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그리워라 하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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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때가 왔다
문 틈새로 찬바람이 들기 시작하면
예천 기곡리 사람들은 돼지머리 삶고 시루팥떡 준비하며
고사 지낼 준비를 서두른다
메주 할머니 앞에 고사 지내고 올해 첫 메주 빚는 작업에 돌입한 날
여름내 묵혀뒀던 가마솥에 콩기름 발라 반들반들 준비하고
12개 아궁이에 일제히 장작불을 붙이는 할머니들
불길이 활활 타오르면 하얀 연기 뭉게뭉게 피어나고
노란 메주콩 구수하게 익어 가면 가마솥도 허연 김을 쉴 새 없이 내뿜는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 겨우내 꺼지지 않는 마을은
가마솥마다 피는 모락모락 연기에 다시 또 하이얀 겨울을 보낸다
눈보라 쏟아지는 겨울밤 불 잔뜩 집어넣은 아랫목에 누워
목화솜 이불 한 장 덮고 누워있자면 세상 어느 것이 부러울까
아직도 초가지붕 머리에 이고
옛 아궁이에 불 때며 사는 안동 하회마을 류복순씨 부부
모두가 일손 놓은 한가로운 겨울에도
눈송이처럼 내려앉은 새하얀 목화솜 따며 이불 짓느라 바쁜 류복순씨에겐
여동생만큼 든든한 이가 또 없다
아궁이 잿불에 명태 굽다 보면 불 때우다 머리카락 태웠던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하고 나란히 목화솜 이불 바느질 하다 보면
포근한 어머니 사랑에 가슴 훈훈해진다
어머니가 어릴 적 시집가는 언니 편에 들려 보내던 목화솜 이불 한 장과
아궁이 가마솥에 얽힌 하얀 추억 이야기
제5부. 한솥밥에 뜨거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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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몸 녹여줄 뜨뜻한 구들방은 없어도
얼어붙은 마음 풀어줄 따끈한 국물 한 사발쯤은 있다
집 앞에 걸어놓은 가마솥 하나면 훈훈해지는 계절
소양호에 둘러 싸여 뱃길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외딴 곳
하루에 드나드는 배편이 고작 두 번 뿐인 오지에 안승일씨가 형님을 만나러 떠난다
누렁이와 흰둥이, 검둥이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형님 안길형씨의 겨울나기를 위해
따뜻한 옷이며 밑반찬 준비해 들어가는 동생
소양호 강변에 드리운 낚싯줄은 입질 소식 감감하지만
가마솥 불에 장작 태우고 붉은 숯불에 고기 한 점 구우며 맞이하는
오지에서의 밤은 언제나 행복하기만 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제천 산골에 단내 퍼지기 시작한다
이틀 밤낮 가마솥에 호박 조청을 만드느라 아궁이 앞에서
오늘도 불 지피며 풍구를 돌리는 김성숙 씨
남편과 그 친구가 감나무 사과나무 심는 동안
달래 간장에 우엉 밥을 한 상 차려 내고
다시 또 군불 지피느라 온 몸이 후끈하다
조청이 가마솥에 뭉근하게 완성 될 즈음
직접 담근 오미자 술 한 잔에
아궁이 잿불 위에 바삭바삭 양미리 구워 먹는 그 맛은
세상 무엇보다 달콤하고 얼큰하다
옻나무의 고장 함양 마천면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 화로에 불 지피고 화칠 긁어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대를 이어 화칠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안재호 씨는
팔순이 넘은 두 어르신들과 함께 새벽 다섯 시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시아버지 때부터 함께 화칠 내려온 어르신들
행여나 몸 상할까 가마솥에 물 올려 불 때기 시작하는 부인 허금자 씨
팔팔 끓는 물에 옻 껍질 잔뜩 넣고 수육 한 덩이 삶아내면
모두의 하루 노고가 스르륵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