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살던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은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은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성태산까지 나의 소유가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의 영주가 되었다
첫댓글 좋습니다
다 가진 그 기분
천하를 얻은 느낌으로
사는 그 기분.
저도 그러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
오서산 향이 시댁동네이자 제 고향 가깝네요 아버님 산소도 오서산 정면 보이는 곳입니다 생전에 원하시던 친정 가장 큰산을 밭으로 만든곳...감사합니다 처음 접하는 글입니다
5년 전에 보령해변시인학교를
갔었는데 거기서 공시인 강의를 들었죠.
보령에서 자기 고향이 가깝다더군요. ^^
@고메(창원) 보령 좋은곳 입니다 대천.원산도 바다도 있구요 고메 충청도 와 보셨군요 우리 33살 아들 고향인 창원만큼 좋은곳 입니다^^
@향이(천안)
보령,서천, 천안도 가끔 갔었죠.
그쪽에 지인들이 많아요.
특히 천안에
산토끼는 왜 사라졌을까요
옛날엔 흔했는데 말입니다
저는 몇년전 소백산 능선에서 비에 맞은 산토끼 딱 한번 봤습니다
아~
그 귀한 산토끼를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담장을 허물고
마음. 부자가 되었네요
잘 읽고갑니다
아무나 마음 부자를 느끼지는 못하죠.
수준이 되는 분만 알겠죠.
유진이님처럼ᆢ
햐..
정말 마음먹은데로 생각하니
안될것이 하나도 없네요.
이 세상이 바로 내것이지요..ㅎ
천상천하유아독존~
어릴 땐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ᆢ ㅠㅠ
나자신이 쌓아올린 담장도 하나씩 허물어야하는데... 좋은글 고맙습니다
그게 인생이겠지요.
쌓고 허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인생ᆢ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