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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2
상쾌한 공기와 함께 새소리가 라이샤의 방에 들어왔다. 라이샤는 그 소리에 눈을 뜨고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가이샤가 창문을 열고 있었다. 라이샤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잠이 덜 깬 눈으로 가이샤를 바라보았다. 가이샤는
잠이 덜 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보고 한심하단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해가 벌써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이놈아!"
"우웅......"
딱!
"아얏! 아빠 갑자기 때리면 어떻게 해요!"
가이샤는 창 옆에 서 있던 목검으로 라이샤의 머리를 쳤다. 그러자 라이샤는 대뜸 화부터 내고 보았다. 무의
식적으로 아빠란 말이 나왔지만 아직 라이샤는 그가 마이샤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이샤라는 것
을 알아차리자 곧 말을 누그러뜨렸다.
"아...... 아버지였어요?"
"그래, 요놈아! 그런데 그 말투는 네 동생이 깨웠으면 더 퍼질러 자겠단 말이냐?"
가이샤가 실눈으로 라이샤를 바라보자 라이샤는 가이샤를 바라보지 않고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소리는 가이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가이샤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창을 열고는 나이라세나무를
한참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라이샤는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샤의 귀에 새들이 지저귀
는 소리가 때때로 들려왔다.
라이샤는 목검을 가지고 문밖으로 나섰다. 집밖에서는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샤가 밖에서 목검을 휘두르
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이샤는 마법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목검 휘두르기는 가이샤가 억지로 시킨 것이었다. 이
일은 아침 일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안 했다가는 마을 10바퀴를 돌아야 했다.
라이샤도 이 일만 큼은 아침 일과에서 빼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를 했다가 아버지한테 호되게 맞은 적이 있었
다. 라이샤는 뒤뜰 나무 밑으로가서 열심히 목검을 휘둘렀다. 오늘따라 왠지 힘이 더 붙은 것 같았다.
라이샤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뒤에 어제 저녁에 나왔던 나이라세의 정령인 나이라세가 나와있었다. 나이라세
의 영향으로 인해 라이샤의 힘이 약간 더 세진 것이었다.
이것은 나이라세의 능력이었다. 그래서 나이라세와 함께 있으면 약간 힘이 더 세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이라세는 묵묵히 라이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휘두를 때마다 나이라세는 말하며 '어디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바로 잡아주었다. 라이샤는 어디선가 자신을 도와주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 해 주는
줄 알고 말대로 행하였다. 그러자 왠지 힘이 덜 들면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더 강하게 났다. 라이샤는 그 소
리를 듣고 더 신이나 그 방식에 맞춰 힘이 다 빠질 때까지 휘둘렀다. 힘은 다 빠졌지만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
다.
라이샤는 집으로 들어섰다. 집안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앞치마까지 하면서...... 라이샤는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워낙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라이샤는 근육이 발달한 몸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버지를
한 번 바라본 뒤 앞뜰 우물으로 향했다. 우물에는 방금 몸을 씻은 듯 마이샤가 있었다. 마이샤는 우물로 다가
오는 형을 보고 어제 저녁과 같은 웃음을 짓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라이샤는 아직까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바
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라이샤는 우물에서 물을 떠 올렸다. 수도꼭지란 새로운 과학물건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이샤는 귀찮다는
이유로 아직 그것을 설치하지 않았다. 라이샤는 그것에 향상 아쉬워했지만 말을 하지는 못 했다. 말을 하면 아
마 마을을 20바퀴는 돌아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달겠지. 그냥 보면 소수의 희생이지만 마을 20바
퀴란 그들에게 죽으라는 소리와 같았다.
라이샤는 우물물을 퍼 놓고 웃옷을 벗었다. 그는 약간 아쉬웠다. 마이샤가 와서 등목이라도 해주면 좋으련
만...... 그가 문을 애타게 바라보았지만 그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예상한 일이라고 자신을 위로
하며 세수하려고 우물바가지를 바라보았다. 우물바가지는 놀랍게도 공중에 떠 있었다.
그의 귀에 어제 들어본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아이야. 내가 널 도와주마......」
"누, 누구야!"
갑자기 공중에서 들려온 소리에 라이샤는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가족이라도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
만 그의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꽤 뚫어 본 듯이 공중에서 말이 들려왔다.
「이미 우리주위에는 결계가 쳐져 있단다, 아이야......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너를 해칠 마음이 없어......
난 단지 널 도와주려는 것 뿐이란다.....」
"그, 그걸 누가 믿어! 몸도 보이지 않는 녀석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너는 믿을 있겠어!"
「음......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아이야...... 그럼 내 모습을 드러내 주마......」
그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 우물바가지 옆에는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너무나 환해서 눈을 뜨고는
바라볼 수가 없어 라이샤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차츰 환한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환한 빛이 있던 곳에는
자기만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의 등에는 투명한 날개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는 눈
을 뜨며 라이샤에게 말을 했다. 그의 눈은 투명한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게 나의 모습이단다, 아이야...... 이제 날 믿을 수 있겠느냐......?」
"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믿을 수 있겠냐고 믿으면 누, 누가 믿어! 드, 등에는 나, 날개까지 달고서는!"
라이샤는 황당하고 흥분하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원래 그는 말을 더듬지 않았지만 워낙 놀라서 많이 흥분
하고 있었다. 라이샤가 다시 느껴 보니 왠지 그의 말투가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 라이샤의 말에 그것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좋다, 아이야......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다 알려주마...... 나는 너희 집 뒤뜰에 있는 나무 나이라세의 정령인
나이라세란다.......」
"나이...... 라세?"
나이라세라고 밝힌 그의 말을 라이샤는 계속해서 나이라세라는 말을 되뇌이더니 3분정도가 지나자 말을 다시
이었다.
"아! 그 나무!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나이라세라고 할 수 있지? 그 증거를 대봐!"
「......」
"헹! 그것 봐! 무슨 할 말있어?"
「아이야......」
"왜!"
나이라세의 말에 짜증난다는 듯이 답한 라이샤는 팔짐을 지고는 그를 등지고 서 버렸다. 하지만 그의 대도에
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나이라세는 말을 이었다.
「네가 정말 그 총명한 가이샤의 아들인지 의심이 가는구나, 아이야......」
"총명? 우리 아버지가? 그런데 내가 왜 우리 아버지의 아들인지 의심이 간다는 거지?"
「그건 뻔하지 않느냐, 아이야...... 나무 이름하나 생각해 내는데 시간이 3분이냐 걸리는 거냐, 아이야......」
"그, 그거야......"
한심하다는 나이라세의 말에 라이샤는 자존심이 상하는 걸 느꼈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은 나무 이름하나를 기
억하는데 3분 이상이 걸린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그는 반박을 하지는 못했다. 그의 표정을 보고 나이라세
는 말을 이었다.
「총명한 거 빼고는 다 닮은 듯 하구나, 아이야...... 그 세울 필요도 없는 자존심도......」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우리 아버지에 대해 그리 자세히 알지요?"
「그거야 내가 나이라세이니까 그러지 않겠니 아이야......?」
온화한 웃음까지 지으며 말하는 나이라세의 얼굴을 보자 라이샤는 자신의 마음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
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다시 가다듬기 시작했다.
'저런 허위에 불과한 웃음에 속으면 안 된다, 라이샤...... 정신을 차려야 해! 저런 허여물그먼 한 녀석의 사탕
발림에 속으면 안돼!'
「흐음, 내가 허여물그먼 하다고 아이야......? 그리고 나의 사탕발림이라니......? 이건 사실일 뿐이다...... 그리고
이 웃음은 온화해 보이느냐......? 하도 오랜만에 해봐서 그러는데......?」
갑자기 수다스러워진 그와 아까의 그를 비교해 보았다. 성격이 180도 변한 것을 느끼고 말을 하려 했을 때
나이라세가 먼저 말을 했다.
「그리고 말이다. 넌 가이샤의 옛날 모습과 어떻게 그리 닮을 수 있니? 아까 목검 휘두르는 것도 그렇고 말
이야. 너도 자질은 가이샤와 비교해서 비슷하지만 너의 마음에는 별로 하고 싶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봐
서 넌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하기 싫어하는 모양이지?」
그 특유의 웅웅 울리는 소리도 나지 않고 완전히 수다떠는 여자아이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
까진 존댓말을 썼는데도 지금은 막 말을 하고 있었다. 라이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해 죽은 사람의 혼이 들어
왔나 싶어 하늘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이라세는 계속 수다를 떨었다.
'왜 내가 이런 허여물그먼한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
「왜냐고? 그거야 넌 가이샤의 아들이니까. 가이샤도 네 나이쯤에 나와 만났으니까.」
자기의 생각을 나이라세가 읽자 라이샤는 놀라 소리쳤다.
"어, 어떻게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지?"
당연하다는 듯이 나이라세가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난 오래 살았고 넌 퍼라스 집안의 후손이잖아. 얼굴표정이나 모습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말도 안돼!"
라이샤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고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라이샤가 무시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나를 무시하려고? 그건 안 돼지.자 내가 등목해 줄게 엎드려.」
"......"
묵묵히 세수하려던 라이샤는 우물바가지가 나이라세의 손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아무말 없이 그의
손에 있던 바가지를 뺏았았다. 아니, 뺏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우물바가지
는 라이샤머리 위에 떠 있었다. 나이라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엎드리기 싫다면 그냥 붓지 뭐.」
그가 이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까닥 내리자 우물바가지는 옷 입고 서 있는 라이샤머리에 쏟아 부어졌다.
"으허 으허허헛!"
그는 너무 시원해서 그렇게 소리치고 말았다. 그 소리를 나이라세가 듣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음헐헐헐헐!」
"뭐가 그렇게 웃겨...! 엣취! 훌쩍. 네 녀석이... 엣취! 훌쩍. 그러지 않았으면... 엣취! 후울쩍. 내가 이렇게... 엣
취! 후울쩍. 감기에 걸리지 않았잖아... 에엣취! 후울울쩌억."
「킥킥. 정말 훌쩍 소리 크게 한다.」
"시끄... 엣취! 훌쩍. 러워...! 엣취! 으-, 추워."
이미 땀이 다 식어버린 후였기에 라이샤는 계속해서 기침을 해댔다. 라이샤는 연신 기침을 해 대면서도 나이
라세를 노려보았다. 나이라세는 그런 라이샤의 모습이 더 웃기다는 듯이 계속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기침을
하던 라이샤는 갑자기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이라세는 두 손을 라이샤에게 향하게 하고는 뭐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라이샤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볼려고 노력했지만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라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라이샤의 훌쩍대는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몸이 점점 따뜻해지더니 이제는 더워 졌다. 더
워지자 라이샤는 우물바가지로 물을 퍼 올렸다. 우물에서 바가지가 거의 나올 때쯤 되자 힘도 주지 않는데 바
가지가 올라왔다. 계속 떠오르더니 또 라이샤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라이샤는 또 당할까 두려워 옆으로 슬쩍
피했다. 그래도 우물바가지는 라이샤의 머리 위에 떠올라 따라다녔다. 라이샤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게 뭐야! 지금 나와 장난치자는 거야? 이 바가지 치우지 못해?"
「......」
라이샤의 호통에도 여전히 실실 웃으며 라이샤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에 라이샤는 더 화가 나서 나이라
세를 한 대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그의 몸을 지나쳤을 뿐이었다. 라이샤의 모습을 보고 있던 나이
라세는 이제 미소를 지으며 웃는 것이 아니라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하하! 내가 너에게 맞을 거 같으면 이렇게 약 올리지도 않았다. 푸흐흠헐헐헐!」
"이...... 이런 나쁜 녀석! 때릴 수만 있으면 너의 그 버릇을 고쳐줄 텐데! 으-."
라이샤는 이를 갈며 여전히 주먹도 날리며 나이라세의 욕을 해 대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맞지 않았다. 결
계가 쳐져 있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그 결계를 뚫고 들어왔으므로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몸에
선 땀이 비오듯 흘렀다. 그가 얼굴을 벌겋게 하고 맞지도 않는 주먹을 휘두르자 그는 이제 배를 잡고 뒤집어
져 웃었다.
라이샤는 곧 체력을 다하고 헉헉댔다. 하지만 끝까지 주먹을 그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여전히 웃으며 라이샤
를 교만하게 바라보는 나이라세의 얼굴은 노예를 부려먹는 악독 지주의 그림을 풍자한 것 같았다. 나이라세는
여전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만 하고 엎드려.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웃기지 않아. 어서.」
그가 말하기도 전에 라이샤는 이미 엎드리고 있었다. 나이라세는 웃으며 그의 등에 떠놓은 물을 부었다. 떠놓
은 지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물은 차가웠다. 나이라세는 바가지가 어디서 나왔는지 쉴 새 없이 물을 부었다. 라
이샤는 시원함을 느끼면서 굴욕감도 느꼈다.
'정령만 아니라면 그 잘난 면상에다가 주먹을 날리고 싶어.'
나이라세는 이런 라이샤의 생각마저 읽고 말했다.
「내가 인간이라도 넌 내 면상에다 대고 주먹을 날릴 순 없을 거야. 그전에 네가 먼저 쓰러지고 말테니까. 그
리고 등목 끝났으니 어서 일어나.」
쉴 새 없이 퍼 붓던 물은 이미 멈추어져 있었다. 라이샤는 일어섰다.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는데 물을 된통 맞
고는 힘이 다시 되돌아온 것 같았다. 라이샤는 힘이 없는 척 일어났다.
「어? 힘이 돌아왔을 텐데 왜 그리 흐물흐물 거리지?」
라이샤의 눈에 빛이 나며 말했다.
"내 힘은 이미 돌아왔어!"
그렇게 외치며 라이샤는 나이라세의 얼굴에다 주먹을 내다 꽂았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맞았다는 느낌이 라이샤에게 전해져 왔다.
그런데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보다 더 아팠다.
"아악!"
「하하하!」
라이샤의 비명소리와 함께 나이라세의 웃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라이샤의 주먹은 나이라세가 들고있는
돌덩어리에 꽂혀 있었다. 라이샤의 손은 뻘겋게 변했었고 나이라세가 가진 돌덩어리는 금이 쫘작 났다. 나이라
세는 끝까지 라이샤를 놀려먹은 것이었다. 라이샤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다시 당할 것 같아 다시 때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하하, 이제 정신 좀 차렸느냐! 이제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는 말아라. 그리고...... 그렇게 당했는데도 덤
벼들어야 하느냐? 다음엔 마음도 좀 다스리고 그러려무나.」
나이라세의 머리로 보이는 물체뒤로 굵은 땀방울로 보이는 물체가 지나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무식한
힘에 나이라세가 순간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이르는 투로 나이라세가 말해서 라이샤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지만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라이샤는 그를 외면한 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제 그만 하시죠. 저도 장난은 싫습니다. 저에게 찾아온 용건이 무엇이지요?"
어울리지 않게 존댓말까지 써가며 인상은 잔뜩 찡그리고 말하는라이샤가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나이
라세는 한동안 라이샤를 바라보았다.
라이샤는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나이라세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마이샤에게 느낀 그 느낌이었다. 밉게만 보이던 나이라세가 갑자기 절친한 친구같이 느껴졌다.
나이라세는 예전의 그 웅웅 울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돌아가야겠다. 늙으니 기력까지 떨어져서 말이야......」
늙었다는 이야기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20대이고 몸은 어린아이같이 여린고 투명한 눈빛이
도저히 늙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이라세는 고개를 들어 나무 나이라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가지고 있는 신념대로 행하거라...... 그러면 넌 어디서든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럼 다음에 보기로 하고, 안녀엉......」
나이라세는 환하게 빛나더니 곧 사라져 버렸다. 라이샤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한
참동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샤는 집안에서 나오다가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형을 보았다. 귀신에 홀린 사람같이 서 있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형, 여기서 뭐하는 거야?"
"......"
여전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라이샤를 보고있자니 마이샤는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형!"
"......"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 말이 없자 그는 돌아서며 말했다.
"빨리 안 오면 밥은 없을 꺼야."
"뭐? 밥?"
그는 정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그는 몸을 돌려 마이샤에게 말했다.
"야! 너 혼자 다 먹으면 가만 안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