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Baruch Spinoza)
본다고 하는 것은 어떤 근원자와 연결되는 것이다.
전등이 발전기에 연결되어 밝아지고, 나무가 물에 닿아 푸르러지듯이, 사람도 절대자와 만나기 전에는 사람답게 살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정말 고귀한 것임에 틀림없는데, 고귀하게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고로 스피노자는 그의 『윤리학(에티카)』의 제일 마지막을 ‘모든 고귀한 것은 희귀하고 곤란하다’고 끝맺는다. 절대자에 부딪쳐서 진리를 깨닫고 생명을 얻어 사람 되기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람은 진리를 위하여 생명을 바칠 때 진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스피노자는 누구보다도 진리를 사랑한 사람이다. 사람은 진리에 부딪쳐 불멸하는 정신이 된다. 스피노자도 진리를 체득한 후 저 높은 하늘에 반짝이는 하나의 별빛이 되었다.
그는 태연하게 “진리가 생명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박해를 당해도 진리를 배반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 후, 교회에 남기만 하면 일천 구르덴의 연금을 주겠다는 유혹에 대하여 “머리에 두건을 쓰고 회당에 가야 한다면 일만 구르덴을 주어도 나는 싫다.
내가 찾는 것은 진리지 체면이 아니다” 하고 그는 용감하게 진리의 바다로 뛰어 들어간다.
월간思索 제31호 (1973년 5월 1일 발행)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