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비로봉 남쪽 산자락 아담한 마을인 삼가동(三街洞)을 옛날에는 금계동(金鷄洞)이라 불렀다.
이곳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으로서 정감록(鄭監錄)에서 말하는 10승지지(十勝之地)로 오래전부터 정감록 신봉자들이 터전을 잡은 곳.
세계대전이 일어나 인간이 멸망하더라도 이곳에서 인간의 씨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곳이기도 하다.
이 마을 뒷산에는 흡사 닭을 닮아 ‘닭산’이라고 부르는 ‘금계(金鷄)바위’가 있는데, 바위의 색깔이 누른 금(金)색이라 금닭, 즉 금계암(金鷄岩)으로 부른다.
백두대간 제1연화봉과 제2연화봉 사이의 소백산천문관측소가 있는 곳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산줄기 동사면에 있다.
이 바위의 가운데에는 금이 묻혀 있다 하고, 닭의 눈이 되는 부분에는 두 개의 빛나는 보석이 박혀 이마을을 지킨다고 해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믿어 왔다.
일확천금을 노린 어떤 사람이 가파른 바위를 기어올라 금계암에 박힌 보석을 빼려고 했다가 벼락으로 바위에 깔려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다.
‘소백산자락길’이 지나는 ‘곰너기재’는 풍기읍 삼가리 당골에서 창락리 곰수골을 넘어가는 고개.
곰수골은 한자로 표기해서 웅수동(熊水洞)이라고 하는데, 산이 깊어 곰이 살았다고 곰넘이재라고 부른다.
들머리인 '영전고개(335m)'는 금강사 입구로 초입의 능선에 국립공원 경계석이 있었고, 인근마을 버섯농가들이 임산물을 채취하는 곳.
국립공원 경계는 이 능선에서 동서로 그어져 있었고, 소백산자락길의 곰너기재까지는 비탐이 아니었지만 그 위로는 비법정탐방로다.
국립공원의 변방 7~8km의 산길에서 이만한 볼꺼리와 스토리텔링을 접한 건 횡재를 한 듯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코스: 영전고개~능선산길진입~국립공원경계석~금계바위~영일정씨묘~977m봉~곰너기재~<속리산자락길>~당곡교~삼가리주차장(7.1km,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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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km에 씻기 포함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클릭하면 원본크기> 소백산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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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전고개(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693) 금강사 입구에 차를 댔다.
금강총림 금강사 표석.
금강사 진입로.
3~40m 지점의 도로턱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능선으로 차고 오른다.
능선 끝자락에서 무덤군을 만나면...
국립공원 경계석을 만난다. 대개 능선이나 계곡이 경계를 가르지만 여기선 서쪽 소백산역까지 그냥 잣대를 대고 그은 것 같다.
산꾼들의 발자취는 뜸한 듯했지만...
인근 버섯농가들의 임산물채취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맘때 송이버섯채취기에는 통제한단다. 죄송합니다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다.
출입통제 금줄을 따라 험하지 않는 산길을 따르노라니...
589.1m봉에 닿는다. 철인 님의 시그널에다 높이를 적었다.
다시 출입통제 현수막을 지나자...
우측 살짝 열린 공간으로 치솟은 바위.
당겨보았더니 우람한 모습의 금계바위다.
에구~ 봉늘리기, 또는 봉부풀리기 산꾼의 또 한 봉 늘린 코팅지. 766.8m봉이다.
그런 얼마뒤에 우측 도드라진 곳으로 하늘을 받치고 선 암봉.
WOW~ 하늘이 열렸다.
소백산 기를 뭉툭하게 모은 비로봉이 턱 너머 바라보이는 이곳.
금계바위에서...
산중희락(山中喜樂)을 즐긴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다...
품 넓은 소백산 한 귀퉁이에서 김순한 님의 시 한 수를 음미한다.
- 금계바위 -
소백산 허전한 능선에
바위로 닭을 빚어 놓고
이른봄
늦은 한낮
홰울음 울려 둔 채
정안천(靜安川)
덧없는 물이
구름 두엇 싣고 가네
기념사진을 남긴 뒤...
코팅지가 붙은 봉우리에 올라...
금계바위 쪽으로 조금 내려갔더니 벌써 일행들이 닭벼슬 위로 기어 올랐다.
큰 것, 작은 것을 두고 따로 이름을 부르는 두 봉우리에서, 금노다지를 캤을까, 보석을 캤을까?
바위 뒷쪽 가까이 뽈록 솟은 봉은 원적봉(962.5)이고, 좌측 능선 닿은 곳에 기를 모은 비로봉. 그 우측 원적봉과의 사이 뒤로 국망봉.
그들은 금계바위에서 한참이나 머물고 있었고...
나는 관망(觀望)을 멈추고 돌아나와...
영일정씨 묘지가 있는 900m봉에서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무덤은 오래 되었으나 비석은 새로 세운 듯.
식사와 함께하는 포도주는 꿀맛이어서 일행들한테 권해보지만 모두 거절하니 민망. 초빼이(?) 나만의 취향은 어쩔 수 없어.
곰너기재 직전의 977m봉. 봉늘리기 산꾼은 또다시 이 봉을 곰너기재봉이라는 코팅지를 달았다.
그리곤 다소 급한 내림길에서 20여분 만에 곰너기재(약 775m, 곰넘이재,곰너미재,곰네미재)에 내려선다.
곰너기재를 가로 질러 연화봉 능선으로 곧장 오르는 곳엔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어...
당겨 보았다.
어디 소백산자락에 곰과 관련한 지명이 있다고해서 이상할 건 하나도 없다. 곰넘이재는 한문으로 표기하면서 웅현(熊峴)으로도 불린 듯.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은 펑퍼짐한 숲속으로 피톤치드 왕성한 길로...
군데군데 평상으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지만 이끼가 끼여 앉을 수 없으니 아까운 돈만 축내게 된 것.
계곡을 건너면서 씻을까 하다가...
오솔길따라 더 내려가며...
국립공원 안내판을...
<클릭하면 원본크기> 카메라에 담고...
소백산자락길을 확인한다.
사과과수원이 있는 농가를 지나...
내려가다...
뒤돌아 본다.
이제 계곡으로 내려가 웃통을 벗었다.
정갈한 몸에다 의관을 정제하고 공사중인 길을 따라 내려오니...
범상치 않는 소나무.
워낙 큰 소나무라 밑둥만 잡히지만...
그 밑둥에 보호수임을 알리는 표석을 살핀다.
당곡교를 건너서...
돌아보면 좌측길이 내가 내려온 길이고, 우측길은 비로사를 지나 비로봉 오르는 길.
비로봉 방향 안내판.
널따란 주차장에 우리 버스가 보이지 않지만 국립공원이라 대기중인 차를 불러 이동을 해야한다.
그런 뒤 국립공원 외곽에서 뒷풀이를 할 것.
- 바 위 -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다.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유 치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