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천사 성 가브리엘
어떤 전례서에는 성 미카엘과 성 가브리엘 두 대천사를 천상의 귀공자이며 용맹한 투사로서, 그리고 천상 군단의 지휘관이요 천사들의 우두머리이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시종이요, 우리 인간을 지켜 주는 수호자이며 안내자로서 칭송하고 있다.
성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구세주를 잉태하게 되리라는 소식을 전한 대천사이다. 그는 성삼위께서 마리아에게 보내시는 인사를 전달하였고, 삼위일체의 신비를 처음으로 인간에게 알려 주었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내려오신다는 사실과 성모님의 원죄 없는 잉태를 선포하여 묵주기도의 첫 번째 신비를 밝혀 주었다.
미카엘 대천사가 유다 민족을 돌보았다는 사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가브리엘 대천사의 경우에는 회교도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회교도들은 그들에게 신앙을 전해 준 분이 가브리엘 대천사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비록 근거는 없지만, 그에 대한 회교도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며, 가브리엘 대천사 역시 적절한 방법으로 그들의 관심에 보답하려고 힘쓸 것이 분명한 일이다. 그 방법이란, 자신이 수호하는 그리스도교의 계시를 회교도들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분 혼자의 힘만으로는 회교도들의 회두를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 인간이 그 역할의 일부를 맡아서 가브리엘 대천사를 도와야 한다.
회교 경전 코란(Koran)에는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두드러지게 눈에 뜨일 정도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계시며, 복음서와 거의 같게 설명되어 있으나, 다만 그 두 분께서 맡으신 역할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성모님께서는 회교도들에게 당신 자신들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밝히실 수 있도록 누군가가 와서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레지오는 이와 같은 일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고, 또한 회교도들이 레지오 단원들을 따뜻이 받아들이고 있음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코란의 가르침에는 우리가 나서서 덧붙여 설명해 주어야 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이 들어 있다.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의 합동 축일은 9월 29일 이다.
"성경은 가장 높은 품의 천사 한 분이 인간의 눈에 띄는 모습으로 파견되어 마리아께 강생의 신비를 알려주는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천사가 마리아께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리라고 아뢴 것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어 모든 천사들 위에 군림하는 권한과 힘과 지배권을 가지시기 때문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 '하늘의 모후' (Ad Coeli Reginam)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의 고귀한 임무를 알리는 최초의 하늘나라 사신이었다.' 고 말했다. 성 가브리엘은 하느님을 위해서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나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의 수호자로 공경받고 있다. 그분이 하느님의 말씀을 마리아께 전달하는 순간, 마리아는 온 인류를 대표하였고, 가브리엘 대천사는 모든 천사들을 대표하였다. 세상 끝날 때까지 우리 영혼 안에 영감을 불어 넣어 줄 이 두 분의 대화로 하늘과 새로운 땅을 일으켜 세우는 조약이 맺어졌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의 말씀을 마리아께 전한 그 천사는 얼마나 훌륭한 분인가! 그가 단지 수동적인 전달자의 역할을 맡은 분이라고 과소평가한다면 잘못된 일이 아닌가! 성 가브리엘은 모든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으므로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도록 가능한 근거를 여러모로 제시해 드렸으며, 또한 하느님의 대변인으로서 마리아의 질문에 공손한 태도로 충실히 답변했다. 이렇게 하여 성 가브리엘과 성모님의 만남에서 창조 사업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하와가 완전히 허물어뜨린 것을 새로운 하와가 와서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천사들을 포함하는 그리스도 신비체의 머리이신 주님은 새로운 아담으로서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배반한 천사들 때문에 더럽혀진 모든 천사들의 명예까지도 회복시켜 주셨다." (미카엘 오캐롤 신부 / Dr. Michael O'Carroll C.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