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4일 금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잘 듣고 잘 말하기 위해서
생활 속에서 귀 먹고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입니다. 천둥소리를 못 듣는 정도의 난청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들을 수가 없으니 말도 잘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 20대 초반 나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구화학교(韓國口話學校) 졸업식에 참석하였는데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주 힘겹게 말을 배워서 졸업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학생이 졸업생을 대표해서 답사를 할 때 아주 어렵게 또박또박 힘주어 떼어 놓은 말은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하는 말을 듣지도 못합니다. 그렇지만 저를 낳아주시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저희들 때문에 아파하시며 말을 가르쳐주신 엄마, 아빠,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 말을 하려고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그리고 하느님을 천 번도 더 불러보았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속에 뜨겁게 박힌 쟁쟁한 그 답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때 하느님은 참 공평하신 분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과 같이 참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수화로 통역을 하던 자매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부를 수 있고 힘들지 않고 말하는 ‘엄마, 아빠, 선생님, 하느님’을 불러보기 위해서 천 번도 넘게 연습하였다니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어렵게 말 하나 하나를 배우며 피눈물 나는 연습으로 노력하는지 알았습니다. 3중고의 고통에서도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킨 헬렌켈러와 설리반을 생각하면 우리는 늘 감사해야하지만 그 감사를 잊고서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기사를 보면서 조금은 화가 났습니다. 장소를 옮겨가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잡혀 들어 왔습니다. 그 중에는 주부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주부는 몇 천만 원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박장을 찾아다니면서 도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상 경마장이나 인터넷 게임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땀 흘려 일하기보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얻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을 수수방관하고 사행성만을 조장한 우리 사회도 문제이지만 이는 우리 모두 책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행성으로 가득한 사회에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정치가들이나 고위직 관리들의 교만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옳고 그름의 가치관이 없어졌다는 것이 더 큰 사회적인 악으로 정의에 귀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가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 주님은 귀를 열어주시면서 삶의 현장에서 울리는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신의 손가락을 우리들의 귀에 넣어주십니다. 아담을 빚으시고, 무수한 환자들을 고쳐주신 사랑의 손가락을 열쇠처럼 귀에 꽂아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혀를 풀어주시기 위해서 혀에 손가락을 넣어 주십니다. 세상에 정의를 말하고,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할 말은 하고, 용기를 내어 바르게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귀와 입이 제대로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영광과 찬미와 정의를 말하라고 당부하시고, 당신의 공치사로 돌리지 말도록 당부하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 한일도 공치사를 하는 동안에 모두 사그라집니다. 주님은 마땅히 찬미 받아야 합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말이 있지요. <관을 덮고서야 사람의 가치가 판정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에 정의로우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일을 전부 판정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관을 덮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잘한 공치사는 뒤로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복음을 세상에 선포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