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 묘
운현궁 앞에서 버스 3대에 나누어 탄 한국시인협회가 맨 처음 간 곳은 허준 묘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른 후에야 허준 묘에 다다랐다. 허준의 묘는 경기도 기념물 제128호다. 묘역은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에 있다. 허준(?∼1615)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명의다. 유의태에게 의학을 배우고 선조 7년 1574년에 내의원에 장원으로 급제한 사람이다. 그 후 혜민서를 거쳐 선조 34년 지중추부사에 임명되어 여러 의학서를 편찬하였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어의로 왕을 의주까지 모셔 호성공신이 되었다. 광해군 2년 1610년에는 16년간의 연구 끝에 25권의 방대한 의학서인 '동의보감'을 완성하였다. 동의보감은 드라마로도 방영하여 허준과 유의태에 대하여 책에서보다 더 가까이 알게 되었다. 사망한 후에는 관직 최고의 영예인 보국숭록대부에 올랐다. 그의 묘는 임진강 건너 비무장 지대 해발 159m에 위치하고 있다. 왜 이런 곳에 있을까 안타깝기도 했다. 묘역은 50여 평 규모로 좌측 묘는 허준, 우측 묘는 부인인 안동 김씨로 추정된다. 쌍분 위에는 허준의 생모로 추정되는 묘 1기가 더 있다. 산속 고즈넉한 곳에 묘가 3개 오롯이 있다. 북서향인 이들 묘는 양천허씨족보의 기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1991년 고문헌 연구가 이양재씨 등의 연구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쌍분으로 보이는 봉분은 이미 도굴되어 형태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그 주위에는 묘비나 문인석 등이 흩어져 있었다. 묘비는 두 쪽으로 잘라져 있었지만 마모된 비문 가운데 ‘양평군’, ‘호성공신’, ‘허준’이라는 등의 글자가 음각된 점에서 허준의 묘역임이 확인되었다. 묘비는 113×41×12㎝의 규모로 조촐하다. 묘 주변에 쓰러져 있는 2개의 문인석은 높이 203㎝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다. 상석은 중앙에서 정북서 방향으로 놓여 있는데, 크기는 가로 152㎝, 세로 93㎝다. 이 묘를 통하여 허준의 생애와 그의 사후에 대한 단서를 부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돌비가 예전 그대로 허름하게 세워져 있다. 사람은 갔지만 한적한 산속에 덩그러니 누워 오늘날 우리에게도 건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