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누출 사고 구미시 초토화 직전
독성물질 낙동강 유입 가능성도 커
환경운동연합이 구미 가스 유출사고 피해 지역이 초토화됐다고 밝혔다. 대구 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씨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공단 인근의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었으며 인근 구미시 산동면은 포도나무와 벼 나락이 모두 제초제를 뿌린 것 마냥 말라 죽어있었다.
구미 가스 유출사고는 지난 달 27일 경북 구미산업단지 내 화공업체인 (주)휴브글러볼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당시 현장에서 근무하는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불산의 주성분은 쥐약과 살충제로 사용하는 불소
당시 폭발 사고로 ‘불화수소산(불산)이라는 맹독성 가스가 누출되면서 구미 시민 400여명 이상이 피부발진과 호흡곤란, 구토 등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불산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인근 축사의 가축들도 콧물을 흘리고 사료를 먹지 않는 등 이상증상을 보이고 있다.
구미 가스 유출사고의 여파로 초토화된 인근의 농작물과 과수(사진=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불산은 의약품 및 테플론 원료로 실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공기보다 가벼워 주변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또한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매우 위험한 가스로, 부식성이 강하고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해 흡입, 섭취, 피부접촉 등 모든 노출경로에서 독성으로 폐조직과 각망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가로세로 5인치 정도의 피부에 노출되는 정도로도 심장마비나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불산의 주 성분인 불소는 기본적으로 독극물로 분류되며 쥐약과 살충제의 주 성분이고 화학전에 사용되는 군사용 신경 독가스의 기본 물질이기도 하다.
정부는 만 하루만에 주민 대피령 해제, 피해만 더 키워
그러나 사고 직후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사고 장소로부터 700m가량 떨어진 지점과 오염 의심지역에서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28일 오전 10시경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사건 초기 인근의 봉산리 이장이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으나 이같은 대피 해제령으로 주민들이 현장에 접근했고, 그 결과 기자, 경찰관, 공무원 등 약 400여명이 현재까지 병원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4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안이안 대처를 질타하며 “구미지역은 91년 페놀 방류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반성과 사후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녹색당도 3일 논평을 통해 “불산이 낙동강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물로 불산을 씻어내는 작업을 했다면 바로 인근 하천인 한천까지의 거리가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한천이 낙동강을 흘러가는데 직선거리로 5km밖에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29일 소방차를 동원해 불산을 씻어내겠다며 마을 곳곳에서 물청소를 했다. 그러나 불산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물이 아니라 석회가 필요하다. 구미시는 석회 비축분이 없다는 이유로 물을 뿌려 당시 물과 반응한 불산이 연기까지 뿜어내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은 인근 주민들과 공장 노동자들의 피신, 역학조사 실시와 그 결과의 공개, 낙동강으로의 유입 가능성에 대한 실태조사, 독성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계획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