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김은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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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은 송아지의 입을 벌리고 숨을 불어넣고 있다 막 태어나 숨을 거둔 송아지의 젖은 몸에 어미가 울음을 쏟아낸다
죽음이 뜨거운 발목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어미는 혓바닥으로 축 늘어진 새끼의 바깥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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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에 걸린 새의 날갯죽지
얼음에 갇힌 나뭇잎
차갑게 빛나는 눈이 눈동자 가득 박혔다
구름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 북향의 방에서 나는 축축한 손으로 눈을 비비고 일어나지 발목 없는 발목으로 닫힌 문을 열고 나가지
거울 속에서 밖을 보는 눈동자들, 작은 새알 같군 둥지에 모여서 온종일 벽을 보고 있군 오래된 벽처럼 금이 간 눈동자는 곧 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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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이 열리면 돌멩이가 굴러떨어질까
웅크렸던 새가 튀어 오를까
등 돌린 말들은 굳어 버리기 십상이지
손바닥에 바코드를 찍고 돌아서는
너는 낯이 익고 낯설지
냉정과 다정이 쭈뼛한 자세로 손을 내밀듯 우리는
입에 자갈을 물고 편의점에서 마주친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빛을 들이켜 목을 축이고 싶군
투명 플라스틱 컵으로 미끄러지는 얼굴은
다른 숫자의 배열처럼 되풀이되고
출입불가 구역 깊은 안쪽에 너의 바깥은 자라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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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벌레라고 부르고 출구 없는 순환선에서 빙빙 돈다 옆으로 연결된 어깨들은 자주 고꾸라진다
카페 옆에 카페, 편의점 맞은편 편의점, 네 옆자리를 내가 비집을 때 살아남고 싶은 눈동자로 쏟아지는 검은 벌레들
달리는 차에 계속 차이는 신발 한 짝을 몇 번이나 뒤돌아보았어
헬멧 조각이 떨어진 사거리 신호등 앞에도 유령들은 서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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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날마다 상영된다 극장 안은 컴컴하고
헐렁한 옷을 입은 느낌이야 그늘을 푹푹 떠먹는 눈동자와 의자에 박혀 있는 뒤통수들
아버지는 여전히 인공호흡을 하고 나는 몸에 휘감긴 흰 그늘 자락을 끌며 꿈의 바깥을 걷는다
구름 가장자리엔 검은 운동화가 걸려 있다
ㅡ《문장 웹진 콤마》(2024,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