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조은산의 시선]
대선 주막에 강호 고수들이
더운 어느 여름날, 고을 주막에 한 노객이 들어섰다. 자리에 앉은 그는 탁주를 한 사발 들이켜고는 이와 같이 읊는 것이었다.“보수의 맏아들이 잠시 집을 떠나 변방에 머물렀음에 당파는 무파요, 무파는 편파니 내 마음은 아파요. 복당 한번 하기가 참 더럽게도 힘들구나.”말을 마친 그가 깍두기를 집어 우적우적 씹자 주변의 한 식객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홍(洪) 대감 아니시오?”그는 대답 대신 다시 이렇게 읊조렸다.“무무무무(無無無無)는 지지지지(知止止止)라, 없는 것은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요,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쳐야 할 것이로되, 이미 스무 가지가 넘는 의혹이 있거늘 어찌 검증을 하지 않고 윤(尹)과 더불어 대업을 논할 수 있으리오.”
이른바 형조참판 윤의 안개 문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별안간 “그대는 야권의 분열을 도모하는 것이오!”라며 누군가가 일갈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맞은편에서 국밥을 말고 있던 한 사내였던 것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기개를 떨치며 외쳤다. “넘버원, 워니룡!” 그리고 잠시 목청을 가다듬더니 노객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맏아들이건 둘째건 간에 효도만 잘하면 장땡인 것이오. 또한 작금에 이르러 문(文)가의 횡포가 극에 달했으니, 보수의 기치를 왕권 교체의 일념 아래 두어야 온당할 터, 그대는 필경 저들의 이간계에 스스로 걸어가 빠져들 작정인 것이오!”
그러자 발끈한 노객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탁주를 뿜고 안주를 내던지며 대꾸했다.“나는 그런 비겁한 자가 아닌 것이다. 이불리를 따져가며 하는 정치는 과연 도리겠느냐? 바른길이 있다면 그냥 무조건 직진하리!”
“그럼 탈당은 왜 하신 거요?”“아 그건 계모 황(黃) 정승이 날 내쫓아서….”노객의 눈가가 갑자기 촉촉해지더니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형조에 몸담아 깡패들을 때려잡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그러자 어느 유학자풍의 선비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기를, “이분 참 맏아들이라는 표현 좋아하셔”라 하였는데 은근슬쩍 자기 이야기도 곁들이는 것이다.
“이제 율사들의 시대는 끝난 것과 다름없으니, 이 사람 유(劉)로 말할 것 같으면 위스콘신 서양 학당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밀턴 프리드먼과 벼루와 먹을 함께 갈던 사이로….”그때였다. “에헴!” 하는 소리와 함께 주막 입구의 발이 걷히더니 눈이 가늘고 머리가 허옇게 센 어느 양반이 주막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는 대뜸 이렇게 외쳤다.
“주모! 여기 기본 안주 좀 내주시구려!”그의 말에 주모는 겉절이 김치를 내왔는데 그 양반은 김치를 좍좍 찢으며 이렇게 읊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냐마는 공짜 좋아하는 인간들은 널리고 널린 세상이라, 정치인은 돈을 뿌리고 백성은 표를 바치니 이 또한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다. 기본 소득과 기본 주택 그리고 기본 대출로 완성되는 천하삼분책이면 곧 기회는 사라지고 기본이 넘쳐나는 새 세상이 열릴 것이니….”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노객이 가만히 다가가 물었다.“거, 하릴없이 김치는 왜 자꾸 찢고 계신 거요?”
그러자 그가 답하기를,“나는 본래 찢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오. 나는 뭐든지 다 찢을 거요”라 하였으니, 그 말을 들은 좌중의 식객들은 오금이 바싹 저려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한껏 오므리는 것이다.그를 알아본 몇몇 식객들이 겁을 집어먹고 줄행랑을 치며 외쳤다.
“저 자가 바로 욕쟁이 경기 관찰사 이 대감이다!”그러자 정체가 탄로난 게 못마땅했는지 그는 별안간 온갖 욕설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과연 그것은 실로 엄청난 것들이어서 지축이 울리고, 서까래가 내려앉으며, 기둥이 뽑힐 지경이었던지라 그 일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복판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노객이 뚝배기를 들어 그를 겨눴고, 사내는 돌하르방을 휘둘렀으며, 선비는 주판알을 쏘아 날리며 그와 대치하게 되었으니, 마침내 경기 관찰사는 야멸차게 웃으며 이렇게 조롱하는 것이었다.
“역적 동탁과 여포를 토벌하려던 무리가 꼭 너희들과 같았겠구나. 입당조차 안 한 윤(尹)에 그 당은 이미 자중지란, 지리멸렬 아니던가.”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 전광석화처럼 달려오더니 밥 푸던 주걱으로 그의 따귀를 연달아 후려치는 것 아니겠는가! 놀랍게도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주모였던 것이다. 난방열사로 불리는 그녀는 한기를 내뿜으며 읊기 시작했다.
‘끊었던 약 다시 먹는다. 심장약 디곡신. 나에게도 있다. 이 대감과 그 일가 엑스파일.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엑스파일.’이에 경기 관찰사 이 대감은 양볼에 붙은 밥알을 떼 먹으며 홀로 읊조리길, ‘망할 놈의 GTX가 김·용·선이라도 됐으니 참 다행이로다’라 하였으니 훗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들은 함께 모여 이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역적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꽂고, 여포의 방천화극을 땅에 떨어뜨린 건 18로의 제후가 아닌 한 송이 가녀린 꽃, 초선이었다네.”
기자 프로필 / 진인 조은산,국민청원 '시무 7조'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