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저출산 대책으로 남성이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둘 경우 병역을 면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30세 이전에 자녀를 셋을 나으려면 25세 쯤 결혼을 해야 가능한데 이게 과연 실효가 있을 거라고 정말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각종 출산 관련 지원금을 통합해서 0세부터 18세까지 매달 10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아동 1인당 18세까지 2억 원이 넘는 돈을 받게 된고 하는데 당 관계자는 “확정된 안은 아니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의견이 나와서 검토 중인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과감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당시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정책들이 과연 우리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저는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스파르타는 기원전 371년 마케도니아의 침공으로 멸망했다.
강력한 군인만 키워내는 국가의 인구정책이 전쟁에서 용맹성은 낳았지만, 미약한 영아는 살해하고 결혼도 건강한 남아를 낳는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바람에 결국 국가소멸을 초래한 것이다. 노동력은 노예로 충당하면서 엄격한 금욕주의로 길들었던 스파르타는 정복한 도시의 부가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이런 과정에서 가정과 출산을 소홀히 한 스파르타는 100년 만에 인구가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며 군대를 충원할 인구마저 부족해 결국 멸망했다. 금욕주의와 강인한 남아선호 정책이 일시적으로는 용맹한 군사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존망에 치명적 약점이 된 것이다.
세계 최하위의 출생률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심각하다. 지난 50년간 세계 경제가 약 6배 성장하는 동안 우리 경제는 400배 이상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선진국이 되었지만, 풍요로움과 개인주의의 결과로 비혼과 저출산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유교적 전통이 강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이고 출생률은 0.7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나타냈다. 1960년 5.95명에 달했던 합계출산률은 2023년에는 0.88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대만도 5.80명에서 1.15명, 홍콩도 5.07에서 0.77명, 싱가포르도 5.76명에서 1.04명으로 하락해 세계 최하위 수준의 합계출산률을 보인다. 유교적 가족주의 전통으로 자신들이 받은 부모의 헌신을 자녀들에게 해줄 자신이 없는 데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생 대책 예산으로 작년 46조원을 포함해 2006년부터 총 271조원을 사용했다. 작년 예산을 출생아 수로 나누어보면 1인당 1억8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이 끝없이 하락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책사업이 지정되면 각 부처는 앞 다투어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사업 예산을 이곳에 끼워 넣곤 한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챙긴다. 그러다 보면 원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예산 집행이 일어난다. 미국에서도 이런 예산 챙기기 현상을 두고 마치 돼지들이 여물통에 몰려들어 먹이를 탐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돼지 여물통(pork barrel)’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 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저출생 대책 사업 예산도 이처럼 엉뚱한 곳에 쓰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성장기업 수출 역량 강화 사업, 국방부의 군인력 구조개편 사업, 노동고용부의 청년취업진로 지원 사업 등 저출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양한 사업에 활용되었다. 이런 나눠 먹기식 예산이 저출생 대책 예산의 60%에 달한다고 한다.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유를 물어보면 사교육비와 보육의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한다. 2022년 약 26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청년 부부의 가계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 2021년 OECD 교육통계에 의하면 교육비 전체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이 16%인데 우리는 그 두 배가 넘는 36%에 달한다.
보육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 이후에도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해 양가 부모에게 의존한다. 아이들을 돌봐줄 입주 도우미를 구하려면 한 달 300여만 원 가깝게 든다고 한다. 이러니까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는 것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제 저출생 대책을 위한 정책 설계는 완전히 새롭게 짜여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과 24시간 보육이 가능한 육아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에듀테크의 발전으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학교 밖 교육이 사교육 시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칸 아카데미’(글로벌 비영리 교육 서비스) 같은 무료 과외 교습이 활성화되어 제공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디지털화된 과외 교습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게임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인 맞춤형 디지털 학습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영유아 보육의 종합적 지원책으로 유보통합을 통해 교육과 돌봄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저녁에도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저출생 대책 예산이 직접 지원에만 활용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직접 지원도 퍼주기식 포퓰리즘 지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세계 최하위 출생률은 국가위기라는 인식하에 종합적인 정책설계가 새롭게 구축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결국 존망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중앙일보.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출처 : 중앙일보.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저출생 정책설계
정말 판을 바꾸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청년층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한 뒤에 자녀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는 다각도로 분석이 나왔지만 그에 맞는 확실한 대책은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만들고,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자녀를 낳게 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필자가 제시한 방법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게 확실한 방법은 못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하는 부부에게 자녀 둘을 낳아 키울 수 있는 집을 제공해 주고(그것도 최소한 서울이나 수도권이어야 될 겁니다), 아이들 양육을 다 무료로 해준다고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결혼이 확 늘어나고, 자녀를 낳는 것도 아닐 겁니다.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바뀌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느 세월에 가능하겠습니까? 집을 제공해주고 양육비를 다 준다고 해도 아버지가 고위관리가 아니고 서울대교수가 아니면 좋은 대학에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걸 무릅쓰고 애를 낳아서 좋은 대학 보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전문가나 정부나 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일삼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