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거시기 한 ‘똥꿈’>의 끝
개암 김동출
간밤에 말하기 좀 뭣한 똥 꿈을 꾸었다. 누런빛 거시기를 싸고 보니 온 방이 거시기 칠갑으로 그 낭패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혼자서 닦아내며 치운다고 야단법석을 떨다가 잠을 깨고 보니 깜깜한 첫새벽이었다. 조금 전에 꿈길 속에서 꾸었던 엄청난 양의 ‘거시기한 그 꿈’의 자초지종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게 무슨 꿈일까? 예사롭지 않은 예언적인 끔찍한 악몽일까 아니면 평범하지 않은 무슨 예언적인 길몽일까? 망설이지 않고 휴대폰을 켜서 그 꿈의 해몽을 찾아보았다. 내가 꾸었던 그 똥꿈은 「富者가 될 꿈 10가지 중 2번째 속하는 꿈이며 행운이 오고, 하는 일에 도움과 이득, 수익, 연인 ,명예, 유명세 등 좋은 일이 생길 상징이며. 닥친 어려움도 인내와 끈기로 무난히 해결됨을 의미하며 또 행운이 겹쳐서 하는 일이 잘 풀릴 꿈」이란다.
『나와 같은 사람의 꿈해몽 부탁 글 ‘사연’의 읽어 보니 이렇다.「사람들 보는 앞에서 변기에 앉아 똥을 쌋습니다. 고봉밭이라 할 정도로 변기위로 똥이 산처럼 쌓였고,<중략>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나서 바로 화장실에 가서 변을 봤지만 꿈처럼 아님니덩 유유. 복권을 사라는데 마는 건가용? 」 』실제 상황을 지켜보듯 명징한 글의 끝말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까 찾아본 사연자처럼 나도 로또 복권 한 장 사 볼까? 누가 알아? 만약 로또복권이 당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조금 전에 꾸었던 그 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모두 다 버리고, 「나를 생각하는 좋은 님이 나에게 재물이 생길 것을 예언해 준 꿈이 아닐까?」 하는 욕심에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로또 당첨금액을 알아보았다. 지나간 로또 당첨 금액을 살펴보니 1등 1개당 당첨금이 35억 1천 7백여만 원, 2등이 5,862만 8천여만 원, 3등이 158만 원, 4등이 5만 원이다. 참으로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하게 큰 목돈이 아닌가!
다시 로또복권 당첨을 가정(假定)하고 모래성을 쌓기 시작하였다. 만약 거금 35억짜리 1등에 당첨되면 先山에 함박꽃 피는 것이고, 2등에 당첨되면 6천만 원의 공돈이 내 손에 들어온다. 만약 35억짜리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그 많은 공돈으로 무얼 할까? 일단 은행에 묻어 두고 남은 생애의 노후생활 자금으로 쓸까? 지금 받는 연금은 저금하여 손녀들의 학자금으로 돌려놓고, 복권당첨금을 쪼개어 아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 노래 부르는 ‘안마의자’를 구입하고 먼저 한 10억은 우리 부부 몫으로 돌려놓고, 다음으로 아들과 딸에게 각각 5억씩 주고 나머지 10억으로 내가 다니는 성당과 사회봉사단체에 기부할까? 생각하다 늦잠을 잤다.
날이 밝자 우리 동네 인근에 있는 로또복권 판매점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거주지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살날이 다보다 더 많은 아들에게 복권 당첨의 행운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가 간밤에 꾼 부자 되는 그 꿈을 아들에게 팔기로 하였다. 주중에 수도권 공단에서 일하다 내려와 쉬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하였다. 하였다. 느닷없이 "아빠가 부자 되는 꿈을 꾸었는데 네가 살래” 하니 아들이 "그래요 무슨 좋은 꿈 꾸었어요? 그래요. 뭐 내가 사죠.” 하며 기분 좋게 전화를 받았다. 잠시 뒤에 아들이 내게 아버지께 산 꿈값 일금 5만 원을 아빠 통장으로 入金시켰으니 확인해 보라며 기정사실인 듯 못을 박았다. 어디서 좋은 꿈은 얻을 때는 공짜로 얻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마침 오늘이 토요일, 금주의 로또복권 당첨을 방송하는 날이다. 온종일 당첨 결과를 기다리다 방송이 끝난 뒤에 전화로 물어보니 꽝이라고 하여 컬 컬 웃었다. 말없이 잘 살아가는 아들에게 뜸 끔 없는 내 꿈 이야기로 한때나마 헛된 사행심을 심어준 게 아닌가? 하여 마음 한편이 오글거렸지만, 아들은 되레 慰勞라도 하듯「失望하지 마세요. 분명 좋은 일이 올 거예요. 아버지 」 하며 전화를 끊었다.
흔하지 않은 내 똥 꿈의 몽상夢想에 한순간 미쳐 허황한 꿈을 꾸었다. 알뜰살뜰한 아내와 결혼한 지 8년 만에 모든 청년이 열망하는「보금자리 장만의 꿈」을 이루고, 토끼같이 귀여운 두 자매 키우면서 알콩달콩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 녀석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그래, 꿈은 꿈일 뿐이다. 그래도 내 똥 꿈으로 우리 父子가 잠시나마 富者 되기를 꿈꾸며 행복했으니 이것이야말로 대박 중 대박 아닌가? 2022년 5월 28일
첫댓글 파는게 아닌데 잘못 결정하셨어요.
본인이 로또 사셨으면 분명 당첨 됐을거예요.
그래도 5만원은 건지셨으니 다행으로 생각하시고 아드님께 10만원 갚으세요.
이렇게 멋진 수필을 선물했으니까요?
글쟁이게는 모든 것이 글꺼리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