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에 몸을 맞추는 재단사 이야기
어떤 사람이 사업이 잘 되어 돈을 좀 벌자 새 양복을 한 벌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
한 재단사 줌바흐에게 찾아가 치수를 재고 난 며칠 후에 옷을 가봉하러 갔습니다. 새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선 그
사람은 오른쪽 소매가 왼쪽보다 2인치쯤 더 긴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저,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이쪽 소매가
2인치쯤 길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고객한테 이러쿵저러쿵 말을 듣는 것이 딱 질색이던 그 재단사는 우쭐대며 말했습니다.
"손님, 양복은 잘못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분명 손님게서 안 좋은 자세로 서 계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줌바흐는 양쪽 소매 길이가 똑같아질 때까지 그 남자의 한쪽 어깨를 억지로 밀어 올렸습니다. 손님이 다시 거울
을 보자, 이번에는 목 뒤로 볼록한 주름이 잡혀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말했습니다.
"줌바흐 씨, 내 아내는 양복 뒤가 볼록 튀어나온 것을 아주 싫어한답니다."
줌바흐는 분개하여 씩씩거렸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양복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손님 자세 때문이라니까요!"
줌바흐는 이렇게 말하면서 양복이 맞을 때까지 그의 머리를 무례하게 앞으로 잡아당겼습니다. 결국 그 사람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 나서 심란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날 저녁 무렵, 그는 어깨를 기우뚱하게 늘어뜨리고 머리를 억지로 앞으로 내민 채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습니
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의 양복 깃을 만지며 말을 걸었습니다.
"정말 멋진 양복이군요! 줌바흐 씨라면 당신에게 딱 맞는 옷을 해주리라 믿었죠."
"아, 네에 …… 그런데 줌바흐 씨가 만들었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줌바흐 시처럼 솜씨 좋은 사람만이 당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딱 맞는 옷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경로 우대자라는 옷은 내게는 분명 줌바흐가 잘못 만든 양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 밤 나는 뉴욕으로 가는 기
차 안에서 늙어간다는 생각이 어디에서 오며, 노인이 된다는 것이 왜 그렇게 불명예스럽게 느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이 과정을 두려움과 상실감과 불활실한 느낌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왕에
피할 수 없다면, 이것을 영적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물
었습니다.
'나이듦을 자각하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지난 35년 동안 의식 문제에 많은 시간을 보
냈고, 영적인 지혜에 뿌리를 둔 영혼의 시각을 키우는 일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그런 내적인 일들의 결과물로 새로운 삶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띤 나이듦의 문제를 고찰하기 전에, 우리 문화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들을 오랫동안 끈질기게 살
펴보아야 했습니다. 내가 이전에 행한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일들 덕분에 나는 이미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
습니다. 바로 어떤 것에서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것을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곤경
을 통해서만 줌바흐가 잘못 재단한 양복과 같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 <책.성찰 : 람 다스 지음 : 강도은 옮김 :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