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0 [점심] 역시 도넛으로는 어렵습니다.

[record]

가끔 점심 같이 하는 옆원장님이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 한 적이 있어

점심에 도넛 같이 드시겠냐 했더니

선약이 있답니다.

그러나 이미 제 입과 뱃속은

도넛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혼자라도 가야 합니다.

도넛을 이것저것 고르고
30% 할인한다는 빙수도 주문합니다.

어느 정도에 배부를지

가늠이 잘 안됩니다.

브래드 피트처럼 폼잡고 먹어봅니다.
브래드 피트처럼 손가락도 쪽쪽 빨아봅니다.
직원이 거듭 포크 준다는 걸 마다합니다.

이병헌도 떠올리며 먹어봅니다.
하얀 가루가 입술에 묻어도 멋질 거란 생각에 빠져듭니다.

또다시 '빈축'의 고사가 생각나며 위축되려 하다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릴 때 할머니께 잘생겼다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외할머니께도 잘생겼다고 많이 들었습니다.

'삼인성호'라 했는데

어머니만 말씀해주셨으면 되는데 안타깝습니다.

아들이 얼굴만 믿고 노력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참으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네.

이 정도로 안됩니다.

점심식사로 도넛쪼가리 먹자고 했던 것이

급 미안해집니다.

혼자 와서 다행입니다.

옆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앉습니다.

배부릅니다.

..

크리스피크림 도넛, 빙수 12,200원

김치볶음밥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