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희(1973-)는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나온 재원이다. 최근에 <훈민정음 암살사건>이라는 소설을 간행하였다. 출판사는 랜덤하우스이다. 2006년 7월 3일에 초판 찍고 2007년 1월 24일에 6쇄를 찍었으니 베스트셀러인 셈이다.
소설 서문에 "한국고서연구회 김시한 명예회장님, 송문호 선생님, 허철회 선생님, 김명호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분들의 문화재를 그리고 역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셨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빛을 보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적혀 있다.
나는 우연히 소설코너에서 신간 서적을 보다가 발굴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소설이 나오기전에 소설가 김재희 양은 한국고서연구회에 참석하여 정기학술발표회를 듣고 고서에 관심이 많다며 신입회원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훈민정음 해례 원본의 발굴 경위를 알려 달라기에 회원들과 저녁 식사가 끝나고 2차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다과와 안주를 곁들인 시간에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대학 국문과에서 강의하면서 1940년 7월에 경북 안동에서 발굴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도 고조되어 있던 때인지라 자신있게 설명해 주었다. 문화재수집가 전형필 씨가 세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훈민정음 원본은 화제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그녀는 그 당시에는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의 입장에서 훈민정음에 대한 소설거리를 찾기 위해 고서연구회를 방문한 것이었다. 송문호 회원의 안내로 왔다고 했다. 그녀의 주소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이었는데 전화연결이 잘 안되는 실정이었다.
소설 속에 허인중이라는 교수가 등장하는데 그가 나와 성씨가 같고 비슷한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을 자아내기에 알맞다. 그리고 연세대 사학과 서민영 교수도 등장한다. 349면에서 허인중 교수가 새로 발굴한 훈민정음 원류본을 레이저 포인트로 설명을 하면서 해독해 나가고 있다. 근본적인 물음인 훈민정음이 진정 세종대왕이 만든 문자인가를 풀이해 내고 있다. 고조선시대의 가림토문자와 훈민정음 사이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가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 신봉승은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추적하는 이색적인 현대소설이면서도 역사적인 사실과 픽션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있다. 치밀한 구성이 빚어내는 서스펜스와 숨가쁜 반전으로 한글 창제에 담겨진 세종시대의 비밀은 오늘의 세계와 교감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맛보게 한다"고 서평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 훈민정음 암살사건이 나오고 나서 2년 뒤인2008년 7월에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구잠리 배익기 씨댁에서는 새로운 훈민정음 해례(1446년)이 발굴된다. 지금 훈민정음 해례가 불행하게도 법정 소송으로 진행되어 피고와 원고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돈이 된다는 생각에서 골동을 취급하는 분들이 서로 다투고 있는 딱한 현실이 목불인견이다. 원고 조용훈은 피고 배익기에게 자신의 고서점에서 훔친 물건이므로 자신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피고인 배익기는 30만원을 주고 한 박스를 사서 가지고 간 적은 있으나 훈민정음은 그 속에 들어있지 않았으며 덤으로 훔쳐갔다는 논리는 틀린 소리라고 한다. 그 고서는 본인의 자택에서 나온 책이지 절대로 고서점에서 가지고 온 책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도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소설감이 되고도 남는다. 김재희 소설가는 훈민정음에 관심을 더욱 가져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소설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상주본 훈민정음 해레본이 발굴되고 나서 경상북도 상주시가 내 고향이고 하여 고향에 대한 관심과 국문학에 대한 의무감으로 <새로 발굴한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한국고서연구회에서 2008년 10월 9일 한글날 발표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훈민정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서 단행본을 한 권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