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泉齋 三治堂 懸板에 대한 이야기
며칠 전 성호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향 산천재 재실에 걸려있는 三治堂의 현판의 뜻을 물었다. 내가 귀가 어두워 잘 안 들리니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메일이 왔어 열어봤다. 산천재 내력을 쓰는데 재실에 걸려있는 三治堂 현판의 이유(뜻)를 물었다. 재실 대청에는 그 외도 산천재 중건기와 재 중건기 그리고 韓景洪(본명 濩, 아호 石峯 字 景洪)의 樂有樓 란 板刻이 걸려있다. 樂有樓는 이조 선조 때 명필로 유명한 同姓 한석봉의 글씨라는 걸 알고 있었고 뜻은 글자 그대로 즐거움이 있는 다락(樓閣)으로 재실의 풍경을 미화한 액자임을 짐작 했는데 삼치당에 대해서는 여러 일족에게 물었으나 재실을 세 번 지어서 부친 글이란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재 중건 전 내가 어릴 때부터 걸려 있었으니 말이 안 되었다. 그래서 차제에 확실 한 것을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메일가진 일족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으나 확실한 정답을 얻지 못하고 다만 인터넷에 정치의 德目으로 德治, 正治, 法治 가 나왔다. 그리고 諮問에 親族 外族 妻族의 3족을 잘 다스려 화목 단란하여 후손이 번성 하자는 뜻이라고 도 했다. 그 말도 近似하기는 하나 나의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안했다. 이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새벽 산책길에 나셨다. 매일 앞산공원 동편 들머리 녹색 공간 잔디 벌에서 만나는 서모님에게 물었다 그분은 대구시 본청 과장급 서기관으로 근무 하다가 부이사관으로 명퇴를 한분으로 다방면에 박식한 분이다. 그 분도 모르겠다며 한국국학진흥원에 물어보라 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 했으나 답이
안 나왔다. 그러면 유계집 誤譯을 지적한 서정백씨와 近寸 間이니 물어 봐 달라고 하고 난 뒤 자기 재실에 걸려있는 현판의 뜻 하나도 해득 못하고 남의 문중 사람에게 묻다니 不恥下問 이라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이와 같은 의문 속에 윗대 어른께서 어딘가 註釋을 남기지 않았음을 원망 아닌 푸념을 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다.
三이라는 수자는 동양에서 서양의 七(러키세븐)과 對比되는 상서로운 吉字로 많이 인용되고 있음이 떠올랐다. 三審, 三族, 三綱, 三司, 三政, 三思, 三顧. 三界. 三戒 등 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세 번 이상 심사숙고해서 처세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 해봤다. 이글을 보는 사람마다 그 의 식견, 교양, 인생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할 수 있게 폭을 넓게 열어 놓은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느끼게 했다. 佛者에게는 貪瞋癡의 三毒을 道者에게는 三智의 聞, 思, 修를 나 같은 愚聾에게는 修身을 깨우치게 하고 크게는 정치의 덕목도 있고 종사로는 삼족의 화목번성 훈계도 있으며 적게는 修身齊家 治國平天下의 修身의 덕목도 있음을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선조님의 높고 깊은 무언의 가르침에 고개를 숙이게 했다. 나는 이 셋 중 修身齊家 治國平天下가 마음에 들었다. 첫째 자신을 닦고 둘째 가정을 편안하게 한 후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는 三治의 덕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수신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다. 글자 그대로 三을 다스리는(治) 집(堂)?
앞의 글을 쓰 놓고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데 병수 일족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일이 왔다.
大學經文 1章에 修身 齋家 治國 平天下
中庸 20章中에서
(子曰) 好學은 近乎知(智)하고 力行은 近乎仁하고 知恥는 近乎勇 이니라. (중용 74쪽)
자왈, 학문을 좋아함은 智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仁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앎은 勇에 가깝다.
知斯三者면 則知所以修身이오, 知所以修身이면 則知所以治人이요,
知所以治人이면 則知所以治天下國家矣
그래서 아래와 같이 답을 했다.
메일 잘 봤다.
좋은 자료를 발견했네.
크게는 덕치, 정치, 법치도 있고
종사로는 親治, 外治, 妻治의 화목단락의 훈계도 있으며
그중에서도 經典에 근거가 있는 (大學과 中庸) 修身 齋家 治國의 三治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일족 덕택에 공직에서 은퇴 후 대구 향교에 나가 (명륜대학) 四書를 배울 때 교재였던 大學, 中庸을 책장에서 꺼내어 다시 훑어 봤다. 30년 전이다. 그 때만 해도 60대 중반의 팔팔한 때 이였는데. 연필로 註를 단 필적이 눈길을 끌었다. 經典(대학, 중용)속에 좋은 章句를 배우고도 引用 못했으니 好學의 智마저 모르는 愚鈍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從心을 훌쩍 지나 無碍의 고개를 넘으려는데 아직도 기본적인 수신마저 못하고 있으니 삼치당 현판 보기가 민망하다. 이번 삼치당에 대한 뜻 발견은 병수 일족이 단연 메달감이다.
첫째 수신(智) 둘째 재가(仁) 셋째 치국(勇)으로 대학과 중용의 경전에 수록되어 있다고.
누가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기로 잠정 결정하며 더 좋은 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먼저 자신을 알고 인간이 되라! 이게 인간의 기본이다.
2019년 8월 7일 七夕 날 柳溪府君 九代孫 愚聾 學彦 拙記
그리고 다음과 같이 오늘 새벽 앞산공원 산책길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올해 들어 처음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 잠결에 귀뚜라미 소리에 잠을 깼다 뻐국, 뻐국... 그 울음소리가 처량하고 실향의 향수를 끄집었다. 누렇게 일렁이는 보리 밭 이랑을 연상하며 다음과 같이 五言絶句 한시를 흉내 봤다.
鵑鳴(뻐꾸기 울음)
鵑鳴麥黃熟 : 뻐꾸기 울음소리에 보리이삭 익어가고
蟋音秋招來 :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부른다.
蟬聲知處暑 : 매미 소리 처서를 알리게 되면
酷暑褓準程 : 무더위 봇짐 싸고 떠날 준비 하겠지.
己亥 末伏 愚聾 拙作
追記
말복 날 위 글을 프린트해서 참석한 일족에게 배포를 했다. 소현 사무국장이
연경서원모임이 있을 때 자문을 얻어 보겠다고 했고 탁근 일족이 三綱五倫을 擧論했다. 좋은 답이 나오기를 바란다.
첫댓글 삼치당 글씨가 누무 멋지다. 붓글씨중 三자 글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한석봉 체는 아니고 누구의 글씨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