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친구들 모임에서 더 나이들기전에 지리산 종주 한번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들 의기투합하여 5월25일 저녁에 기차를 타고 무박2일 코스로 지리산 종주를 약속하고 15일전 오전 10시에 대피소 예약을 해야된다고 하여서 5월11일 9시부터 컴터를 켜고 컴터앞에 앉아 있는데 접속자가 너무 많아서 아예 싸이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예약시간이 지나가버려 포기하고 있었는데 50대 이상은 예약을 안해도 대피소 복도에서라도 잠을 잘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기차표를 예약할려고 하니 웬걸 기차표도 입석밖에 없다네ㅠㅠ~~이러코롬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을줄이야~
원래는 부부동반으로 갈려고 하였는데 남푠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포기를 하고 여고동창(정애,종이,예숙,나)넷이서만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우리도 결심은 하였지만 걱정반,기대반,설렘반으로 마음을 확고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좌석도 없이 어떻게 입석으로 장시간을 달려 산행을 한단말인가 핑계거리도 있는데 걍 포기해버릴까(?) 하다가 어려운 결정을 하였는데 실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오수에서 같이 합류하기로 한 무림에게 전화를 해서 무림이네서 머물다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하고 시간을 앞당겨 오후2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를 거쳐 무림이네로 출발~~
6시쯤 집도 그림처럼 예쁘고 이름도 아름다운"꽃재별서" 무림이네 집에 도착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어머님께서 지으신 찰밥과 무림이가 산에서 채취한 웰빙나물에 삼겹살을 싸먹으며 갖가지 향기좋은 담금주를 반주삼아 호호깔깔 이야기꽃을 피우다 11시쯤 잠자리에 들어 잠시 눈을 부치고 새벽1시30분에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각자 짐을 꾸려 꼬불고불 산길을 달려 오수역으로 고고씽~~ 지리산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차가 연착이 되는듯 하다 한참 시간을 초과하여 기다리던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고 차를 탔는데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에,짐에 기차속 풍경이 피난행렬을 방불케 한다 남원 곡성을 지나 구례역에 도착 성삼재행 버스로 갈아타고 한 40여분을 달려 목적지 도착 4시부터 랜턴을 착용하고 캄캄한 밤길을 걷기시작~ 한시간을 걸어서 노고단에 도착하니 어둠을 가르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고 또 목적지를 향하여 행진~~
한참을 걷다보니 굽이굽이 산등성이마다 연초록빛 물결로 아름답게 펼쳐진 지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은 넓다란 분지 같이 생긴 토끼봉에서 포즈한번 취하고 찰칵~ 10시쯤 연하천에 도착 약숫물에 목을 축이고 잠시 쉬었다 벽소령을 향하여 출발
원래 계획은 벽소령에서 1박을 할예정이였는데 다들 컨디션도 좋고 시간상으로도 세석까지는 무난히 갈것 같다 12시반쯤 벽소령에 도착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세석 대피소를 향해 가는데 왼쪽 무릎옆이 간헐적으로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세석대피소를 목표로 강행군을 하는데 점점 더 상태가 심각하다 힘겹게 6시쯤 세석 대피소에 도착하여 야영장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해먹을려고 앉아있는데 저녁도 되고 고지대라 그런지 바람도 불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대피소에 잠자리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야영준비도 없이 밖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수없는 상황이다 신속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정애,종이가 대피소 상황을 알아보고 연락하기로 하고 대피소로 올라갔는데 조금 있으니까 얼른 짐을 꾸려서 대피소로 올라오란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 대피소 안에 들어가니 마침 아픈사람과 그 일행에게 대피소안에서 잠을 잘수 있는 우선권을 준단다 내 아픈 다리덕에 먼저 잠자리를 얻을수 있었다 휴우~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그것도 잠시 이젠 한발자욱도 움직일수 없을정도로 다리가 아픈데 내일 어떻게 산행을 한단말인가 암담함에 잠도 안오고 걱정이 태산이다 무림이가 자고 나면 나을수도 있으니까 넘 걱정말고 자라고 하는데도 잠은 안오고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에 더더욱 잠을 잘수가 없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새벽 5시쯤 잠이 깨었다 5시 17분에 해돋이를 볼수 있다는데 다들 피곤한지 갈생각을 안한다 난 아픈 다리를 살짝 구부려보니 통증이 없다 그래서 일어나서 걸어보니 걸어도 통증이 없다 어젯밤엔 헬기신세를 지는줄만 알았는데 얼마나 다행인가 심하게 아픈 다리가 하룻밤사이에 멀쩡해질수가 있다니 지리산 산신령님이 나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을까나??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30분에 우리는 장터목 대피소를 향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그런데 슬비아빠가 우리들을 위해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리를 하였는지 무릎이 안좋다고 먼저 하산 하신단다 우리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슴에 안고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장터목을 향하여 가는데 우째 또 내 아픈 다리가 심상치가 않다 장터목까진 겨우 도착을 하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천왕봉을 오르는건 무리가 될거 같다 목전에서 포기를 해야하다니 오호! 통재로고!! 그래도 내려갈것까지 생각하면 욕심을 버려야 하느니라 마음을 비우고 친구들만 천왕봉을 오르기로 하고 난 장터목에서 쉬기로 하였는데 짠~ 하고 구세주가 나타나셨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면 절대 안된다는 어느 산악대장님의 도움으로 근육이완제에 진통제를 먹고 바르는 약에 무릅보호대까지 하고서 낙오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천왕봉을 무난히 올라 멋지게 인증샷을 날릴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을정도로 두고두고 잊지 못할것만 같다
목적지를 정복하고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와서 백무동코스로 내려오는데 이곳은 순전히 내리막길에 돌길이 끝까지 이어져서 힘들고 지루하게 걸어내려온 기억밖에 없는것 같다 5시에 하산하여 먼저 내려온 슬비아빠와 합류하여 전문가도 아니면서 24시간을 넘게 산을 탄 감동적인 쾌거를 돼지고기두루치기에 막걸리로 영양보충도 할겸 축하파티를 하고 집에 올려고 하는데 하룻밤 더 묶고 가라는 슬비아빠의 정감어린 호의가 고마워서 인월행 버스를 타고 남원을 거쳐서 임실 무림이네 집으로 되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싱싱한 꽃게찜으로 저녁을 먹으며 지리산 여독을 풀고 다음날 집에 오게 되어서 무박2일이 3박4일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번 산행을 하면서 호연지기도 배우고 사람은 역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산행에서 많은 도움을 준분들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함께한 울 친구들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
야 야~ 야들아 올 가을엔 월출산의 비경을 다함께 즐겨 보자꾸나
우여곡절 하니의 산행일기 끝~~
2012년 5월의 마지막날에
첫댓글 축하합니다~~ㅎ
선배님은 요즘도 산행 마니 다니시죠?
대단하신 선배님들 무대뽀 정신을 높이 기립니다 ㅋㅋㅋ
저두 지리산은 2번이나 종주를 했고 10여차례 구간산행을 해봤지만
쉽지않은 코스입니다. 더더구나 1박2일 종주는 자칫 무릎에 무리가 따르기 쉽습니다.
선배님들의 완주 축하드립니다.
평생을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것 같네요...
담엔 좀 여유롭게 2박3일 정도 잡아서 가보세요.
1박2일은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 보다는 극기훈련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암튼 정말 대단하신 울 선배님들 화이팅~~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진짜 난 아무 준비도 없이 체력하나 믿고 도전한거야
친구들은 나름 준비들을 했는데 난 겨우 시간날때마다 한두시간씩 걸은게 전부였거든
그래서 내가 제일 힘들었고 정하 말대로 1박2일 코스로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좀 무리인거 같고
지리산 비경을 두루 두루 마음에 담을려면 2박3일은 해야되겠더라고
지난주에 왕십리 곱창묵으러 친구들이랑 갔는데 야심한 시간이라 연락 못드렸네요...
맛나더구만요 ㅎㅎ
정말이지 장하다. 나도 올해가 가기전에 함 도전할라는데 될까 모르겠다. 난 작년에 아침일찍 백무동에서 시작~천왕봉 찍고 왔는데 좋았지...내려오는길이 바위길...나도 그길만 생각난다. 아직 젊으니 다리 잘 관리하면서 오래도록 등산하자. 홧팅이다!
울 선배님들...모두 산악인들이시네요 ㅎㅎ
백무동에서 천왕봉 대원사골코스도 괜찮죠....
요즘엔 산에 못가서 몸이 좀 근질근질 하네요...
배구하느라 요샌 산에는 자주 못가요
오랜만에 하니가 큰일을 했구나 지리산 종주도 그렇고 글을 올린 것도 그렇고. 작년 가을 나도 지리산에서 1박했지만 난 너처럼 종주가 아니라 슬슬~~~ 소중한 시간을 함께 했던 나의 어여쁜 친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사랑해 쪼옥~~~~~
언덕이 넘 조용한거 같아서 용기 한번 내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