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눈도 뜨기 전에 남편이 목욕을 함께 가자고 한다.
금강산사우나가 시설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가해서 좋다. 나는 두 시간을 탕에 있기가 너무 지루해 30분이나 일찍 나와 난로 앞에서 불멍을 때렸다.
전주콩나물 굴국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속이 시원하고 편안하고 든든했다. 남편에게 크게 대접받는 것 같고, 어디 좋은 곳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춥지만 내친 김에 단풍철에 가고 한참 가지 못했던 소요산 산책에 나섰다. 계곡 아래쪽에 있는 단풍나무 두 그루에 물기가 맺혀 상고대가 피었다. 잎이 지고 가지만 남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숲이 정답다.
소요산에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점심 먹고 무심정사에 에 일년등 접수할 돈을 다시 시내에 나가 찾아왔다. 점심은 엄마가 농사지은 팥으로 칼국수를 끓여 배추 백김치와 먹었다. 남편과 함께하는 매 끼니가 잔치였다.
점심 먹은 후 무심정사에 올라갔더니 이 동네에서 제일 따뜻한 곳은 이곳이었다. 안에서든 밖에서든 이 곳의 풍경은 눈맛이 좋다. 그래서 이곳에 마음놓고 드나들게 된 우리는 큰 호강을 누리고 있다. 적당한 거리와 높이에 있는 포근한 마차산 자락이며 집 뒤의 숲속의 속살도 눈을 편안하게한다. 길상원 마당에 햇살이 참 맑고 따뜻했다.
길상원의 연탄난로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무엇이든 구워먹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귤을 구워먹고 가래떡도 구워 토종꿀에 찍어먹었다. 어떤 이들은 고기를 구워먹고 밤도 구워 먹는다 한다. 법사님은 잘 드시지않는다며 갈치 속젓을 기어이 챙겨주셨다. 출타중이신 스님은 뵙지 못하고 법당에 연등접수를 해놓고 집으로 내려왔다. 스님이 못하시는 설법을 술과 담배를 하는 법사님이 멋지게하고 계신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인자네 집에 들려 본훈이랑 넷이서 인동초와 레몬그라스로 차 한잔을 했다. 사람들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매개체로는 차 만한 것이 없다. 찻자리를 열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우리 부부는 군대 가는 본훈이를 한 번씩 안아주고, 훈련소 가면서 점심이나 한 끼하라며 오만원을 주고 왔다.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여유롭고 부자가 되었는지 나는 알고있다. 앞으로 더 큰 부자가 되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저녁은 엄마가 주신 김치와 무우를 썰어넣어 엄마가 만들어주신 청국장을 넣어 끓였다. 인자가 준 시금치로는 나물을 했다. 봄동을 갈치 속젓이랑 쌈을 싸먹으니 맛이 일품이었다. 또 우리는 만찬이었다.
반가운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정씨랑 내일 10시에 만나 소요산 산책을 가기로 약속했다. 크리스마스날에는 두 부부가 점심을 함께 먹기로 약속했다.
요즘 내가 누리는 풍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나의 마음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나는 조화, 평화, 완벽한 건강상태, 질서, 사랑을 비롯해 아름다움과 풍요, 안전, 영감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진리를 삶에서 확언하면 잠재의식이 깨어나 모든 힘과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압니다."
첫댓글 안녕!
글을 참예쁜게 잘 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