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친구 중에 00씨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고 가자면, 6년 전, 단 한 번의 정사가 있었던 여자입니다.
읽는 이의 시각차에 따라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제 스스로 후회하는 바가 없고,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 선택만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용어적용상 외도는 외도니, 집사람은 최대한 등장을 배제하여, 어차피 다 채울 수 없는
예를 갖추겠습니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의상학과 출신에 결혼한 적이 없습니다.
한 시간에 한 두 마디의 말을 하고, 성격은 소심+피해의식....그리고 낯을 심하게 가립니다.
저도 몇 차례 더불어 만났지만,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목소리였나?”할 정도니까요.
지혜를 먼저 보는, 제 기준에서 봐도 외모는 별로지만, 출산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40대에도 허리가 잘록하고 매우 탄력적인 피부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신체장애가 있습니다.
누구나 이름대면 다 아는 학교를 나왔지만, 조그만 스포츠샵에서 점원으로 일합니다.
그녀에겐 혼자서 살 수밖에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꽃 같은 대학시절, 자취방에서 성폭행을 당한 과거가 있거든요.
소심한 성격이라, 연애도 한 번 못해보고 첫 경험을 범죄에 바친 겁니다.
얼마나 속상하고, 분했을지 공분하지만, 아는 체를 할 수도 없습니다.
항상 혼자서 밥 먹고, 집사람 포함, 2~3명의 지인과의 접촉 외에는 세상과 단절하고 삽니다.
그녀 앞에서는 일부러 집사람에게 무뚝뚝한 적도 더러 있습니다..
감히 정의하건데, 여성과 아이에 대한 성폭행은 사건당시의 정황만으로 죄의 경중을 볼 게 아니라, 피해자가 미래에 감내할, 모든 고통에 대한 심판으로 포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려우면 등껍질을 홀랑 벗겨서 땡볕에 과메기로 말렸다가, 해가 지면 후추와 소금을 뿌려
두 번 재워둔 뒤, 다시 반복하기를, 그 더러운 인간이 살아온 세월만큼.......
이거라도 해 주면 좋겠다는............
어느 여름.
그녀가 이사를 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소식을 전해왔네요.
집사람과 동승해서 재건축 직전의 소형아파트를 찾아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유쾌하지 않은 냄새와 쓰레기, 너덜거리는 문짝, 벌어진 창문틀,
매미도 들어올 만큼 크게 찢어진 방충망, 켜켜이 쌓인 먼지와 묵은 때.........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으니, 그나마 참아지는 것들입니다.
집사람과 만난 그녀는 친언니를 만난 소녀처럼 환하게 웃습니다.
지저분하다며 밖에 나가서 한 잔 하자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사람에게 제가 말합니다.
“저기.... 그냥 너희 둘이 나가서 한 세 시간만 술 마시고 놀아라. 그 동안 내가 집 좀 정리해 줄게.
이게 사람 사는 집이냐?”
집사람이 제 의중을 읽고, 부담스러워 하는 그녀를 앞세워 집을 나섭니다.
먼저 한숨이 나오네요.
어디부터 손을 봐야할 지.........
싱크대를 들어 올리니, 쥐가 죽어 있고, 검정색 가스렌지를 수세미로 문지르니,
원래는 은색이었더군요.
70노인 혼자서 6개동을 지키는 초라한 관리실에 들러, 연장을 빌립니다.
철물점에 들러 방충망과 나사와 못 등을 삽니다.
씨트지로 모든 가구에 색을 입히고, 치약을 풀어 장판의 찌든 때도 제거합니다.
보조 자물쇠도 달고,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담한 카페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자가 혼자 할 수 없는 일과, 혼자 할 수 있는 일까지 손을 봤습니다.
집사람의 전화가 옵니다.
“00이 술도 좀 취했고, 너무 많이 울어서 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그래....어차피 지금 오면 난장판인데 모....”
밤 10시가 다 되어서 눈이 퉁퉁 부은 그녀와 입이 퉁퉁 부은 집사람이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그녀는 감격해서 또 울고, 집사람은 가만히 제 어깨를 토닥거립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그녀는 울었고, 저는 경비실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다 같이 술을 한 잔 합니다.
그녀는 제게 술을 따르다가 손끝이라도 스치면, 시아버지의 꿀단지를 훔쳐 낸 며느리처럼 놀랍니다.
평소에도 부끄럼을 많이 타지만, 오늘따라 유난스럽습니다.
집사람이 언니와 통화를 하더니, 형부일로 상의할 게 있다며 차 키를 챙깁니다.
저도 간다고 했더니 금방 올 거라며 둘이 한 잔 하고 있으라네요.
그녀와 단 둘이 방안에 있으려니, 가뜩이나 더운 여름이 불가마 같습니다.
얇은 브라우스에, 작게 숨은 그녀의 젖가슴이 보이고, 가는 목에 마른 침이 힘겨운 것도 느낍니다.
연신 헛기침을 하게 되고, 죄 없는 술잔만 학대하는 묘한 분위기가 제 목을 조릅니다.
“샤워부스에 씨트지가 제대로 붙나 어쩌나!”
자리가 불편해서 저 혼자만의 핑계를 대고 세면장으로 들어갑니다.
영리한 샤워부스가 제 마음을 읽었는지 미리 알고 시트지를 홀랑 벗겨 놨네요.
얼마나 다행인지.......
앉은뱅이 목욕탕 의자에 발을 올려, 위로부터 다시 붙입니다.
그녀가 도와주러 온 건지, 샤워를 하러 온 건지 제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섰습니다.
제 키와 의자의 높이로 그녀의 얼굴이 제 허리께에나 왔지 싶네요.
갑자기 그녀가 제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바르르 떨기 시작합니다.
당황스럽고 불편한 자세지만,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까?
얼마나 외롭고 지쳤을까?
가만히 얼굴을 감싸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습니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고, 몸을 더 심하게 떱니다.
그녀를 안아서 방으로 옮겼습니다.
꼭 안고 등을 쓰다듬습니다.
차츰 그녀의 숨이 편안해 지는 것이 느껴지고......
그녀가 제 입술을 찾습니다.
스스로 입을 벌려 혀를 찾고, 제 몸으로 그녀의 손이 들어옵니다.
그녀의 불편한 다리 사이로 손을 넣으니, 반사적으로 웅크립니다.
멈췄습니다.
.
.
.
.
그녀가 제 손을 이끌어 자신의 신비에 놓습니다.
린스하고 물에 헹구지 않은 머릿결처럼 그녀의 신비는 축축하고 따뜻합니다.
그녀의 옷을 벗기고, 불편한 다리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애무를 합니다.
발가락을 물고, 신비에는 입김을 불고, 치부에도 애무를 했습니다.
제 몸은 남자로 일어서지만, 마음에서는 다시는 이 여자가 남자가 그리워 마음을 다치지
않길 바랍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외도를 했습니다.
부드럽거나, 열병 같은 정사가 끝나고 그녀가 이불을 끌어 불편한 다리를 덮으려고 애를 씁니다.
만류했지만, 기어이 이불을 뒤 집어 쓰더니, 그녀만의 정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제 몸에 수백 개의 구멍이 생기고, 갈비뼈가 날개를 달아, 각자의 하늘로 날아갑니다.
혈관이 푸른 그녀의 작은 입에서는 수 없이 “미안해요..미안해요”가 쏟아집니다.
12시가 넘어서 집사람이 돌아왔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렵더군요.
그녀는 원래 말이 없으니, 그나마 유리한데, 저는 어디다 눈을 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평소보다 라디오를 더 크게 틀었습니다.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
집사람이 볼륨을 확 낮춥니다.
“00은 많이 외롭고 힘들어요. 나한테는 자매 같은 친구고.....당신이 잘 챙겨주면 좋겠어요”
...........
음악은 다시 커지고, 저는 앞만 보고 운전을 합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 일이 있고 정확히 60일 후, 그녀는 베란다에서 목을 맸습니다.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은둔한 세월도 억울했겠지만, 남은 세월도 그러하리라는 것은
더욱 억울했겠지요.
상을 치루고 찾아 간 그녀의 집은, 수건하나까지 고이 접어 정리되어 있고, 샤워부스에
붙은 편지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다. 나는 억울해서 생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고 싶어서 이 길을 간다.
다음 생에는 나도 립스틱 바르고, 하이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