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의 미학(美學)
홍 미 숙
나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싫다. 완벽한 사람은 가까이 하기가 왠지 부담스럽다. 어딘가 조금은 허술한 사람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사람도 안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구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것이지 속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부족함이 있어야 겸손할 줄도 알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부족함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도 내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부족함이 있어도 실망할일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건강에 부족함이 있으면 건강한 사람보다 병원을 자주 찾아 건강 체크를 하게 될 것이니, 큰 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매사에 한 박자 느린 사람은 빠른 사람보다 부지런하게 행동하려 할 것이고,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가 나쁘면 몇 배 더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니 손해 볼 게 없다. 부족함은 이렇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길러준다.
부족함이 있어야 삶에 의욕이 살아난다.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사람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부족함이 많은데 그 부족함을 자신이 모르고 살아가는 게 문제다.
부족함은 될 수 있으면 일찍 발견하는 게 좋다. 나이 들어서 발견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젊었을 때 발견해야 살면서 고생을 덜 할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부족함을 본인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본인이 찾아내지 못하면 평생 부족함을 채울 수 없다. 부족함이 있음을 깨닫고, 그 뒤부터 채워가도록 노력하면 훗날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부족함이 많은 것은 앞으로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과 같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족함에 대하여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부족함은 결코 흉이 아니다. 부족함이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불쌍하지, 그것을 알고 극복하려 애쓰는 사람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다.
나도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기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나의 부족함을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아는 게 많아야 부족함도 잘 찾아낼 텐데, 세월이 흐를수록 모르는 것만 늘어가니 걱정이다. 욕심을 버린다 해도 만족스런 나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이 들면서 부족함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쉽게 채워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다. 알고 있는 부족함을 어느 정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부족함이 나에게 찾아들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나의 부족함이 내 삶에 활력소가 되어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그러니 나의 부족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살아간다. 요즘은 민속학과 조선역사, 동양문화사 강의를 듣고 있다. 아울러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아마 나에게 부족함이 없으면 살아가는 재미도 못 느낄 것이다. 나의 부족함이 나를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 나는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꼭 노력한 만큼을 얻는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 흔히 성공한 사람을 두고 운이 좋아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피땀 흘린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천재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발명왕 에디슨의 말도 있지 않은가? 에디슨 역시 3,400권이나 되는 메모노트를 썼기에 이런 명언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테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명을 하여 발명왕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1,093개의 특허를 얻어낸 발명왕이다.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 에디슨이다.
에디슨뿐만 아니라 누구나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이 세상에 없다. 노력이 결국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부족함에 대해 크게 걱정을 안 한다. 나의 부족함이 언제나 나를 노력의 길로 안내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나는 나의 부족함에 고마움을 갖는다. 부족함은 결코 삶에 걸림돌이 아니다. 삶을 이끄는 힘이 될 뿐이다. 그러니 나의 부족함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조금 부족할 때가 가장 행복할 때라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할 수 있어서다.
약력: 1959년 경기 화성출생, 1995년 『창작수필』에 「어머니의 손」으로 등단.
작품집: 수필집으로 『그린벨트 안의 여자』, 『추억이 그리운 날에는 기차를 타고 싶다』, 『마중 나온 행복』, 『작은 꽃이 희망을 피운다』, 『희망이 행복에게』, 『나에게 주는 선물』, 『웃음꽃 피다』가 있으며, 역사서로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의 여인들』, 『사도,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조선이 버린 왕비들』등이 있음.
수상: 2008년 안양을 빛낸 여성상 수상.
현재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국정교과서에 이어 2013년부터 검인정교과서(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작품 「신호등」이 수록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