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과 함께하는 1박 2일 제주도 안보현장 견학을 다녀와서
흔히들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겨울은 일 찌기 물러가고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나 더 없이 향기롭고 평화로운 계절인데 사람들에게 잔인한 4월로 기억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따듯한 봄을 맞으면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사건 사고도 많아지고 사망자도 증가 한다. 온 국민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세월호사건도 사월에 일어났으니 수난의 사월이 잔인한 달로 각인 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 이이라.
북한 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장흥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위원장 김 태빈)가 세월 호 1주기 애도기간을 통해 제주도 1박2일 안보견학을 다녀오기로 했다. 무작정 비탄에 빠져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보다는 탈북 민과 함께 안보현장을 둘러보며 안전의식 고착을 위해 건전한 여행을 추진하는 것도 훨씬 보람되고 생산적인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북한 이주여성 2명을 포함한 18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잔잔한 바다를 갈망하며 오렌지 호에 몸을 실었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적당한 긴장과 설래 임이 교차했고 무사히 제주도에 안착하기를 기도했다. 평화로 위장한 바다는 깊은 바다에 들어 갈수록 심하게 요동쳤고 배 멀미로 고생하는 위원들이 많아졌다.
육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제주도의 세찬 바람을 실감하며 성산 항 부근의 공원 벤치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같은 음식도 야외에서 먹으면 그 맛이 다르다. 별로 특별 할 것
도 없는 채소 위주의 식단이 입안에 착 감기면서 꿀처럼 달았다. 집 밥이 주는 정성과 자연이 빚어 낸 제주도의 비경이 밥맛을 돌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소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우도라 칭한다는 우도, 첫 번째 코스인 우도 관람을 위해 일행은 유람선에 올랐다. 갑판위에 올라선 관광객들의 머리위에서 배회하는 갈매기들의 자유로운 비행에서 그들만의 생존방식을 읽었다. 이내 후회했다. 갈매기들이 좋아한다는 새우깡을 챙기지 못한 것을. 관광객들이 내미는 새우깡을 기가 막히게 채가는 모습을 티브이를 통해서 여러 번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영토에 함부로 침범한 인간들이 예의도 없이 빈손으로 왔으니 얼마나 밉겠는가. 지중해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천연색의 투명한 바다, 보고 또 봐도 신기한 해변의 검은 모래, 연인끼리 친구끼리 스쿠터 족들의 깨소금 질주, 섬 안의 섬 제주 우도에서는 날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안보현장견학 1코스인 온 평 해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간첩 침투지역으로 세상에 알려진 곳이지만 성산읍 온 평 해안에 위치한 초소와 주변의 바다는 무서운 과거를 숨긴 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남파 간첩 김 동식, 이 선실이 1995년 9월 2일 남한조선노동당 중부 지역 당 지령을 받아 자정을 기해 어선으로 위장하여 침투한지역이다. 해녀 탈의실에서 태연하게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타고 제주를 벗어나 전국을 활보하며 공작 활동을 펼치던 중 국정원 직원들의 맹활약으로 꼬리가 잡혔다. 이제는 낡은 컨테이너 한 채 만이
과거를 말해주는 표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안보견학 두 번째 코스인 표선면 번영로 해양경비단으로 이동했다.
키가 크고 훤칠한 외모의 단장님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곽 영진 총경이시다. 이번 견학이 순조롭게 이루 워 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을 써주신 분이다. 장흥 김 철우 서장님과의 오래된 인연을 상기 하면서 경찰로서 제주도 생활의 애로점을 말씀하셨다. 제주 4.3 양민 학대 사건의 주범으로 제주도 사람들에게 낙인 된 경찰은 6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강한 불신으로 자리 잡고 있단다. 당시 경찰이 사건의 주동자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나 어찌 보면 경찰도 희생양이라면서 일반인과 경찰이 화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최첨단의 장비로 철통 경계를 하고 있는 해안 경비단의 활약상을 단장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들을 수 있었다. 화면으로 본 관할 지역 인근의 바다는 그 어떤 적들의 침투도 허용치 않을 기세로 당당하고 위용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해안경비단의 물 샐 틈 없는 촘촘한 경계가 뒷받침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보병이 총 들고 처 들어 가지 않으면 적들의 항복을 받아 낼 수 없듯이 제아무리 첨단의 장비를 자랑하는 군사 요충지라도 대원들의 각고의 노력 없이는 국가 안보가 이루 워 질 수는 없을 것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을 채근해 기념 촬영을 했다. 귀 찬을 법도 한데 모두 밝은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해주었다. 자식 같아 보이는 어린 대원들이 객지에서 고생 하는가 싶어 마음이 짠했다. 부디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어 나라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들이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에 투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제주도의 아침이 밝았다. 제주특산물인 옥돔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예정된 사려니 숲길을 산책했다. 일반인에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지 주변이 깨끗했다. 완만한 경사가 있는 산책로는 아담하고 운치 있었다. 편백나무가 주를 이룬 숲길은 편 백 향이 번지면서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천천히 오래 걸으며 산림 향을 만끽하고 싶었으나 남은 일정 때문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했다.
몽고인들이 펼치는 포니벨리 마상 쇼를 관람했다. 나름 짜임새 있는 연출에 즐거웠고
감동도 묻어났다. 20세 이하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단원들은 숙련된 말과 함께 현란한 연기를 선보였다. 반복된 연습의 결과였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배우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 별로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하루 네 번의 공연을 소화하느라 피곤해진 얼굴 일 수도 있고 집을 그리는 향수병이거나 타국의 고단 한 일상이 주는 우울함 일 수도 있다.
일출 랜드 섶 지 코지 관람을 끝으로 예정된 1박 2일 안보 현장 견학을 모두 마쳤다.
의미 있고 즐거운 안보 견학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견학에 동참해준 김 태빈 위장님을 비롯한 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장흥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김 철우서장님께 특히 감사드린다. 작년 가을 강화도 안보 견학 때도 그랬다. 몇 달 전부터 지역의 인맥을 십분 활용하여 오로지 위원들의 여행길이 순조로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은 고마움을 넘어 감동이었다. 서 일정상 견학 길에 동참하지 못함을 아쉬워하시면서 마치 곁에 있는 듯 수시로 전화로 확인 하고 독려하셨다. 평소 경찰 협력단체의 일을 최우선시 한다는 김 철우서장님의 소신이 이번 제주도 견학에서도 빛을 발했다.
열악한 제정에도 최선의 지원을 해주신 지방청 박 병동 과장님과 보안과 담당자님께 감사드린다. 세월 호 1주기 행사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견학을 위해 다각도로 수고하신 이 주성 과장님, 위원들의 손과 발이 되어 피곤을 느낄 새도 없이 섬과 육지를 종횡무진 활보하며 일행을 위해 희생하신 박 대순 계장님과 문 광훈 형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 어 감사드린다. 어려운 환경에도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이곳 사람들을 독려하는 긍정적인 성격의 북한 이주여성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두 사람을 통해 많이 배웠다. 가진 자의 오만을 이용해 색안경을 쓰고 불필요한 동정심부터 전하려 했던 못 난 마음을 반성한다.
오렌지 호를 타고 돌아오는 길 다시 세월 호를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기쁜 마음으로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반대 방향으로 향해갔다. 너무 가슴이 아파 희생자 숫자도 기억하기 싫다. 서둘러 잔인한 사월을 보내려한다. 가능하다면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들의 향기가 충만한 아름다운 사월로 다시 우리 곁에 오기를 기대 한다.
장흥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사무국장 유 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