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신나는 전투씬을 직접 보기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벼르던 강남역으로 달려갔지요
(아직도 어린 탓인가? ㅎㅎ)
잠원동집에서 걸어서 20분,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새벽공기가 내 뺨을 스치네요
뒷골목까지 지키고 있는 통제요원들을 피해 한 상가건물로 진입,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오르려 했으나 성형병원이 있는 맨 윗층 문이 열리자 애석하게도 육중한 셔터가 앞을 막고 있군요
다시 1층으로 가 다른 루트를 뚫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열리는 문앞에 웬 거구의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서있네요 CCTv로 내가 침입한걸 보고 지켜서 기다리고 있던 거랍니다
"당신 여기 왜 들어왔소? 무단침입인거 몰라요?" 난 갑작스런 상황에 난감해져 답이 궁했지요
"아, 예~~, 촬영이 좀 있어서...... 여기 상가건물 아닌가요?"
"상가건물이면 막 들어와도 되는거요? 당신 당장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
"아~예, 미안합니다"
난 그저 미안하달 수 밖에, 정중히 사과를 하고 들어왔던 뒷문으로 다시 나가려하자 그쪽으로 가지말고
앞문으로 나가라고 안내해주데요 그런데 문을 막 나서는순간 난 쾌재를 부르고 말았습니다
바로 눈앞에 촬영현장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 관리인이 일부러 배려해준거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네요
난 행여 또 현장에서 추방(?)당할까봐 급히 눈에 띄는 인근 커피숍건물로 뛰어 들어갔지요
막상 카피숍에 들어서니 어린 꼬맹이들이 거기서 밤을 새웠는지 꾀재재한 얼굴로 진을 치고 있고
아직도 탁자에 엎어져 자고있는 친구도 있네요 그 꼬맹이들 속에 나도 ㅎㅎ
도로변 창가는 다행이 막혀있지가 않아 촬영하기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난 카메라배낭으로 자리를 찜해두고 쌀쌀한 창가를 피해 실내로 들어와 고구마라떼 한잔으로 허기를 때우며
촬영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지요 지루한 몇시간이 지나고서야 술렁이는 분위기에 나도 창가로 이동했습니다
새벽 4시부터 통제하더니 10시가 넘어서야 보게되나 봅니다
현장을 내려다보니 엑스트라역을 맡은 사람들인지 한 무리가 행인처럼 거리에 늘어서있고 10여대의 승용차도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네요
이윽고 촬영차가 나타나자 주위의 꼬맹이들은 신이나서 들뜨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그뿐 1시간여를 지켜봐도
기다리던 영웅들은 니타나지 않고 엑스트라차들만 전진과 후진을 되풀이 하고 간혹 그 차량들 사이로
오토바이 한대가 질주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당연 기대가 급실망으로 반전~~
그제서야 깨달은건 내가 너무 순진하게 기대가 컷구나 하는거였죠
이시대의 영웅은 영화속에서나 존재한다는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네요
가슴 뛰는 액션장면은 모두 이렇게 찍은 배경화면에 CG작업으로 입히는 거였습니다
인간은 역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배워야 사나 봅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아침겸 점심을 때우면서도 내 머리속은 오늘 사서한 고생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강남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보기드문 광경을 기록해 남기는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요?
또 한편으론 헐리우드 영화 한편에 이렇게 한 나라의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들썩일만큼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궁금해 집니다 제발 대한민국이 국제호구 취급을 안받았으면 좋겠는데ㅡ
만일 우리 영화사가 촬영협조를 요청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서울 곳곳이 워낙 제약이 많아서 스틸 한컷 찍기도 힘드는데 이젠 목에 힘주지 않고
되는방향으로 적극 검토해 주겠지요?
- 참으로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르다 -
첫댓글 ㅎㅎ
고생 많으셨어요
참
허탈하시죠
그래도 좋은영화로 다가올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