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새로운 테마의 추천 도서를 연재합니다. 책의 선정과 자료 제공을 협조해 주실 한뫼도서관 박정은 사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느덧 12월, 들국화의 노랫말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또 돌아온다. 다행이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바람은 더욱 차가워지는 계절, 크리스마스마저 없었다면 겨울은 얼마나 더 쓸쓸했겠는가. 올해엔 책과 함께하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려보면 어떨까. 서로 다른 빛을 내는 성탄 트리의 징글벨처럼 각각 다른 개성을 발하는 책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한 산타클로스의 선물상자를 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보자. 산타클로스 자서전 산타클로스 말하고, 제프 긴 받아적고, 노은정 옮겨쓰다 / 사이 언제부터인가 아기 예수를 제치고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자리에 등극한 산타클로스. 동심과 나눔의 상징이라는 지지과 상업주의에 물든 크리스마의 아이콘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날로 명성을 더 해 가는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대체 뭘까?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것도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자서전을 통해서 말이다. 제프 긴과 산타클로스의 목소리가 차례대로 실려 있는 책의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떤 의도와 색깔로 전개될지가 명확해진다. 신문사 기자인 제프 긴은 어느 날 낯선 이의 손에 이끌려 북극으로 가서 산타클로스를 만나게 된다. 산타클로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글로 써 줄 사람을 찾다가 제프 긴을 적임자로 점찍어서 초청했다는 것이다. 본문을 읽어보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매력적인 도입이다. 책을 쓴 이의 흥미로운 글솜씨(본인은 받아 적었다고 끝까지 능청을 떨지만^^) 덕분에 산타클로스의 전설과 유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 받는 진정한 의미, 캐롤의 탄생 이야기, 빨간 코의 순록 루돌프와 썰매, 그리고 시대를 따라 변모해 온 크리스마스 문화의 변천사 등을 흥미롭게 엿들을 수 있다. 신비주의 전략의 원조격인 산타클로스가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려고 결심한 이유를 “너무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 온 나에 관한 몇 가지 의문들을 말끔히 정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산타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환상과 마법의 영역을 받아들여줄 것을 요청한다. 크리스마스의 진짜 마법은 “받기보다는 베푸는 데에 가장 큰 기쁨이 있다”라는 사실을 역설하면서 말이다. 한 권쯤 소장하고 천천히 읽어도 좋겠다. 매 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이런 저런 자리에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펼칠 수 있을테니까.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작. 김정식 옮김 / 열린책들 |  | | |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 소설가인 주인공은 우연히 시가 가게에서 일하는 오기 렌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오기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정리한 앨범을 주인공에게 보여 준다. 거기에는 그가 12년동안 매일같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은 4천여장의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주인공은 오기의 작업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꽝스럽고 어이없는 짓이라 생각하며, 반복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찬 앨범을 넘긴다. 그런 주인공에게 오기 렌이 말한다. “너무 빨리 보고 있어. 천천히 봐야 이해가 된다고.” 하는 수 없이 사진 하나 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난다. 매일 동일하고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하루 하루속에서 각자의 삶의 고유한 한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은 비로소 깨닫는다. 오기는 자연과 인간의 ‘시간’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기는 세익스피어의 한 구절을 중얼거린다. “시간은 하찮은 듯한 걸음걸이로 기어간다.” 얼마 후 주인공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크리스마스 아침에 실릴 단편소설을 의뢰받는다. 글의 소재를 잡지 못해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오기 렌이 자신이 사진을 찍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가난한 소년과 눈 먼 할머니에 관한 믿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에피소드 하나를···. 주인공은 혹시 오기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잠시 생각하지만, 이내 의심 따위를 치워버린다.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폴 오스터가 쓴 이 짧은 이야기는 중국계 영화감독 웨인 왕에 의해 <스모크>라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열정적인 시네필들에 의해 작고 개성 있는 예술영화들이 발견되곤 했던 90년대에 <스모크>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대도시 사람들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서로 맞물리며 전개되는 영화는, 담배 연기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낸다. 표제작인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사실 스무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단편이다. 그러나 영화의 인기 덕분에 단편소설도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현대판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책에는 단편소설과 함께 영화 <스모크>, <블루인 더 페이스>의 제작과정과 시나리오가 실려 있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흑백 스틸사진도 넉넉하게 첨부되었다. 폴 오스터와 웨인 왕의 팬이라면 더 없이 반가울 선물세트다. 타샤의 크리스마스
해리 데이비스 작. 공경희 옮김 / 윌북 |  | | |
강림절 리스, 트리를 장식한 방울, 구유속의 아기예수, 만찬,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는 비록 서양에서 건너온 외래 문화지만 우리들의 정서 밑바닥에도 단단한 둥지를 틀었나보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단어들만 나열해도 왠지 모를 설레임이 솟아나는 느낌이 드니까.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며 무뎌진 감성에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촉촉한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마법의 손을 가진 할머니 타샤 튜더를 만나보자. 타샤 튜더는 뛰어난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다. 70여년간 만든 100여권의 작품을 통해 미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낸 작가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만년의 그녀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더 유명해졌다. 버몬트 주 시골에서 홀로 살아가며 19세기 초반의 삶의 방식을 따라 손수 천을 짜고, 치즈와 버터를 만들고, 장작을 때서 음식을 만들고, 40여년간 공을 들여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 항상 부지런한 타샤지만 12월이 되면 더욱 분주해진다. 일년 중 가장 기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손수 그린 강림절 달력을 만들고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아 멋진 선물을 준비하고, 마당에 내린 눈으로 화사한 등불을 만들기도 한다. 토끼와 양과 오리 모양의 진저브레드를 만들어 트리를 장식하고, 전통 방식으로 풍성한 파티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지내는 동물들에게도 특별한 음식을 선물한다. 타샤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 나가는 착한 마법사 같다. 그가 준비하는 크리스마스의 다양한 소품과 장식들은 아름다운 전통을 따르면서도 늘 참신하고 새롭다. 타샤가 보여주는 크리스마스 준비를 굳이 따라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가 정성껏 준비하는 크리스마스를 엿보며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설레임과 환상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일련의 사랑스러운 과정들을 통해 타샤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현명하면서도 간결하다, Take Joy, 기쁨을 누리길! 크리스마스까지 아홉밤
마리 홀 에츠 작. 최리을 옮김 / 비룡소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멕시코 소녀 세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전통 놀이인 포사다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사다는 크리스마스 9일 전부터 시작되는 축제로서 아이들이 매일 밤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속 안에 맛있는 과자들을 가득 채운 피냐타(진흙으로 만든 인형)를 깨뜨리며 즐겁게 어울리는 놀이. 세시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크고 사랑스러운 별 모양의 피냐타를 고르고, 그 속에 맛있는 것들을 채워넣는다. 하지만 정작 포사다가 시작되자 세시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찬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자신의 첫 번째 피냐타를 깨뜨리는게 너무 섭섭했기 때문이다. 세시의 마음을 오빠가 따뜻하게 다독인다. “피냐타는 부수려고 만든거야.” 결국 세시의 피냐타 별도 깨어지지만, 세시는 슬픔을 이겨낼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다. 마음속에서 별 하나를 만들어 하늘에 띄워보낸 것이다. 깨어진 것은 그저 항아리일 뿐, 세시가 빚어 낸 크고 사랑스러운 별은 밤 하늘로 올라가 세시를 비춰준다. 아동용 그림책이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재미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주인공 꼬마를 둘러싼 세상의 일상을 꼼꼼하게 묘사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 때문에 마치 익숙한 이웃들의 생활을 잠시 엿보는 듯 친근하다. 사랑과 소유에 동반되는 상실의 슬픔을 어린 소녀의 순수한 환상을 빌어 이겨내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오리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찬 물에 들어가본다거나, 다양한 모양을 한 피냐타들이 세시에게 말을 걸어오는 장면처럼 독자들을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연필로 쓱쓱 그린 듯 한 자유로운 선 위에 개성 넘치는 색채를 입힌 그림체도 인상적이다.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 수상작. 성탄특선
김애란 작. 제이미 챙 영역 / 아시아 |  | | |
<침이 고인다><두근두근 내 인생>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애란이 묘사하는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일까? 집안 사정이 어려워 오빠와 여동생이 한 방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이십대 남매가 주인공이다. 여동생은 대학때 만난 남자친구와 벌써 네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지만, 매 년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이들 커플에게 낭만과 기쁨의 날이라기보다는 고민과 우울의 날이다. 남들처럼 번듯한 데이트를 할 형편이 못 되는 자신들의 초라함을 적나라하게 실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첫 해에는 여자가 옷이 없어서, 다음 해에는 남자가 돈이 없어서 잠수를 타거나 핑곗거리를 만들었고, 세 번째 해에는 둘이 잠시 헤어져 있는 상태에서 ‘다행히도’ 크리스마스가 지나가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 해, 만난 지 4년 만에 두 사람은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영화를 보고, 조금은 사치스런 저녁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 받았다. 특별할 것 없는 스케줄이었지만, 그저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문제는 밤을 함께 보낼 방을 구하는 일. 두 사람은 빈 방을 찾아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한 칸의 공간을 찾지 못한다. 결국 여자는 밤을 새워 인터넷을 하고 있는 오빠가 있는 자취방으로 돌아오는데···. 작가는 크리스마스가 반드시 축복과 행복의 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집단 최면과 비슷한 가면이 아니냐고 묻고 있는 듯 하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요령 한 번 못 부리고 열심히 살아도 가난과 신분의 불안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라한 현실이 펜으로 그린 세밀화처럼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를 애틋한 연민의 정서로 감싼다. ‘주머니 속 잔돈이 구세군 종소리처럼 경쾌하게 짤랑거린다··· 오늘 밤,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의 아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일년 중 가장 먹먹한 새벽을 만나는 날, 성탄절이다···’와 같은 감각적인 문장들이 단편소설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한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엄선해 국내외 독자에게 소개하는 <바이링궐 에디션>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소설 본문과 영어 번역문이 마주 보며 페이지의 한 쪽씩을 채우고 있다. 책 뒤편에 실린 정애경, 신형철, 이광호, 김연수의 맛깔 나는 해설도 반가운 보너스다. ■ 그 외 추천 도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유아부터.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유미 옮김 / 황금가지 / 영국의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으로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도 만들어져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상의 모든 크리스마스 미셸 투르니에 외. 김석희 옮김 / 황금나침반 / 미셸 투르니에, 나보코프는 물론 미국, 영국, 일본,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의 유명작가가 쓴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모았다. 어린 양들의 성야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스미디어 / 크리스마스이브, 한 여자의 자살 사건과 그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선물꾸러미로부터 시작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지음. 최수민 옮김 / 북앤북스 / 세계적인 대중소설 작가 ‘존 그리샴’이 그려낸 현대판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휴전 존 패트릭 루이스 글. 게리 켈리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1차 세계 대전 중이었던 1914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감동적이다. 초등학생부터. 크리스마스 1초전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동네 / 영국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의 캐럴』에 비견되는 프랑스 작가 로맹 사르두의 작품으로 가난한 고아 소년이 배불뚝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기상천외하고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 대소동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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