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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운 정부의 목을 베 유리 단지에 보관...
그는 사생아들을 숱하게 퍼뜨렸지만, 그중 단 한명이라도 죽으면 몹시 언짢아했다.
의료 시설이 전무하던 때라 자연사하는 것이야 막을 도리가 없었지만, 엄마의 관리 소홀로 사생아가 사망할 경우에는 그 엄마 역시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메리 해밀턴(Mary Hamilton)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스코틀랜드 여성으로, 표트르 대제의 오랜 정부였다.
하지만 표트르 대제가 싫증을 느끼자 그녀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황제의 측근들과 눈이 맞았다.
그녀는 그들과 밀애를 즐기다 아이가 생기면 거리낌 없이 낙태시키곤 했다.
그들 가운데 오를로프(Orlov)라는 시종이 있었다.
그는 걸핏하면 메리에게 돈을 요구했다.
메리는 돈이 떨어지자 황후의 보석 상자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보석이 하나 둘 사라지자 황제가 직접 그녀를 잡아들여 심문하기 시작했다.
집요한 심문에 그녀는 결국 모든것을 털어놓았다.
" 뭣이라고? 임신했던 아기들을 모두 죽였다고?"
" 용서하시옵소서. 폐하! 다시는 절대 그런일이...."
" 닥쳐라! 네가 죽인 배속의 아이들 가운데 내 아이들도 있을 것 아니냐?"
" 흑흑....... 물론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야....."
황제는 보석이야 또 귀족들한테 빼앗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정부와 간통한 시종들도 처형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낙태시킨 사생아 가운데 자신의 아이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용서의 여지가 없었다.
" 어쩔 수 없군. 끌어다 목을 베도록 하라!"
표트르 대제는 사형 집행장까지 직접 따라갔다.
" 잘 가거라. 영원히 이별이군!"
그는 천연덕스럽게 메리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
사형 집행관이 그녀의 머리를 묶어 목을 길게 빼도록 한 다음 눈가리개를 씌웠다.
사형대 밑에 모여든 구경꾼들은 숨을 죽였다.
곧 높이 쳐든 칼이 짧게 번쩍이더니 그녀의 머리가 툭 - 하고 떨어졌다.
표트르 대제가, 잘려 나간 옛 정부의 머리를 집어들고 구경꾼들에게 말했다.
" 이것 봐. 사형 집행관의 칼 솜씨가 정말 훌륭하지?"
그는 피범벅이 된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입술에 또 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했다.
그러고는 진흙 바닥에 머리를 홱 던지더니 휘적휘적 걸어 나가며 측근들에게 말했다.
" 자. 우리 맥주 한잔 하러 가지"
황제는 나중에 시종들을 시켜 메리의 잘린 머리를 알코올 유리 단지에 넣어 길이길이 보관하도록 지시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표트르 대제는 아내나 정부들이 바람을피우면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리고 함께 바람을 피우다 들킨 남자는 반드시 찾아내 사형시켰다.
그의 두번째 아내는 원래 리투아니아 하녀 출신의 예카테리나였다.
이 남자 저남자의 첩으로 떠돌아다니던 그녀를 표트르 대제가 빼앗아 황후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황후가 배은망덕하게도 영국 외교관 출신 황실 외전관 윌리엄 몬스(William Mons)와 어설프게 내통했다가 들통이 났다.
표트르 대제는 화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 그놈을 당장 체포해 목을 베어라. "
" 어떤 죄목을 씌울까요? "
" 그거야 당연히 뇌물수수지죄지....."
간통한 사람에게 왜 하필이면 뇌물수수죄를 뒤집어씌웠던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표트르 대제는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감히 자신의 의전관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모든 여자들은 자신을 하늘같이 우러러보고 선망해야 마땅하거늘.....
그래서 간통죄 대신 뇌물수수죄를 뒤집어씌우게 된것이었다.
황제로서의 품위도 지키고 놈도 죽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황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목을 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목을 벨경우. 그 위대한 황제가 아내에게 바람맞았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다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뇌물수수죄를 적용한다는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황후가 돈이 없어 뇌물을 받아먹고 살아야 할 정도의 나라라면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를 뭐로 보겠는가?
어느날 황후가 침실에 들어서다가 화들짝 놀랐다.
" 앗! 웬 잘린 머리가 이 방에......"
자신과 내연의 관계였던 의전관 몬스의 잘린 머리가 알코올 유리 단지에 들어가 자신을 노려보고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한 짓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그걸 치워 놓자니 황제가 또 어떻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없이 매일 밤 잘린 머리가 든 유리 단지를 침실에 놓아둔 채 잠을 자야 했다.
그러면서도 냉정일 잃지 않았다.
마침내 황제도 지쳤는지 어느 날 유리 단지를 치웠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뒤, 러시아 미술박물관을 보수할 계획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예카테리나 대제는 깜짝 놀랐다.
" 꺅! 웬 머리 한 쌍이 알코올 단지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고?"
" 그건 표트르 대제 말년부터 전시되어 온 것이옵니다. 놀라지 마시옵서서."
잘린 머리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은 뒤에서야 예카테리나 대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출처:세계를뒤흔든광기의권력자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