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랑의 자물쇠 다리를 종종 본다. 우리나라 창원 저도의 콰이강의 다리에 있는 사랑의 열쇠 표지판에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으신가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콰이강의 다리를 바라보며 사랑의 하트에 자물쇠를 걸어 보세요.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열쇠 수거함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사랑의 자물쇠나 열쇠에 대한 열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바람이다. 자물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리의 난간이 무너진 파리 센강 퐁데자르 다리, 독일 쾰른 라인강의 호엔촐레른 다리, 베트남 다낭 한강의 사랑의 자물쇠 다리와 중국 황산 풍경구 비취 계곡의 정인교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엮어진 사랑을 풀 수 없도록 열쇠를 버리는 것은 비슷하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자물쇠를 원하면서도 언제라도 풀 수 있는 열쇠를 원하는 것이 인간이다.
자물쇠와 열쇠는 물리적으로 함께 한다.
자물쇠를 설계할 때는 열쇠를 생각한다. 일반적인 실물 열쇠와 번호나 전기·전자식 열쇠 등 열쇠의 종류, 하나의 열쇠 또는 마스터키 등에 열리는 잠금 해제 메커니즘을 설계한다.
자물쇠와 열쇠의 물리적 관계를 알고 그 사유를 사람의 마음까지 확장하다 보면 마스터키를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을 열고 진정한 자아를 볼 수 있으며 타인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싶어 한다.
삶은 문제를 선택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개인과 조직은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다. 공급과 수요가 살아 숨 쉬는 자본주의에서는 더하다. 교육은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정책과 정치는 수요자인 국민의 마음을 열고 얻을 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수요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교육계는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바깥에서 보면 철밥통 같기도 하고 고인 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자세히 보면 자존심과 생존을 걸고 경쟁한다. 학생이 없는 학과나 대학은 존재 이유가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교육과정과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전문계고와 대학은 학과 개편을 자주 한다. 심지어 학교명도 바꾼다.
신입생 유치와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체 학과와 학교명까지 바꾼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과를 신설하고 인기가 없는 학과는 폐지하거나 새로운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편했다.
내가 속한 학과는 소재설계가공과로 개편했다. 재료처리 중심에서 로봇 용접과 3D프린팅 등 설계가공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바꿨다. 신입생 모집과 취업 결과를 기준으로 성공적이라 평가 받았다. 학과 개편이 학생과 학부모, 기업체 사장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였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학교 홍보나 기업체에 갈 때마다 느꼈다. 마음의 마스터키가 있다면 내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그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을 간절하게 찾을 때가 있었다. 내가 담임한 학생 중 가정 사정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를 싫어하는 학생이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보통의 학생인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부모는 학생을 등교시키기 위해 학교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했다. 삼월부터 시월까지 학부모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찾았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어 자퇴에 동의했다. 자퇴서를 제출하고 교실의 사물함에서 책과 소지품을 챙기던 학생의 어머니는 사물함을 붙잡고 울었다. 부모와 달리 덤덤한 학생을 보면서 마음 하나 붙잡을 수 없는 나의 무능함에 자괴감이 들었다.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었다면 학생의 마음을 열고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희망과 방법은 존재한다.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수리공』의 안오일 작가의 글을 인용한다. ‘마음 자물쇠의 모양은 다양합니다. 크기도 다 다르지요. 그 모양과 크기는 우리 각자가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싶을 때 어떻게 하냐고요?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면서 내 마음속 자물쇠까지 풀어 주지요.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는 여러분의 손에 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2024.8.8. 김주희
첫댓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의 열쇠는 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월을 두고 두고 노력하면 열릴 수 있습니다. 회장님 글을 늘 쓰시어 감사합니다. 더욱 매진하여 뜻을 이루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