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306/1120]응답시들의 찬란한 행진!
오탁번의 『우리동네』 시집을 읽고 ‘펀fun시’ 몇 편을 올리니, 진짜로 더 재밌는 펀시를 친구(무성)가 댓글로 보내줬다. 가외加外의 수확이다. 이래서 내가 늘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하는 거다. 먼저 시 몇 편을 감상해 보자. 성性이 어찌 남성들만이 입에 올리는 '영원한 주제'일 것인가? 어쩌면 여인네들의 입방아에도 늘 등장, 웃고 까불며 깔깔대는 안주나 양념일 것을. ‘천상 여인’같은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를 읽고, 임보라는 시인이 댓글이 아닌 ‘댓시詩’인 <팬티>로 응답하고, 그 시를 읽은 시인 이수종은 <치마와 팬티>라는 응답시를 썼겠다.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티 임보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치마와 팬티 이수종
치마속 신전에는 달을 가리고
숨겨주는 창이 있다
바람을 빨아들이는 들창 주위를 서성거리며
은밀히 숨겨진 비밀을 열고 싶어
사내들은 신전가는 길목에서
치마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영역싸움을 벌인다
거기서 이기면 다 되는가
그건 일차 관문에 지나지 않는
창들끼리의 다툼일뿐
방패를 뚫고 침입하는
선택받은 승자의 개선을 위해서는
목숨을 건 더 큰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
사내의 완력만으로는 성문을 열 수 없다
문열려라 참깨하고
주문을 외우며
사내들은 치마앞에서
치마성의 주인과 내통하는
카드 비밀번호를 맞춰 보아야 한다
성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구도자의 인내도 필요하고
계관시인의 음유도 필요하고
말 탄 백기사의 용맹도 있어야 되지만
힘하나 안들이고 성문을 열고 맞아들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더러는 있어
치마앞에서는 여간 근신하며 공을 드려야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치마는 딱 한번 열렸다 닫히고
더 이상 끄떡도 하지 않은 채
폐쇄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창은 방패를 이길 수 없고
방패는 창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힘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와아-, 읽는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현란하다. 어어∼, 이것 갈수록 흥미진진, 점입가경이다. 수준급을 넘어선 ‘준수한’ 세 편의 시가 우리를 행복한게 만든다. 시인들의 ‘언어 유희’와 ‘말의 성찬’을 보는 듯하다. 이러다가 응답시-응답시-응답시로 한 권의 시집도 되겠다지만, ‘응답시’의 완결편은 시인 정성수의 <옳커니>와 시인 이석희의 <神殿-몽블랑>이다. 시는 소리를 내어 읽어야지 제맛이다. 소리가 클수록 더 좋을 터.
옳거니 정성수
치마를 올릴 것인지? 바지를 내릴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그렇다
세상의 빨랫줄에서 바람에게 부대끼며 말라가는 것 또한
삼각 아니면 사각이다
삼각 속에는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이 있고
사각 속에는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가 있다고
문정희와 임보가 음풍농월 주거니 받거니
진검 승부를 펼친다
옳거니
방패 없는 창이 어디 있고
창 없는 방패가 무슨 소용이리
치마와 바지가 만나 밤은 뜨겁고 세상은 환한 것을
神殿-몽블랑 이석희
너무 늙어버린 신도에게는
경배하는 마음조차 사라졌는가
옷이 벗겨진 채 무릎 꿇려도
참배를 갈망하던 신도였건만
신전 주위를 맴돌긴 해도
신의 눈에 띌새라 겁먹었는가
참배객의 발길 끊겨 닫힌 신전은
재 너머 성황당처럼 적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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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를 보면, 내일 새벽엔 한 친구는 어떤 댓글을 보내올까 궁금하다. 오늘 새벽 4시 7분에 보내온 댓글이다.
<우천∼! 막불겅이가 그런 뜻이고만∼! 감∼솨∼!!! 아직도 내 입꼬리가 내려올 줄 모르네요잉∼! 참∼나∼원∼!!!>
‘댓글의 왕자’인 동생은 삼행시를 보내왔다.
오)로지
탁)한 세상에
번)개같은 시만 내리소서.
너무 길어져 내일을 기약하며 줄이는 수밖에 없겠다. 이러다 찬샘뉴스가 펀시들의 행진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내일은 정희성 시인의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와 문정희의 <남편>이라는 시를(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선보일 터. 확실히 우리의 눈은 ‘보배’가 아닐 것인가.
추기: 차용한 시들을 지은 시인님들에게 시 전문을 실은 무례를 용서하시라.
첫댓글 폭설(暴雪)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ㅎㅎㅎㅎ
새벽같이 찬샘뉴스가 궁금하여 들어오니 주인장이 안오셨네요
아침에 거시기가 발기하듯
여자들도 새벽에 승천하나요?
여자들 유방암 발견은 자주 만지는 애들이 발견한다합니다.
엄마 오늘은 젖이 이상하네 뭐가 잡혀ㆍㆍ검사하면 90%발견
아들 손주에게 맡기지말고
오늘 부터 쪼물락 쪼물락 만져서 검사해보세요.
유방암 검사하는 중이라하면 귀싸대기 안맞을거요.
회춘의 비결은 순환이랍니다.
밤꽃이 묵으면 썩어서 사용 못합니다.
핸드플레이라도 해서 순환을 시키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모두 회춘하여 반공방첩 멀공통일 새마을을 이룹시다
따르릉님 덕분에 기똥찬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멋진 3가라꾸 소위 3뱅크로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유쾌 통쾌 상쾌한 천사 벗님, 왜 이리 힘이 넘치는 기여, 진안 오미자 효능이 좋은가 보네.. 오늘도 훌륭한 삶이 되시길.
엥? 영탁이도 아니고.... '내가 왜 거기서 나와~~'
난 순진해서 뭔 소린지 잘 몰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