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까페가 건물의 1층이나 2층에서 여러 상점사이에 끼어 틈새에서 풍기는 어떤 여유를 만들어내는 도시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시골의 까페는 한적함과 주변환경에 잘 어우르는 아늑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의 까페들은 조금 다르다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무래도 제주라는 섬만이 지닌 톡특한 환경때문일 겁니다. 위치에 따라 아늑함은 더해지기도 하고 확 트인 곳에서는 어떤 자유로움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구요. 때로는 산속에 안겨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화가 있기도 합니다.
유수암에 위치한 까페 테라는 그런 면에서 조화로운 까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산간의 아늑함 속에서 바다를 멀리 볼 수 있는 매력이란 쉽게 만들 수 없는 그런 것이죠. 아쉽게도 찾아갔을 때엔 흐린 날씨에 바다가 보이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테라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평화로를 타고 유수암을 지나다 보면 산쪽으로 바로 보이니 말입니다.
이 까페의 조경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주변과도 잘 어울리고 높은 나무를 이용하여 아늑함을 최대한으로 살렸습니다.
까페를 운영하시는 주인장님의 아버님께서 정원조경을 하셨다고 합니다. 한쪽의 잔디밭과 그 중간을 흐르는 개울물, 그리고 높은 나무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을 놓게 하죠.
운영시간을 확인하시구요. 하지만 제주까페들의 특징... 대체적으로 영업시간을 지키려 하긴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주인장 사정에 따라 문닫는 시간이 당겨지기도 합니다. 손님들이 대부분 낮시간에 다녀가고 저녁시간에 뜸해서이기도 하지만, 요즘 제주까페 주인장님들, 번개모임에 좀 빠져들 계시죠.^^
내부공간의 절반은 도예전시공간입니다. 도예는 어머님께서 하신다구요.
나머지 반은 까페공간이구요. 벽난로가 있어 겨울엔 더욱 좋을 듯 합니다.
도예전시 공간으로 한번 둘러보죠. 도예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서도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도예가만의 손이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어디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배어나죠.
천연염색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다구일까요? 주발일까요?
둘러보다 보면 말 그대로 갤러리안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기분 그대로입니다. 마치 까페공간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듯한 공간 말입니다.
하나의 작은 전시공간이 독립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이 까페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품들을 둘러보고 나면 시야에 까페가 들어옵니다. 마침 주인장께서 드립커피를 내리고 계시는군요.
창가 자리에 앉아있다보면 멀리 유수암이 내려다보입니다. 이날의 사진은 정말 아쉬웠던 것이, 멀리 추자도까지 보이는 바다가 흐린날씨로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시야와 동일한 느낌으로 멀리 추자도가 보이는 데 말이죠. 맑은 날, 직접 확인하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아 방금 전 둘러본 전시공간을 다시한 번 바라봅니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것 역시 도예가의 손에서 작가만의 작품이 나오듯, 내리는 사람만의 커피가 나오죠. 더군다나 로스팅까지 직접 하는 분의 드립은 커피 원두부터 그만의 스타일이 담긴 커피를 만들어내는 깊이가 있습니다. 이 분의 커피는 어떤 스타일이 담겨있을까요?
직접 로스팅을 하다보니 구입한 생두가 한쪽에 전시겸 모아져 있습니다.
커피가 나왔습니다. 갤러리까페 테라의 커피는 약간 강한 로스팅의 특징과 조금은 연한 느낌의 드립스타일입니다. 제가 마신 커피가 브라질 산토스였을 겁니다. 테라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커피였죠. 이 집의 또다른 특징은 사발커피를 판다는 것인데, 커피를 도자사발에 양껏 담아 마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가셔서 확인하시길..
직접 구운 쿠키도 나오구요.
생크림을 곁들인 쵸콜렛 케이크도 먹어보았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맛이 나는 이 케?은 순전히 아이들의 몫이었지요.
유수암에서 또다른 분위기로 아늑한 산 언저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포근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까페입니다. 밖으로는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정원과 안으로는 깊이있는 도예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또한 즐거운 공간이기도 하구요. 커피는 테라만의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 이곳을 들르는 분들 중 가끔 하염없이 자리보전을 해서 주인장님이 조금 난처해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한때 이곳에 영화배우인 유해진씨가 자주 들러 제주 트친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구요. 모든 걸 떠나 이곳은 만족하기에 충분한 공간과 시야와 분위기와 맛을 간직한 까페임에 틀림없습니다. 곧 포스팅할 유수암의 맛집 아루요에서 점심을 먹고 걸어와도 충분한 거리에 있는 이곳 까페에 와서 커피한 잔 하는 것이 한적한 마을 유수암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와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