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인지문 그리고 청계천을 지나면 기이한 모습의 건물이 자리했다. 평소 그 존재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음과 동시에 서울에 살고자 올라오기 전까지 상당히 형이상학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만든 녀석이었다. 그 모습을 처음 제대로 보게 된 것은 학교를 다니며 서울 도심 속에 자리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탐닉했을 때였는데, 지금처럼 관심이 지대하진 않아 그저 상당히 이상하면서도 한눈에 들어왔던 것이 기억에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잡게 되면서 흥인지문공원에서 그 모습을 처음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흥인지문공원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가을 녘 남산타워와 그 모습을 바라봤을 때, 바삐 다니던 차들 사이에서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그건 때론 이질감으로 때론 개성으로 다가왔으며, 어떻게 저런 건축물을 서울에 지을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완공 초기에는 이곳에 대한 설왕설래가 정말 많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나도 주로 지인들과 약속을 잡거나 사신 촬영을 위해 찾는 곳.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이야기다.
1. 랜드마크
본래 이곳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지어지기 전,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상암월드컵경기장과 잠실 쪽에 자리한 종합경기장 쪽에서 각종 스포츠 경기들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훨씬 이전에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기억되는 차범근 선수가 7분간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이후, 결국 그 시설은 시간의 뒤안길로 자연스레 사라졌으며, 그 빈자리에 DDP가 자리하게 됐다. 내, 외부를 합쳐 그 규모도 상당해 날씨가 좋지 않을 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정도였다.
대중교통과 함께 평소에도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원한다면 서울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뛰어난 접근성과 묘한 건축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반에는 유지비와 관련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DDP가 없는 이 주변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확실히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도 이곳이 어딘지 묻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럴 때마다 설명을 이어가기에 여념 없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UFO 또는 비행접시가 이곳에 착륙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다. 그 생각은 이곳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확신으로 변하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곳을 바라보면 한창 휴식을 취하던 우주비행선이 연상되는 곳이 있곤 했다. 게다가 해가 지고 어둠이 도심을 잠식하기 시작할 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반에 퍼지던 그 은은한 불빛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날이 좋을 때면 카페에 들어가지 않고, 노천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눌 정도니 어느덧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든 것 같아 보였다.
연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미디어파사드의 순간이다. 마치 호주 시드니의 비비드 시드니 행사가 생각이 날 정도로 화려한 불빛이 건물 전체를 감싸며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순간을 담고자 생각했지만, 확실히 이 순간만큼은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담아야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매번 말만 하다가 직접 이곳으로 가서 순간을 마주했을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을 찾을 때, 그들 덕분에 이미 이곳은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비단 어느 행사가 아니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그 매력을 담으려는 사진작가와 모델분의 조합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이곳은 항시 바삐 돌아가고 있었으며, 그들의 열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유려한 곡선의 자태는 빛과 만나 오직 이곳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분위기와 매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2. 문화행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안과 밖으로 상시 전시회가 진행 중에 있다. 비단 전시회뿐만 아니라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유명 명품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전시였다. 이곳이 지닌 정체성과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주 주말마다 그곳을 구경하고자 찾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코로나로 관람인원 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을 보니, 내부 전시의 내용도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라 해당 정보만을 확인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가장 메인 행사로는 단연 절기별 서울패션위크를 꼽을 수 있겠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세상에 등장한 뒤, 별 문제가 없는 이상 이곳에서 패션쇼가 진행됐다. 시즌기간마다 셀럽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을 담고자 모여든 사진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실제로 당시 그 순간을 담고자 이곳을 찾은 적은 없었는데, 항상 SNS에 행사 기간 중 공유된 사진들을 보면 이 도시가 정말 넓고 개성 가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메인에 빈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 바로 옆에서는 사진작가와 모델들 간의 교류의 장이 형성된다. 실제 인물사진을 시작하고 싶은 살마들이 이곳을 찾아 본인을 홍보하는 시간도 갖게 되는데, 야외에서 펼쳐지던 사람들의 그 화려한 차림새가 바라만 봐도 시선이 즐거울 정도였다. 모델을 구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연달아 이곳에서 룩북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만약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항상 소개해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상한 비행접시로 시작해 현재는 패션과 각종 문화행사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으로 거듭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나 또한 이곳을 배경으로 여러 차례 스냅사진을 촬영하거나 전시를 보러 찾곤 했다. 수 차례 이곳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촬영 장소로 이곳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나도 이곳의 존재를 언젠가부터 즐기고 있음에 다름이 없어 보였다. 낮과 밤 그 사이의 매력이 천차만별로 다른 이곳에서 다가올 시간에 어떤 순간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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