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차에 탑니다. 아침 일찍 출발한다 해도 아들래미 학교 가는 시간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참 부지런합니다. 우리가 자랄 땐 공부보다는 집안 일손 돕는 것이 더 중요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자녀들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 놓을 것처럼 변해 버린 것이 현재 우리 부모들의 입장이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어쩌면 부모들이 감당할 수 없기에 자녀들을 학교로, 학원으로 내 몰고 있지는 않는지……. 아침부터 별 생각을 다 합니다.
차에는 소록도에서 올라오신 어르신들이 함께 타고 있습니다. 항상 도움만 받고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봉사에 함께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십니다. 오늘은 춘천에 있는 나눔의 동산에 봉사를 가는 날입니다. 사북면 지암리에 있는 나눔의 동산에는 50여명의 여성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가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당당한 나눔이도 그곳에만 가면 기가 죽습니다. 금남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5년의 만남을 통해 이제는 스스럼없는 사이로 변했습니다. 봉사를 갈 때마다 살갑게 대해주시는 할머님들 덕분에 더 정이 갑니다. 소록도 어르신들께 강원도 경치를 구경시켜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나눔의 동산으로 가는 길은 의암호를 끼고 올라가서, 춘천댐까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중간에 합류한 미룡간사와 후리지아님도 소록도 어르신들과 반가운 만남입니다. 소록도 봉사를 갔을 때나 만나는데 이렇게 강원도에서 만날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여 여자들은 주방으로 들어가고, 남자들은 밖에서 할머님들과 말동무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당백의 숙달된 주방 조교들이라 남자들은 방해만 된답니다. 소록도 권사님이 주방에 들어가 도와 드리려고 해도 그냥 말동무나 하라고 합니다. 카메라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 대는 게 저의 임무입니다. 소록도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소개를 했더니 오히려 불쌍하다고 안쓰러워하시는 할머님들입니다. 아마 한센 병자들의 애환을 아시나 봅니다. 주방에서는 분주합니다. 반찬 만들고, 수박 썰고, 칼국수 삶고, 콩국 만들고, 달걀 삶아 껍질을 까고, 호호 깔깔 웃음소리 정겹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즐겁게 하면 일의 능률도 오르나 봅니다. 준비가 다 되어 간다며 상을 펴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8개월여 만에밖에 있는 평상에 상이 차려집니다. 나눔의 동산 가족들이 모입니다. 학교에 간 아이들 빼고 모두 모였습니다. 소록도에서 오신 장로님께 식사 감사 기도를 부탁합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많은 봉사자들이 참석해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준비한 자오나눔선교회를 위하여도 기도합니다. 만날 때마다 식사기도는 짧을수록 은혜라고 했는데 효과가 나타납니다. 식사 기도가 비교적 짧습니다. 올해 들어서 처음 먹는다는 콩국수랍니다. 따가운 햇살을 뚫고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옵니다. 이럴 때 자연의 궁합이 맞는다고 하나 봅니다.
몇 시간씩 차타고 달려와 2-3시간 함께 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장애인들과 외로운 할머님들과 함께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순간입니다. 잘 가라며 배웅하는 손바닥들이 참 곱습니다. 다시 한 달을 기다리는 그들을 생각합니다.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5. 6. 16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