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잘 보내셨습니까?
불교 조계종, 남의 집 이야기지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물론 특정인을 향해 험담하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부끄러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었을 뿐입니다.
엊그제 '자승'이라는 승려가 다른 사람들이 수행하는 절인 칠정사의 요사채(사찰의 승려들이 머무는 숙소)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황을 보았을 때 누가 봐도 그 죽음은 개인의 문제와 내면의 갈등을 이기지 못한 자살이라고 판단되건만 조계종은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는 그를 종단의 발전과 도를 깨우친 고승으로 둔갑시켜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가리려는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나라고 생각됩니다. 자승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연임한 불교 조계종의 주요인물입니다. 만약 ‘칠정사’ 요사채에 불을 질러 자살한 사건을 법률로 치리한다면 그는 타인의 재산을 소실시킨 방화범이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불교의 지존인 석가모니는 '살생(殺生) 금지'를 가르쳤습니다. 또한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자살을 가르치거나 부추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불교뿐 아닙니다. 정상적인 종교라면 모든 종교는 자살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차라리 ‘전태일’의 분신자살은 (보는 이마다 그 죽음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노동계를 변화시키고 수많은 노동자의 평화와 복지를 위한 헌신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자승의 자살은 그 무슨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백 보 양보하여 득도(得道)의 결과라고 가정해 보십시다. 그렇지만 자기의 득도로 인한 자살이 몰고 올 파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그의 죽음을 모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분명히 생길 것입니다. 자승은 그 생명들의 죽음을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입니까?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입니다. 2003년 이후 2021년 사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2017년 한 해의 2위를 제외하면 18년 동안 모두 1위였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EC%9D%98_%EC%9E%90%EC%82%B4
이 통계치를 보고 있으면 그저 부끄럽고 또 안타까울뿐입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하나, 사회 리더들의 자살이 타인의 자살 결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정 경제 문제, 학업과 사업의 스트레스, 직장과 학교에서 당한 왕따 같은 인간관계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살합니다. 그 외에도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하고, 고위공직자가 자살하고, 재벌총수가 자살하고, 심지어는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합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살률 1위가 되던 해인 2003년에는 모 기업의 총수가 자살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에는 전직대통령이 자살한 2009년부터 3년 연속 15,000명 대를 기록하였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그 자살의 주인공이 바로 내 가족이나 친지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입니까?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불행을 보고만 있어야겠습니까?
이런 일을 보면서 우리 크리스천과 크리스천 목회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엄중하고 소중한지를 깨닫습니다.
오늘은 에스겔을 사용하신 하나님을 전했습니다. (https://story.kakao.com/_JVW4e6) 에스겔은 나라와 주권을 빼앗겨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나라' 도래를 알리면서 희망을 준 선지자입니다. 마른뼈가 일어나 짝을 맞추고, 살과 힘줄이 붙고, 피부가 덮이고, 드디어 생기가 들어가자 마른뼈들은 위대한 이스라엘의 강한 군대로 변신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주는 그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주일 밤입니다.
예배를 통해서 마른뼈가 생명이 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기에 행복했지만, 자승의 자살과 그의 장례식, 그의 죽음을 미화시키는 불교 조계종과 그들이 불러주는 그대로 옮겨 적는 이 나라 언론의 미련스러움, 그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하는 국가의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지켜보자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가슴은 강하게 억눌리지만 이럴수록 내가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2023. 12. 3
향해 임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