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루체른(Luzern)은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니지만 맑고 깨끗한 루체른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또한, 가까운 곳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의 산이 있어 알프스의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스위스 여행의 시작으로 나는 루체른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찾아간 곳은 루체른의 상징인 카펠교(Kapellbr?cke). 1333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로 다리에는 17세기의 화가 하이리히 베그만이 그린 110장의 패널화가 결려 있다. 루체른 호로 이어지는 로이스 강에 세워진 카펠교는 특이하게도 지그재그 형태로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카펠교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래의 사진은 카펠교에서 가까운 곳에 놓여 있는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곳에서 바라본 카펠교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로이스 강은 너무도 맑고 투명하여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 맑은 강물 위에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는데 참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카펠교 옆에 우뚝 서있는 팔각형 모양의 건물은 물의 탑(Wasserturm)이다. 원래는 급수탑으로 지어졌으나 나중에는 감옥, 고문실, 파수대, 보물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카펠교 입구의 모습. 카펠교를 통해 강 건너편으로 이동했는데 오래된 목재 다리임에도 깔끔한 외관에 삐걱거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저히 700년 된 다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 행선지는 호프 교회. 루체른 호수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가로수길을 따라 호프 교회로 이동했다.
호프 교회(Hofkirche). 2개의 고딕식 첨탑을 가진 교회로 735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으나 1645년 후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건축되었다.
호프 교회 내부의 모습.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수수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수수한 내부 모습이었으나 좌우에 자리잡은 제단들만은 화려한 금장식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교회 출입구 위쪽에 위풍당당하게 자리잡은 파이프 오르간. 1640년에 4950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졌으며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자랑한다고 한다.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 가는 길에 보이는 호프 교회의 모습. 주변 경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모습에 사진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빈사의 사자상(L?wendenkmal). 호프 교회 앞 뢰벤 거리를 따라 300미터쯤 지난 곳에 위치한 암벽에 조각된 커다란 사자상으로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가 죽은 스위스 용병 786명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이다. 1821년에 덴마크의 유명한 조각가 토르발센(Thorvaldsen)이 제작했으며 심장을 찔린 사자가 부르봉 왕가의 문장인 흰 백합의 방패를 마지막 순간까지 사수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빈사의 사자상 앞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많은 수의 중국 및 인도 단체 관광객들을 마주쳐야 했는데 원하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끊임없이 밀려드는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여기서 마주쳤던 엄청난 수의 인도 관광객들은 나중에 인터라켄에서 다시 조우하게 됐는데 흡사 메뚜기 때의 습격을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유럽 중에서도 가장 물가가 비싼 스위스가 중국과 인도 관광객들의 주 활동 무대가 된 것을 보니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전통적인 스위스 스타일의 어여쁜 집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OLD SWISS HOUSE'. 독일에서 볼 수 있는 전통 가옥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데 독일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스위스가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루체른의 주요 볼거리들은 다 둘러봤다. 이 장면에서 혹자는 '애걔, 이게 다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루체른의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루체른 호수(일명 피어발트슈테터 호수)'. 루체른 호반의 벤치에 앉아 있으면 전방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모습에 자연스럽게 정신줄을 놓게 되는데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호반의 벤치에서 보는 전경이 마치 거실 벽에 멋진 그림을 걸어 놓고 소파에 앉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는데 다음의 사진을 보면 이런 느낌이 조금은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아래의 사진은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보이는 그대로 무성한 나뭇잎과 호숫가 산책로를 포함하여 사진에 담아 본 것인데, 나뭇잎과 산책로가 마치 액자의 틀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매혹적인 루체른 호수의 풍경에 푹 빠져 보도록 하자.
루체른은 화련한 야경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은은하게 조명을 밝힌 카펠교는 너무나 우아하며 그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굉장히 낭만적이다. 아래의 사진은 삼각대도 없이 15초간의 장기 노출을 통해서 힘들게 얻은 사진인데 이 사진을 얻기 위해 한참을 씨름해야만 했다.
카펠교는 낮에 건너는 것보다 밤에 건너는 것이 분위기도 있고 좋았는데 아무래도 조명발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낙서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꼭 이런 곳에 남겼어야만 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2010년 2월 23일에 다녀가신 종창, 희성, 진희, 미니, 건엽, 연희씨 꼭 그랬어야만 했나요?
또한, 1993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일부 패널화가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 있는 안타까운 모습도 볼 수 있다.
2박 3일간 머물렀던 루체른은 스위스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조용하고 쾌적하여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곳이 바로 루체른이 아닐까 한다. 스위스를 방문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루체른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록 맑고 투명한 루체른 호숫가에서 느꼈던 그 편안한 행복감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처: 내 기억의 편린들 원문보기 글쓴이: 늘푸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