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을 내려놓는 중입니다 / 강여경
나는 1인 가구이다. 혼자 살아서 집에서 밥을 거의 해 먹지 않는다. 밥은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고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 먹는다. 생필품은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다이소에 가서 산다. 그래서 나는 오프라인 장보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주문처는 쿠팡이었다. 쿠팡에는 다이소만큼이나 없는 게 없었고, 가격도 다른 인터넷 사이트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여러 장점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새벽배송과 로켓배송(당일이나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해 주는 것)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에 놓여 있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도 오늘이나 내일이면 받아 볼 수 있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되었고, 무거운 생수나 휴지, 세제 같은 물건을 직접 들고 올 필요도 없었다. 특히 혼자 사는 나에게 이러한 배송 서비스는 무척 편리했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필요한 물건이 떨어져도 누군가 대신 사 오거나 함께 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혼자 살면 내가 챙기지 않는 한 아무것도 저절로 채워지지 않는다. 휴지가 떨어진 것도, 세제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먹을 것이 없는 것도 모두 내가 알아차리고 해결해야 한다. 쿠팡은 이런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일을 대신 해결해 주었다. 물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결제하기만 하면 되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는 일도,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없었다. 어느새 나에게 장보기란 마트에 가는 일이 아니라 핸드폰 화면을 몇 번 누르는 일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쿠팡을 자주 이용하던 나는 쿠팡을 둘러싼 사태와 논란을 접한 뒤 이른바 ‘탈팡’(쿠팡을 탈퇴하는 것)을 하게 되었다. 내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의사 표현은 이용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쿠팡이 아니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많았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까운 마트나 다이소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원 탈퇴를 하고 나니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탈팡을 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쿠팡의 편리함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같은 물건이라도 판매처마다 가격과 배송 예정일이 달라 일일이 비교해야 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고, 결국 퇴근길에 매장에 들러 직접 사 와야 할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는 일이 사실은 대단히 특별한 서비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다시 가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한 명 다시 이용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이 정도의 편리함은 누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쿠팡 앱을 다시 설치하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무거운 생필품이 떨어졌거나 당장 필요한 물건을 다른 사이트에서 빨리 배송해 주지 않을 때는 탈팡을 괜히 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시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이트를 찾아보고, 여러 물건을 모아서 한꺼번에 주문하고, 급하지 않은 물건은 며칠 기다리는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는 중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편리함은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맙게 느껴졌던 서비스도 계속 이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당연한 것이 된다. 빠른 배송을 기다리는 하루조차 길게 느껴지고,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평범한 일이 큰 불편처럼 느껴진다. 편리함이 나의 시간을 아껴 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 편리함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기다리는 능력과 조금 움직이는 수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나의 장보기는 예전보다 조금 번거로워졌다. 여러 사이트의 가격을 비교해야 하고, 가끔은 직접 다이소나 마트에 가야 한다. 하지만 그 불편을 견디면서 나의 소비 습관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빠른 배송이라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주문하는 일도 줄었다. 필요한 물건을 미리 확인하고 계획해서 사는 습관도 생기고 있다. 탈팡을 계속 유지할지, 다시 가입할지는 아직 완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은 쉽게 얻는 편리함 뒤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려 한다. 어쩌면 탈팡은 단순히 한 쇼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 당연하게 누려 온 편리함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생활과 선택을 돌아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탈팡. 저도 했습니다. 거의 쓰지 않다가 사건 일어나기 한 달 전에 가입해서, 하나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제주도에 사는데 다른 업체는 다 추가 배송료를 받는데 쿠팡만 무료 배송에 무료 반품이라 거기만 이용하더군요. 편리하지만 영업 이익이 미국으로 간다기에 세금으로 운영하는 우리 학교는 좀 비싸도 다른 업체를 이용하자고 선동(?)하고 있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