숫양은 다 얼룩무늬 있는 것과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었더라 꿈에 하나님의 사자가 내게 말씀하시기를...네 눈을 들어 보라 양 떼를 탄 숫양은 다 얼룩무늬 있는 것,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니라 라반이 네게 행한 모든 것을 내가 보았노라"(창 31:10~12).
여기서 야곱은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닌 “하나님이 그대들의 아버지의 짐승을 빼앗아 내게 주셨"(창 31:9)고 말한다. 그리고 꿈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 떼들이 수태할 때 숫양들이 색깔있는 양 떼들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야곱이 가지고 있는 양 떼들은 모두 순색의 양 떼들뿐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가지고 있는 순색의 숫양들 중 유전적으로 색깔 인자를 지닌 양들을 통해 그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비과학적인 우화나 또는 초자연적 기적이 아니라 유전 법칙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유전 법칙을 통해 이루신 일이다. 그러므로 창세기 30장 37~43절은 당시 야곱의 이해와 심정을 묘사한 것이며 그 진정한 과정은 창세기 31장 10~12을 통해 설명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