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인한 변명 / 한권종
나는 술로 인해 많은 변명을 하면서 살았다.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술 마시는 시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지만 술에 취하는 날이 많았고, 그만큼 아내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고향 친구들도 주변에 많았고,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도 같은 공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술 마시는 날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은 핑계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술을 무척 좋아했고, 술자리 약속이 있으면 하루가 즐겁게 지나갔다. 건강검진 시 의사가 일주일에 술 마시는 날짜를 물어보면 항상 거짓말로 대답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삶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 그런 답변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면 일정 기간 술을 참아보기도 할 정도로 지나치게 술을 자주 마셨다.
아내는 ‘늦게 들어오면 걱정하다가도 얼굴을 보면 화부터 난다’라고 자주 말했다. 술로 인해 언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늦은 귀가에 대한 가장 많이 언급한 핑계는 어려운 친구를 위로해주는 자리여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모두 내 선택이었다. 아내가 한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줄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의사의 말을 듣고 술을 끊었으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많은 기간 동안 아내를 힘들게 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한 생각에 은퇴 후 생활은 처가가 가까운 남악에서 하게 되었다. 아내의 고통이 이것으로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내 태도를 변화시키도록 결심해본다.
이제 2년 전부터 금주를 시작으로 운동 시간과 독서 시간은 늘리고, 취미였던 바둑두는 시간은 줄이면서 생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날의 생각대로라면 불행하다고 느끼겠지만 생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인해 지금이 더 가치 있고 행복하다. 지난 일들은 바꿀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유익한 경험을 할 것이다.
첫댓글 이제라도 술을 줄일 결심을 하신 것부터 대단합니다. 우리집에도 날마다 마시는 사람 때문에 갈등이 크답니다. 언제나 철이 들까요? 하하!
나도 술을 좋아해서 가끔 혼술도 합니다. 적당히 자제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그 적당히가 문제지만요.
쉽지 않은 글쓰기 시작한 걸 보니 좋은 변화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 반에 잘 오셨습니다.
전라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마 엄청나게 힘드실 테지만 우선 술을 멀리하게 되셨으니 이만으로도 오신 값은 치르신 걸로! 우리집에 있는 사람도 그길로 이끌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