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에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던 때에”라고 되어 있는데, 다윗이 굴에 피한 사건은, 사울의 추격에 다급한 나머지 이웃나라 블레셋으로 도망갔다가 그곳 역시 안전한 곳이 못됨을 알고 도망쳐 나와 아둘람 굴에 피한 적이 있었고(삼상 22:1), 그 이후 엔게디 굴에 숨어 있기도 했다(삼상 24:1-3).
그런데 1절 말씀을 보면, “내 영혼이 주께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서 --- 피하리이다”라는 말을 했다. 분명히 동굴 속에 숨었지만 그는 여호와께 피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표현들을 시적, 은유적 의미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보다는 영적으로 모든 사건을 바라보는 다윗의 관점을 그대로 서술한 것이라도 해야 합당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다윗은 동굴에 숨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님의 보살핌 속에 있는 것이며, 여호와가 피난처가 되었기에 주께 피한 것이다. 이것을 신약적으로 표현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용서 안에 있기에 정죄함이 없는 세계에 있다는 말이다.
다윗은 자신이 원수에게 쫓겨 피해 다니는 상황에서도 단순히 육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그는 지금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사단에게 쫓기고 있고, 그 무서운 추격에서도 주께 피했기에 평안히 찬송하며 감사와 경배를 드리고 있다.
2절에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이루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내 뜻대로 해 주시는 하나님’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결코 그런 말씀이 아니다. 이것은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서 다윗에서 언약하신 대로 이끌어 가시는 상황을 믿으며 그 전제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다윗은 이미 어린 시절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부음 받았고, 사울은 왕의 자리에서 추방되도록 약속하셨기에, 다윗을 해하려는 어떤 세력들도 그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이루시는 하나님”이란 말은, 지극히 사소한 것 하나라도 주님이 약속하신 것이라면 어김없이 성취시키시는 그 능력을 묘사하는 말씀이다. 인간의 욕망과 기도를 다 이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주님의 자기 언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행하시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인자와 진리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신다(3절).’ 이런 하나님의 작업이 없이는 그 어떤 인간도 구원될 수 없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가 없이는 그 누구도 죄에서 해방될 수 없으며, 지옥의 형벌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윗이 스스로의 재능과 지혜로 원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미 그 아들을 예비하셨고, 그 아들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죄에서 건짐 받아 왕의 자리에까지 등극하게 된다.
세상 모든 사건들이 다 주님의 뜻을 표출하시는 도구들이다. 따라서 다윗이 대적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 다니고, 그런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피할 길을 주시고 그 생명을 보살피시는 모든 일들이 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승리를 보여주시는 계시 사건이다.
5절에 나타난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라는 고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고백이 아니다. 생각해 보라. 원수에게 쫓겨 다니는 사람이 원수의 손아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주의 영광’을 운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솔직하게 바라는 것은 원수를 멸하셔서 더 이상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이 되기를 기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는 자신이 권좌에 올라 모든 사람이 자기에서 머리 숙여 복종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윗은 여전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굴에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확신하면서 기쁨과 감사의 찬송을 드리고 있다.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7절) 라는 구절이 바로 이와 같은 다윗의 심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내가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오며 열방 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9절) 라는 말은, 세상 만민이 다 감사와 찬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은혜를 받은 자는 다윗같이 감사와 찬송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치 옥중에서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며 기뻐 찬송한 것처럼(행16:25).
10절에서는 ‘주의 인자가 하늘에 미치고 주의 진리는 궁창에 이른다’고 했다. 이것은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세상을 가득 메웠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에 감사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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