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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평가회 날입니다. 실습 마지막 날, 그간 동료들이 해낸 일에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손뼉 쳐주는 자리입니다.
누가 잘했고 못 했는지를 떠나, 자랑하고 공감하고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이 목적에 맞게 수료사와 종결평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평가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영상과 글을 다듬었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종결평가회 장소인 강당은 여름 활동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수고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동료 실습 선생님들의 이름에 고맙다고 쓰여있는 글귀를 보며, 괜스레 제가 더 울컥했습니다. 제 동료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제 순서는 마지막이어서, 동료들의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만나는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당사자들을 더 소중히 만나기 위해 밤낮으로 궁리했던 동료 선생님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누가 어떤 발표를 할 때, 최대한 기억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치며 들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수료사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저 실습이 너무 힘들어서 흘린 눈물이 아님을 압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과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임을 알기에, 저 역시 가슴 한쪽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함께 사회사업 이루었던 아이들, 이용자 어르신들이 고생했다며 한 마디씩 격려해주셨습니다. 열정적으로 모임을 주선하고 즐거운 마을마당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물놀이나 골목 야영 재밌게 준비해주셔서 고맙다고 서로 포옹하고 선물과 편지 주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자기와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종결평가회에 초대했다고 합니다. 저는 왠지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실습한 게 아닌데, 그런 고백을 종용하는 것 같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 만들어준 친구들을 제가 자랑하고 기억하면 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순서가 다가오면서,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자리를 채워줬습니다.
옥상영화제의 준서 준이, 모모시네마의 지온이, 둘 다 참여했던 노을이가 자리에 있었습니다. 계단 영화제의 멤버는 모두가 자리를 채워줬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정말 반가웠습니다. 수료를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습니다.
어느새 제 발표 순서가 다가왔습니다. 그 전에 먼저 가야 했던 준서와 준이는 자신들이 만든 상장을 제게 줬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울지마, 선생님. 알겠죠?”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절대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목이 메어서 침도 삼키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포옹을 하고 남매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제 순서가 되어 동네 영화제의 활동 내용 발표했습니다.
‘세 팀의 극장주, 세 번의 D-day'라는 테마로, 세 번의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각각 영상에 담았습니다. 영화제에 참여했던 극장주들과 초대받았던 친구들이 그날을 추억하며 웃었습니다.
발표를 들은 노을이가 한 마디 해줬습니다.
“지난 영화제 때보다 훨씬 재밌어서, 주말이 오히려 지루할 정도였어요. 선생님이랑 이렇게 친해지게 된 것도 처음이에요. 선생님이 항상 웃고 재밌어서 더 좋았어요. 아이스티 만들어 보는 새로운 경험도 했어요.”
계단 영화제에 왔던 재영이도 고맙다고 말해줬습니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고, 계단 영화제 때 어르신들이랑 얘기 많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 노력을 인정해주고 고맙다고 말해줘서 행복했습니다.
이어서 수료사를 읽으려는데, 강민지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아이들이 나온 영상 편지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런 게 있는 줄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이들도 저에게 끝까지 어떤 말도 안 했기에 눈치를 챌 수도 없었습니다. 만났던 모든 극장주가 마지막으로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국 잘 참다가, 터져버린 눈물이 마르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영상 편지를 끝까지 보고 아이들과 짧게 포옹했습니다. 극장주들이 제게 쓴 편지와 선물들, 제 이름이 쓰인 풍선을 가져다줬습니다.
홍차쌤이라고 홍차를 선물해주는 노을이, “이제 아재라고 안 부를게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길지만, 진심 눌러 담아 쓴 수료사를 낭독했습니다. 저의 배움과 감상을 담백하게 읽었습니다. 조금 길어 지루할 수 있는 글이었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한미경 관장님의 축사를 마지막으로 종결평가회가 끝났습니다.
“감사가 넘치는 수료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선생님들을 위해 자리해준 걸 보면, 여러분들이 어떻게 했는지 벌써 다 보여요. 고생 많았습니다.”
선의관악에서 많은 배움과 추억 만들었습니다. 성현동이 마치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당사자 면접을 위해 방앗간 삼거리 언덕을 오르던 그때는 참 낯설고 무섭기만 한 길이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한 달 내내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내심 답답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는 그 길에 이야기가 담기고 제 땀과 발자국이 묻었습니다. 이 즐거운 추억을 잘 기록해서 다음 실습생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잘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굳게 먹었습니다.
여러 의심을 타파해주고, 사랑받는 사회사업가로 사는 방법을 알려주신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의 선생님들과 제 실습 동료 선생님들, 특히 강민지 선생님과 함께한 모든 극장주 친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