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김정현 신부(안동교구 정상동성당)
폭풍 속으로 모여주신 많은 신부님들, 우리 형제자매님들 한마음으로 이 시간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린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공적으로 그 형태를 변형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자연스럽도록 가꾸어 나갈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역시 굽이치는 강줄기가 막힘없이 유유히 흘러 곳곳에 생명을 싹틔우고 생명이 자라도록 하듯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줘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원래의 그 모습,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자연과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누가누군지 구분하기가 힘이 듭니다. 워낙 많이 뜯어 고치고 나오니 원래의 그 모습을 알 수가 없습니다.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뜯어고치지만 그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고 합니다. 또 뜯어 고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조인간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니 ‘역시 자연산이 좋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자연산을 좋아하면서 자연을 자연그대로 두지 않고 파헤치는데 앞장서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머지않아 ‘자연 역시 자연그대로가 좋은 것이구나!’하고 바보 도 통하는 소리를 스스로 할 날이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할 당시 대구신학교는 앞산 밑 봉덕동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신학교 뒷문을 나와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앞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나왔습니다. 외출을 할 수 없는 날에는 학교 운동장을 뛰어 다니며 체력을 단련 시켰지만, 외출이 가능한 날에는 ‘단합대회’라는 이름으로 끼리끼리 모여 등산을 자주했습니다.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이 바로 앞산입니다.
어느 날 등산을 마치고 돌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날 논쟁의 중심이 서 있던 것은 푸른 산 중턱에 덩그렇게 박혀 있던 '자연보호' 표지판이었습니다. 시내 중심에서도 볼 수 있도록 설치된 것이기에 그 크기가 얼마나한 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제가 다음과 같은 말로 오늘 등산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싱그러움을 한껏 전해주는 산은 참으로 고마운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오늘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자연보호’라는 글씨가 새겨진 표지판은 그 아름다움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함께 갔었던 동료 중 한 사람이 자신은 그 반대 생각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 중턱에 그렇게 쓰여 있는 ‘자연보호’라는 표지판이 있음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보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고, 그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자연을 더 보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표지판이 오히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있다는 저의 주장과 오히려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는 동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 동안 지속되었고 끝까지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하다가 자리를 파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안동 교구 사제로 살고 있고, 논쟁이 붙어 언성을 높였던 그 동료도 모교구의 사제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 동료를 만나면, 그리고 그 동료가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처럼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파헤쳐진 산과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것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지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죽인다면 그 화는 나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 폭설, 한파는 물론 지진과 해일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 가고 있음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듯이 사람과 자연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우리 인간의 욕심이 자초한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의 핏줄이 막히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막힌 것은 언제가 터져 큰 아픔을 줄 것이고, 잃어버린 아름다움은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파괴하고 죽이는 사업입니다. 죽지도 않은 것을 죽었다고 수술대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과오들은 바로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인 소통부재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 이 나라는 불통 천지입니다. 있는 자와 없는 자, 남과 북, 인간과 자연의 불통지수는 날이 갈수도록 높아만 지고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무시하고 내 식대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시원스럽게 잘한다고 박수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막힌 것은 뚫어 시원스럽게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4대강 댐도, 남과 북의 벽도, 이 땅의 불통의 벽도 허물어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4대강 댐 허물어서 모든 강에 생명을, 남북대화 되살려서 온 누리에 평화를, 민주정부 수립해서 만민에게 인권을 되돌려 주도록 오늘도 열심히 두 손 모아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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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드리고 나서 도란도란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 꿈들이
마음속에 다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