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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자유게시판 스크랩 네이키드 퓨처
김진철입니다 추천 0 조회 45 14.09.22 03: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네이키드 퓨처

저자
패트릭 터커 지음
출판사
와이즈베리 | 2014-09-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빅데이터의 권력을 이용할 것인가? 이용당할 것인가?사물과 사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영어의 네이키드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나 분위기는 비교적 일관적이죠. 노먼 메일러의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에서, 작가의 의도는 생과 사의 갈림길 앞에 살의, 적의, 생존 본능, 이타심, 이기심 등 아무 가림막 없이 드러나는 민낯 그대로의 인성과 영혼을 표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가릴 것이 없다, 숨길 것이 없다는 건 마냥 칭찬하거나 좋은 의미만은 아닙니다. 세상의 때가 비교적 덜 묻은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그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을 보고 민망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죠. 가릴 것은 가리고 때로는 고쳐 가면서 다녀야, 타인에게도 덜 민폐를 끼치는 셈입니다.

이건 순전히 정중한 관점에서만 이야기한 것입니다. 가릴 것을 가려야 한다는 건,  일차적으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목적입니다. 나의 정보가 어떤 안전 장치나 필터 없이 공개되고, 상업적 목적이나 기타 불순한 의도로 공중(公衆)에 떠돌아 다닌다면, 아직까지 개인의 독립성와 존엄을 최고로 삼는 현대인들에게, 이만큼 큰 충격이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위시한 정보화 혁명이 본격 시작된 건 금세기 초의 일입니다. 당시만 해도 아무 사이트에나 가입하지 말라, 비밀번호는 쉽지 않은 것으로 설정하라, 정도가 개인 정보 관리, 보안상의 상식이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제작되어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도 이맘때의 일이죠. 당시만 해도 거리에 산재한 CCTV가 (범죄자 아닌 일반 시민의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간이 제기되었을 뿐, 곳곳에 숨겨진 칩이나 센서로 개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이를 통해 어떤 맥락이나 스토리(허위이든 진실이든 무관합니다)가 구성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선 이들도, "저건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며, 받은 충격을 달래고 완화할 뿐,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나 적나라한 위험의 예고편이라고 여긴 이는 거의 없었을 줄 압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명탐정들이 언제나 고민해 오던 건 바로 자료의 부족이었습니다. 아무리 명탐정이라도, 벽돌 없이 집을 지을 수는 없다던 홈스의 탄식은 유명하죠. 그런데 이제는, 명탐정이 아니라도 단말기와 전산 처리 장치에만 접근할 수 있다면, 학부생이라도 지구 반대편의 가장 은밀한 사정을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중대한 정치적 격변을 예측할 수 있게까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 기관이나 정부에서 예측해 오던 것은 "A이면 B"식의 단순 인과 관계 경로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개별 확률 역시 다 계산되어 밝혀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사태만 제외하고는, 이런 예보된 확률은 맞히는 경우보다는 빗나가는 일이 더 잦았습니다. 인간의 이성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추론에도 오류가 개입하기 마련이므로, 가능한 한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만족해야 한다는 이른바 "만족 모형"도 이때 등장했죠. 하지만 만족 모형은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나 만족시킬 수 있을 뿐이었고, 만족보다는 자기 위안이나 합리화에 가까웠습니다.

이제 빅데이터라는 놀라운 실체의 탄생 덕분에, 예측은 보다 체계화하고, 실용적 결과의 달성과 도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래의 단순 경로 예측과 이를 토대로 한 확률 계산은, 보다 정확하고 실제적인 값으로 수렴해 갈 수 있습니다. 확률에는 (현실감 없는) 모든 경우의 수를 모집합으로 한 "고지식한 확률"이 있고, "일반적으로야 그렇지만, 바로 너라는 특수한 경우에는 확률이 이렇게 재조정돼."라며 맞춤형 값을 일러 주는 "조건부 확률"이 있습니다. 수학자 베이즈가 처음 이론적으로 정립하여 발표한 이 확률은, 근세 블레이즈 파스칼 이래 가장 유의미한 이론적 발전이었으나, 그 전제가 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분명히 특화되지 않으면, "일반적 확률"보다 더 유익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빅데이터라는 "유효하고 수적으로 넉넉한 조건"의 수집이 가능해진 현재에서는, 이제 개인별로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그저 전자책 기기인 줄로만 알았던 아마존 킨들은, 알고 보니 전자책을 읽는 독자의 개인 취향을 일일이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읽고 마는지, 책의 어느 부분에 주로 밑줄을 치는지, 킨들은 정확한 사항을 유저의 인적 정보와 함께 본사의 서버에 전송합니다. 나의 가장 내밀한 순간이 베조스의 개인 장부에 실시간으로 그 추이와 함께 기록되고 있었다는 거죠. 아마존닷컴의 입장에서, 고객의 성향과 장래 무엇을 구매하고 수요하며 욕망할 것인지의 그 모든 사정이 실시간으로 보내져서, 그냥 주먹구구식 감으로 그려지는 게 아니라, 분명한 근거와 논리적 절차에 의거하여, 회사에 확실한 장래 수익을 안겨다 줄 단단한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친분 있는 이에게, 그리고 친분은 없으나 나를 볼 수도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이게 나의 모습입니다."하고 내 보여 주는 매개이자 통로입니다. 이 유용한 사이트에 가입할 때, 저커버그의 분신일 지도 모르는 기계어의 논리가 빈 양식을 채우라고 자꾸만 요구합니다. "출신 학교는? 직장은? 사는 곳은?" 대외적으로 공개는 않을지언정, 당신의 소셜 액티비티를 대신 수행하거나 최소한 도와 주는 나만은 알아야겠다는 듯, 집요하게도 요구합니다. 사람이 아닌 기계인데 뭐가 어떨까 싶지만, 무심히 입력하는 순간 나의 일부인 개인 정보는 옷을 다 벗은 채 주인의 치부를 여기저기 노출하며 부지런히 그 누군가에게 달러와 유로를 벌어다 주고 다닙니다.

사물에 달린 센서와 칩이 중앙정보처리 장치에 정보를 보내고, 이를 토대로 나의 편의와 쾌락이 증진되는 건 정말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특히 개인의 의료 문제에 있어, 사전 사후에 소요되는 그 번거롭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절차와 노력을 말끔히 덜어주다시피하며, 그 정확성(다른 것도 아닌 내 몸의 건강에 관한 사항이니, 정확도라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요!) 역시 종래의 원시적인 방법과 비길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적적인 효용과 편의 못지 않게, 나의 존엄과 가치가 시장 화폐 단위로 환산되어, 이리 팔리고 저리 유통된다는 사실입니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 변수에 싸여 있습니다. 미래의 본질은 "불가측성"이라고 해도 됩니다. 이런 미래가, 데이터의 연쇄라는 거의 확실한 콘베이어 벨트에 실려 투명한 용기에 씹어 먹기 좋은 형태로 가공된다면, 그건 실로 놀라운 기적이라 불러 줘도 됩니다. 마냥 도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이미 우리 곁에 현실화한 모습으로 일부 다가와 있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네이키드한 차림으로 대로를 활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취향, 우리의 은밀한 쾌감, 우리의  열정을 쏟을 대상, 우리의 체온.... 이 모든 것의 단순합이 우리 자신 바로 그대로일 수는 없습니다. 보다 진지한 반성과 성찰, 편익에 대한 비판적 시선, 자본주의가 자체의 숨은 계산에 따라 교묘히 제시하는 유혹에 내 자신을 그대로 맡기지 않는 선택과 각성이,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벌거벗고 다니는 생각 없는 대중 속으로 매몰하지 않는 길입니다. RFID는 진공 청소기나 아이팟에 얼마든지 붙여도 됩니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 영혼에 어떤 식별표를 붙이는 그 순간, 우리는 아무 가치 없는 화폐 적출 대상으로 기업에 이용되고 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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