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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子見梁惠王. 王立於沼上, 顧鴻雁麋鹿曰 “賢者亦樂此乎?”
맹자견양혜왕. 왕립어소상, 고홍안미록왈 “현자역락차호?”
孟子對曰 “賢者而後樂此, 不賢者, 雖有此, 不樂也.
맹자대왈 “현자이후락차, 불현자, 수유차, 불락야.
詩云:‘經始靈臺, 經之營之, 庶民攻之, 不日成之. 經始勿極, 庶民子來.
시운:‘경시령대, 경지영지, 서민공지, 불일성지. 경시물극, 서민자래.
王在靈囿, 麀鹿攸伏, 麀鹿濯濯, 白鳥鶴鶴. 王在靈沼, 於牣魚躍.’
왕재령유, 우록유복, 우록탁탁, 백조학학. 왕재령소, 어인어약.’
文王以民力爲臺爲沼, 而民歡樂之, 謂其臺曰靈臺, 謂其沼曰靈沼, 樂其有麋鹿魚鼈.
문왕이민력위대위소, 이민환락지, 위기대왈령대, 위기소왈령소, 락기유미록어별.
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
고지인여민해락, 고능락야.
孟子見梁惠王. 王立於沼上, 顧鴻雁麋鹿曰 “賢者亦樂此乎?”맹자견양혜왕. 왕립어소상, 고홍안미록왈 “현자역락차호?”孟子對曰 “賢者而後樂此, 不賢者, 雖有此, 不樂也.맹자대왈 “현자이후락차, 불현자, 수유차, 불락야.詩云:‘經始靈臺, 經之營之, 庶民攻之, 不日成之. 經始勿極, 庶民子來.시운:‘경시령대, 경지영지, 서민공지, 불일성지. 경시물극, 서민자래.王在靈囿, 麀鹿攸伏, 麀鹿濯濯, 白鳥鶴鶴. 王在靈沼, 於牣魚躍.’왕재령유, 우록유복, 우록탁탁, 백조학학. 왕재령소, 어인어약.’文王以民力爲臺爲沼, 而民歡樂之, 謂其臺曰靈臺, 謂其沼曰靈沼, 樂其有麋鹿魚鼈.문왕이민력위대위소, 이민환락지, 위기대왈령대, 위기소왈령소, 락기유미록어별.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고지인여민해락, 고능락야.湯誓曰 ‘時日害喪, 予及女偕亡.’ 民欲與之偕亡, 雖有臺池鳥獸, 豈能獨樂哉?”탕서왈 ‘시일해상, 여급여해망.’ 민욕여지해망, 수유대지조수, 기능독락재?”
湯誓曰 ‘時日害喪, 予及女偕亡.’ 民欲與之偕亡, 雖有臺池鳥獸, 豈能獨樂哉?”
탕서왈 ‘시일해상, 여급여해망.’ 민욕여지해망, 수유대지조수, 기능독락재?”
해석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마침 왕은 연못가에 있었는데, 크고 작은 기러기와 고라니, 사슴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현자도 또한 이런 것들을 즐기십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현자라야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자가 아니면 비록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즐길 수가 없는 법이지요. 《시경》2)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문왕께옵서 처음 영대를 만드실 때, 터를 잡고 방위를 정하니, 뭇 백성이 자발적으로 나서 불과 며칠 만에 이루었네. 문왕께서 그리 서둘지 말라고 말씀하셔도 뭇 백성이 자식처럼 모여들었다네. 왕께서 영유에 있으면, 암수 사슴이 가만히 엎드려 있네. 암수 사슴 살이 찌고 윤이 나며, 고니는 희디흰 날개 퍼덕이네. 왕께서 영소에 있으니, 아아 물고기들이 가득 차 튀어 오르네.’ 문왕께서 백성의 힘으로 대를 만들고 연못을 만드니 백성이 그것을 즐거워하여, 그 대를 영대라 이르고, 그 연못을 영소라 이르며, 고라니, 사슴과 물고기, 자라가 있는 것을 즐거워하였습니다. 옛사람들은 백성과 함께 즐겼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서경》3)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이놈의 해는 언제나 없어지나? 나는 너와 함께 죽겠다.’ 백성이 (군주와) 함께 죽어 없어지기를 갈망한다면, 대와 못과 새와 짐승이 있다 한들, 어찌 군주 혼자서 즐길 수 있겠습니까?”
양혜왕 상(梁惠王 上) 3장원문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何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
양혜왕왈 “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하내흉, 즉이기민어하동, 이기속어하내.
河東凶亦然. 察隣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隣國之民不加少, 寡人之民不加多, 何也?”
하동흉역연. 찰린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인국지민불가소, 과인지민불가다, 하야?”
孟子對曰 “王好戰, 請而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맹자대왈 “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
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
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왈 “불가. 직불백보이, 시역주야.”
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隣國也.
왈 “왕여지차, 즉무망민지다어린국야.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洿池, 漁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촉고불입오지, 어별불가승식야; 부근이시입산림, 재목불가승용야.
穀與漁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
곡여어별불가승식, 재목불가승용, 시사민양생상사무감야.
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양생상사무감, 왕도지시야. 오무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계돈구체지축,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
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
백무지전, 물탈기시, 수구지가가이무기의.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칠십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
구체식인식이부지검, 도유아부이부지발.
人死則曰, ‘非我也, 勢也.’ 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 ‘非我也, 兵也.’
인사즉왈, ‘비아야, 세야.’ 시하이어자인이살지왈, ‘비아야, 병야.’
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
왕무죄세, 사천하지민지언.”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何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양혜왕왈 “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하내흉, 즉이기민어하동, 이기속어하내.河東凶亦然. 察隣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隣國之民不加少, 寡人之民不加多, 何也?”하동흉역연. 찰린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인국지민불가소, 과인지민불가다, 하야?”孟子對曰 “王好戰, 請而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맹자대왈 “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왈 “불가. 직불백보이, 시역주야.”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隣國也.왈 “왕여지차, 즉무망민지다어린국야.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洿池, 漁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촉고불입오지, 어별불가승식야; 부근이시입산림, 재목불가승용야.穀與漁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곡여어별불가승식, 재목불가승용, 시사민양생상사무감야.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양생상사무감, 왕도지시야. 오무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계돈구체지축,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백무지전, 물탈기시, 수구지가가이무기의.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칠십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구체식인식이부지검, 도유아부이부지발.人死則曰, ‘非我也, 勢也.’ 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 ‘非我也, 兵也.’인사즉왈, ‘비아야, 세야.’ 시하이어자인이살지왈, ‘비아야, 병야.’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왕무죄세, 사천하지민지언.”
해석
양혜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내(河內) 지방에 흉년이 들거든 그 백성을 하동(河東) 지방으로 이주시키고, 아쉬운 대로 곡식을 하내 지방으로 옮겨 그 피해를 보전합니다. 하동 지방에 흉년이 들어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의 정사를 살펴보건대, 과인처럼 마음을 쓰는 자가 없는데도 이웃 나라의 백성이 더 적어지지 않으며, 과인의 백성이 더 많아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쟁을 가지고 비유하겠습니다. 둥둥 북을 쳐서 사기를 진작시키고, 병사들이 칼을 들고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갑옷을 벗어던지고 병기를 끌면서 줄행랑치는 놈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놈은 백 보를 도망친 뒤에 멈춰 섰고, 또 어떤 놈은 오십 보를 도망친 뒤에 멈춰 섰습니다. 그런데 오십 보를 도망친 놈이 백 보를 도망친 놈에게 비겁하다고 비웃는다면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양혜왕이 말하였다. “말도 안 됩니다. 백 보가 아니라 한들, 도망쳤다는 사실은 마찬가지 아니겠소이까.”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그걸 알고 계신다면, 위나라의 백성이 이웃 나라보다 더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시옵소서. 농사철을 어기지 않게 하면 수확한 곡식을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며,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에 넣지 않는다면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며, 도끼와 자귀로 나무를 할 때도 제한된 시기에만 허용한다면 재목이 이루 다 쓸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곡식과 물고기와 자라가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재목 역시 이루 다 쓸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백성이 살아 있는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 지내는 데 아무런 유감이 없을 것이니, 이렇게 살아 있는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 지내는 데 유감이 없는 것이야말로 왕도의 시작인 것입니다.
다섯 무의 택지 주변에 뽕나무를 심기만 해도 오십 먹은 자들이 가벼우면서도 따스한 비단 옷을 입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닭과 개돼지를 기를 때 번식기를 놓치지 않게 하면 칠십 노인들도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백 무의 전지를 한 가족이 부역에 끌려가지 않아 농사철을 빼앗기지 않고 농사짓는다면 한 식구가 굶주림 없이 살 것입니다. 상(庠)과 서(序)와 같은 교육 기관을 세워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친다면, 머리가 백발이 된 자가 길 위에서 짐을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칠십 먹은 노인네가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일반 백성이 굶주리거나 춥게 사는 일이 없는데도 왕 노릇을 하지 못한 이는 이제껏 없었습니다. 흉년이 들었는데도 개돼지가 사람이 먹어야 할 양식을 먹는 일이 벌어져도 이를 단속하지 아니하고,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체가 너부러져도 창고를 열어 그들을 구휼할 줄 모르며,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운명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이 어찌 사람을 찔러 죽이고 나서 ‘내가 죽인 게 아니라 칼이 죽인 거’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왕께서 흉년 탓을 하지 않으시고, (제대로 된 왕도를 실천하신다면) 천하의 백성이 모여들 것입니다.”
해설
맹자는 자기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자신한 양혜왕에게 촌철살인의 기지로 양혜왕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특히 〈양혜왕 상〉 3장은 유명한 ‘오십보백보’의 비유다. 맹자의 특징은 자신의 논변을 다양한 실례에 비춰 가며 비유적으로 설파하는 데 있다. 맹자의 비판은 점점 더 신랄해진다.
양혜왕 상(梁惠王 上) 4장원문
梁惠王曰 “寡人願安承敎.”
양혜왕왈 “과인원안승교.”
孟子對曰 “殺人以梃與刃, 有以異乎?”
맹자대왈 “살인이정여인, 유이이호?”
曰 “無以異也.”
왈 “무이이야.”
“以刃與政, 有以異乎?”
“이인여정, 유이이호?”
曰 “無以異也.”
왈 “무이이야.”
曰 “庖有肥肉, 廐有肥馬, 民有飢色, 野有餓莩, 此率獸而食人也. 獸相食, 且人惡之.
왈 “포유비육, 구유비마, 민유기색, 야유아부, 차솔수이식인야. 수상식, 차인오지.
爲民父母, 行政, 不免於率獸而食人, 惡在其爲民父母也?
위민부모, 행정, 불면어솔수이식인, 오재기위민부모야?
仲尼曰 ‘始作俑者, 其無後乎!’ 爲其象人而用之也. 如之何其使斯民飢而死也.”
중니왈 ‘시작용자, 기무후호!’ 위기상인이용지야. 여지하기사사민기이사야.”
梁惠王曰 “寡人願安承敎.”양혜왕왈 “과인원안승교.”孟子對曰 “殺人以梃與刃, 有以異乎?”맹자대왈 “살인이정여인, 유이이호?”曰 “無以異也.”왈 “무이이야.”“以刃與政, 有以異乎?”“이인여정, 유이이호?”曰 “無以異也.”왈 “무이이야.”曰 “庖有肥肉, 廐有肥馬, 民有飢色, 野有餓莩, 此率獸而食人也. 獸相食, 且人惡之.왈 “포유비육, 구유비마, 민유기색, 야유아부, 차솔수이식인야. 수상식, 차인오지.爲民父母, 行政, 不免於率獸而食人, 惡在其爲民父母也?위민부모, 행정, 불면어솔수이식인, 오재기위민부모야?仲尼曰 ‘始作俑者, 其無後乎!’ 爲其象人而用之也. 如之何其使斯民飢而死也.”중니왈 ‘시작용자, 기무후호!’ 위기상인이용지야. 여지하기사사민기이사야.”
해석
양혜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대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을 죽이는데 몽둥이로 때려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까?”
왕이 말했다. “차이가 없습니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까?”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에게는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뒹굴고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짐승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만 보아도 사람들은 끔찍하게 여기는데, 백성의 부모가 되어 정사를 행하되 짐승을 몰아 사람을 먹게 하는 패악을 면치 못한다면, 어찌 그 임금이 백성의 부모 된 자격이 있다 하겠습니까? 공자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순장의 폐해로 인해) 맨 처음 (나무로 사람의 형상을 깎아 만든 부장품인) 용(俑)을 만든 자는 그 후손이 없을 것이다.’ 이는 사람을 형상화하여 장례에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어찌하여 이 백성으로 하여금 굶주려 죽게 한단 말입니까?”
양혜왕 상(梁惠王 上) 5장원문
梁惠王曰 “晉國天下莫强焉, 叟之所知也.
양혜왕왈 “진국천하막강언, 수지소지야.
及寡人之身, 東敗於齊, 長子死焉; 西喪地於秦七百里; 南辱於楚.
급과인지신, 동패어제, 장자사언; 서상지어진칠백리; 남욕어초.
寡人恥之, 願比死者一洒之, 如之何則可?”
과인치지, 원비사자일쇄지, 여지하즉가?”
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
맹자대왈 “지방백리이가이왕.
王如施仁政於民, 省刑罰, 薄稅斂, 深耕易耨;
왕여시인정어민, 생형벌, 박세렴, 심경이누;
壯者以暇日修其孝悌忠信, 入以事其父兄出以事其長上;
장자이가일수기효제충신, 입이사기부형출이사기장상;
可使制梃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彼奪其民時, 使不得耕耨以養其父母.
가사제정이달진초지견갑리병의. 피탈기민시, 사부득경누이양기부모.
父母凍餓, 兄弟妻子離散. 彼陷溺其民, 王往而征之, 夫誰與王敵?
부모동아, 형제처자리산. 피함닉기민, 왕왕이정지, 부수여왕적?
故曰 ‘仁者無敵.’ 王請勿疑.”
고왈 ‘인자무적.’ 왕청물의.”
梁惠王曰 “晉國天下莫强焉, 叟之所知也.양혜왕왈 “진국천하막강언, 수지소지야.及寡人之身, 東敗於齊, 長子死焉; 西喪地於秦七百里; 南辱於楚.급과인지신, 동패어제, 장자사언; 서상지어진칠백리; 남욕어초.寡人恥之, 願比死者一洒之, 如之何則可?”과인치지, 원비사자일쇄지, 여지하즉가?”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맹자대왈 “지방백리이가이왕.王如施仁政於民, 省刑罰, 薄稅斂, 深耕易耨;왕여시인정어민, 생형벌, 박세렴, 심경이누;壯者以暇日修其孝悌忠信, 入以事其父兄出以事其長上;장자이가일수기효제충신, 입이사기부형출이사기장상;可使制梃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彼奪其民時, 使不得耕耨以養其父母.가사제정이달진초지견갑리병의. 피탈기민시, 사부득경누이양기부모.父母凍餓, 兄弟妻子離散. 彼陷溺其民, 王往而征之, 夫誰與王敵?부모동아, 형제처자리산. 피함닉기민, 왕왕이정지, 부수여왕적?故曰 ‘仁者無敵.’ 王請勿疑.”고왈 ‘인자무적.’ 왕청물의.”
해석
양혜왕이 말하였다. “천하에 진나라4) 보다 강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선생도 알고 계시는 바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인의 대에 와서 동쪽으로는 제나라에게 패하여 나의 맏아들이 죽었고, 서쪽으로는 진나라한테 칠백 리의 땅을 빼앗겼고, 남쪽으로는 초나라한테 굴욕을 당했습니다. 과인은 이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합니다. 원컨대 과인은 이들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이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땅은 사방 백 리만으로도 왕 노릇을 하실 수 있습니다. 왕께서 만약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되, 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감해 주며, 백성으로 하여금 밭을 깊게 갈고 김을 잘 매게 하며, 젊은이들이 농사의 여가가 생기면 효, 제, 충, 신의 덕을 닦아 집안에서는 부형을 섬기고 밖에서는 어른들을 섬긴다면, (전쟁이 난다 하더라도) 백성이 모두 나무 몽둥이라도 들고 나와 진나라나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를 두드려 부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진나라나 초나라에서는 백성을 시도 때도 없이 부려 먹어 밭을 깊게 갈고 김을 매어 부모를 봉양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식 없는 부모들은 추위에 얼고 굶주리며, 형제들과 처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그네들의 백성이 심한 곤경에 빠졌을 때 왕께서 가셔서 그들을 정벌하신다면, 대체 그 누가 왕께 대적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어진 자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仁者無敵)’라고 하였습니다. 왕께서는 이를 의심하지 마시고 (왕도를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해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 나갔다고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이에 반해 백성에게는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 굶어 죽은 시체가 뒹굴고 있다. 과연 이게 언필칭 ‘백성을 위한’ 정치의 실상이란 말인가?
양혜왕 상(梁惠王 上) 6장원문
孟子見梁襄王. 出, 語人曰 “望之不似人君, 就之而不見所畏焉. 卒然問曰 ‘天下惡乎定?’
맹자견양양왕. 출, 어인왈 “망지불사인군, 취지이불견소외언. 졸연문왈 ‘천하오호정?’
吾對曰 ‘定于一.’ ‘孰能一之?’ 對曰 ‘不嗜殺人者能一之.’ ‘孰能與之?’
오대왈 ‘정우일.’ ‘숙능일지?’ 대왈 ‘불기살인자능일지.’ ‘숙능여지?’
對曰 ‘天下莫不與也. 王知夫苗乎? 七八月之間, 旱則苗槁矣.
대왈 ‘천하막불여야. 왕지부묘호? 칠팔월지간, 한즉묘고의.
天油然作雲, 沛然下雨則, 苗浡然興之矣. 其如是, 孰能禦之?
천유연작운, 패연하우즉, 묘발연흥지의. 기여시, 숙능어지?
今夫天下之人牧, 未有不嗜殺人者也. 如有不嗜殺人者, 則天下之民皆引領而望之矣.
금부천하지인목, 미유불기살인자야. 여유불기살인자, 즉천하지민개인령이망지의.
誠如是也, 民歸之, 由水之就下, 沛然孰能禦之?’”
성여시야, 민귀지, 유수지취하, 패연숙능어지?’”
孟子見梁襄王. 出, 語人曰 “望之不似人君, 就之而不見所畏焉. 卒然問曰 ‘天下惡乎定?’맹자견양양왕. 출, 어인왈 “망지불사인군, 취지이불견소외언. 졸연문왈 ‘천하오호정?’吾對曰 ‘定于一.’ ‘孰能一之?’ 對曰 ‘不嗜殺人者能一之.’ ‘孰能與之?’오대왈 ‘정우일.’ ‘숙능일지?’ 대왈 ‘불기살인자능일지.’ ‘숙능여지?’對曰 ‘天下莫不與也. 王知夫苗乎? 七八月之間, 旱則苗槁矣.대왈 ‘천하막불여야. 왕지부묘호? 칠팔월지간, 한즉묘고의.天油然作雲, 沛然下雨則, 苗浡然興之矣. 其如是, 孰能禦之?천유연작운, 패연하우즉, 묘발연흥지의. 기여시, 숙능어지?今夫天下之人牧, 未有不嗜殺人者也. 如有不嗜殺人者, 則天下之民皆引領而望之矣.금부천하지인목, 미유불기살인자야. 여유불기살인자, 즉천하지민개인령이망지의.誠如是也, 民歸之, 由水之就下, 沛然孰能禦之?’”성여시야, 민귀지, 유수지취하, 패연숙능어지?’”
해석
맹자가 (얼마 전에 작고한 양혜왕의 아들인) 양양왕을 만나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멀리서 봐도 임금 같아 보이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가 직접 이야기해 봐도 두려워할 만한 데가 없더군. 그러고는 느닷없이 묻더군. ‘천하가 어떤 식으로 결정되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 ‘하나로 결정될 것입니다.’ 또 묻더군. ‘누가 천하를 하나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말해 주었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천하를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와 더불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이까?’
나는 다시 대답해 주었지. ‘천하의 사람들이 그와 더불어 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저 곡식의 싹을 아십니까? 7, 8월경에 가뭄이 들면 싹은 말라 버립니다. 그럴 때 하늘이 뭉게뭉게 구름을 일으켜서 비를 시원스레 내리면, 싹은 부쩍 자라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 솟구치는 생명력을 뉘라서 막아 내겠습니까? 오늘날 천하의 임금치고 어느 누구도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만약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자가 있다면 천하의 백성은 모두가 목을 길게 빼고 그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이와 같이 된다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이 백성 또한 그에게로 귀순할 것이니, 과연 누가 이것을 막아 낼 수가 있겠습니까?’”
양혜왕 상(梁惠王 上) 7장원문
齊宣王問曰 “齊桓晉文之事, 可得聞乎?”
제선왕문왈 “제환진문지사, 가득문호?”
孟子對曰 “仲尼之徒, 無道桓文之事者, 是以後世無傳焉, 臣未之聞也. 無以, 則王乎?”
맹자대왈 “중니지도, 무도환문지사자, 시이후세무전언, 신미지문야. 무이, 즉왕호?”
曰 “德何如, 則可以王矣?”
왈 “덕하여, 즉가이왕의?”
曰 “保民而王, 莫之能禦也.”
왈 “보민이왕, 막지능어야.”
曰 “若寡人者, 可以保民乎哉?”
왈 “약과인자, 가이보민호재?”
曰 “可.”
왈 “가.”
曰 “何由知吾可也?”
왈 “하유지오가야?”
曰 “臣聞之胡齕曰, 王坐於堂上, 有牽牛而過堂下者, 王見之曰 ‘牛何之?’
왈 “신문지호흘왈, 왕좌어당상, 유견우이과당하자, 왕견지왈 ‘우하지?’
對曰 ‘將以釁鐘.’ 王曰 ‘舍之! 吾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
대왈 ‘장이흔종.’ 왕왈 ‘사지! 오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
對曰 ‘然則廢釁鐘與?’ 曰 ‘何可廢也? 以羊易之!’ 不識有諸?”
대왈 ‘연즉폐흔종여?’ 왈 ‘하가폐야? 이양역지!’ 불식유저?”
曰 “有之.”
왈 “유지.”
曰 “是心足以王矣. 百姓皆以王爲愛也, 臣固知王之不忍也.”
왈 “시심족이왕의. 백성개이왕위애야, 신고지왕지불인야.”
王曰 “然. 誠有百姓者. 齊國雖褊小, 吾何愛一牛? 卽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 故以羊易之也.”
왕왈 “연. 성유백성자. 제국수편소, 오하애일우? 즉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 고이양역지야.”
曰 “王無異於百姓之以王爲愛也. 以小易大, 彼惡知之? 王若隱其無罪而就死地, 則牛羊何擇焉?”
왈 “왕무이어백성지이왕위애야. 이소역대, 피오지지? 왕약은기무죄이취사지, 즉우양하택언?”
王笑曰 “是誠何心哉? 我非愛其財而易之以羊也. 宜乎百姓之謂我愛也.”
왕소왈 “시성하심재? 아비애기재이역지이양야. 의호백성지위아애야.”
曰 “無傷也, 是乃仁術也, 見牛未見羊也. 君子之於禽獸也, 見其生, 不忍見其死; 聞其聲, 不忍食其肉. 是以君子遠庖廚也.”
왈 “무상야, 시내인술야, 견우미견양야. 군자지어금수야, 견기생, 불인견기사; 문기성, 불인식기육. 시이군자원포주야.”
王說曰 “詩云:‘他人有心, 予忖度之.’ 夫子之謂也. 夫我乃行之, 反以求之, 不得吾心.
왕설왈 “시운:‘타인유심, 여촌탁지.’ 부자지위야. 부아내행지, 반이구지, 부득오심.
夫子言之, 於我心有戚戚焉. 此心之所以合於王者, 何也?”
부자언지, 어아심유척척언. 차심지소이합어왕자, 하야?”
曰 “有復於王者曰, ‘吾力足以擧百鈞, 而不足以擧一羽; 明足以察秋毫之末, 而不見輿薪,’ 則王許之乎?”
왈 “유복어왕자왈, ‘오력족이거백균, 이부족이거일우; 명족이찰추호지말, 이불견여신,’ 즉왕허지호?”
曰 “否.”
왈 “부.”
“今恩足以及禽獸, 而功不至於百姓者, 獨何與?
“금은족이급금수, 이공부지어백성자, 독하여?
然則一羽之不擧, 爲不用力焉; 輿薪之不見, 爲不用明焉; 百姓之不見保, 爲不用恩焉.
연즉일우지불거, 위불용력언; 여신지불견, 위불용명언; 백성지불견보, 위불용은언.
故王之不王, 不爲也, 非不能也.”
고왕지불왕, 불위야, 비불능야.”
曰 “不爲者與不能者之形, 何以異?”
왈 “불위자여불능자지형, 하이이?”
曰 “挾太山以超北海, 語人曰 ‘我不能.’ 是誠不能也.
왈 “협태산이초북해, 어인왈 ‘아불능.’ 시성불능야.
爲長者折枝, 語人曰, ‘我不能.’ 是不爲也, 非不能也.
위장자절지, 어인왈, ‘아불능.’ 시불위야, 비불능야.
故王之不王, 非挾太山以超北海之類也; 王之不王, 是折枝之類也.
고왕지부왕, 비협태산이초북해지유야; 왕지불왕, 시절지지류야.
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
로오로, 이급인지로; 유오유, 이급인지유. 천하가운어장.
詩云:‘刑于寡妻, 至于兄弟, 以御于家邦.’ 言擧斯心加諸彼而已.
시운:‘형우과처, 지우형제, 이어우가방.’ 언거사심가저피이이.
故推恩足以保四海, 不推恩無以保妻子.
고추은족이보사해, 불추은무이보처자.
古之人所以大過人者, 無他焉, 善推其所爲而已矣.
고지인소이대과인자, 무타언, 선추기소위이이의.
今恩足以及禽獸, 而功不至於百姓者, 獨何與?
금은족이급금수, 이공부지어백성자, 독하여?
權, 然後知輕重; 度, 然後知長短. 物皆然, 心爲甚.
권, 연후지경중; 탁, 연후지장단. 물개연, 심위심.
王請度之! 抑王興甲兵, 危士臣, 構怨於諸侯, 然後快於心與?”
왕청탁지! 억왕흥갑병, 위사신, 구원어제후, 연후쾌어심여?”
王曰 “否. 吾何快於是? 將以求吾所大欲也.”
왕왈 “부. 오하쾌어시? 장이구오소대욕야.”
曰 “王之所大欲, 可得聞與?”
왈 “왕지소대욕, 가득문여?”
王笑而不言. 曰 “爲肥甘, 不足於口與? 輕煖不足於體與? 抑爲采色不足視於目與?
왕소이불언. 왈 “위비감, 부족어구여? 경난부족어체여? 억위채색부족시어목여?
聲音不足聽於耳與? 便嬖不足使令於前與? 王之諸臣, 皆足以供之, 而王豈爲是哉?”
성음부족청어이여? 편폐부족사령어전여? 왕지제신, 개족이공지, 이왕기위시재?”
曰 “否. 吾不爲是也.”
왈 “부. 오불위시야.”
曰 “然則王之所大欲, 可知已. 欲辟土地, 朝秦楚, 莅中國而撫四夷也, 以若所爲求若所欲, 猶緣木而求魚也.”
왈 “연즉왕지소대욕, 가지이. 욕벽토지, 조진초, 이중국이무사이야, 이약소위구약소욕, 유연목이구어야.”
王曰 “若是其甚與?”
왕왈 “약시기심여?”
曰 “殆有甚焉. 緣木求魚, 雖不得魚, 無後災. 以若所爲求若所欲, 盡心力而爲之, 後必有災.”
왈 “태유심언. 연목구어, 수부득어, 무후재. 이약소위구약소욕, 진심력이위지, 후필유재.”
曰 “可得聞與?”
왈 “가득문여?”
曰 “鄒人與楚人戰, 則王以爲孰勝?”
왈 “추인여초인전, 즉왕이위숙승?”
曰 “楚人勝.”
왈 “초인승.”
曰 “然則小固不可以敵大, 寡固不可以敵衆, 弱固不可以敵彊.
왈 “연즉소고불가이적대, 과고불가이적중, 약고불가이적강.
海內之地方千里者九, 齊集有其一. 以一服八, 何以異於鄒敵楚哉? 蓋亦反其本矣.
해내지지방천리자구, 제집유기일. 이일복팔, 하이이어추적초재? 개역반기본의.
今王發政施仁, 使天下仕者, 皆欲立於王之朝, 耕者皆欲耕於王之野, 商賈皆欲藏於王之市,
금왕발정시인, 사천하사자, 개욕립어왕지조, 경자개욕경어왕지야, 상고개욕장어왕지시,
行旅皆欲出於王之塗, 天下之欲疾其君者皆欲赴愬於王. 其若是, 孰能禦之?”
행려개욕출어왕지도, 천하지욕질기군자개욕부소어왕. 기약시, 숙능어지?”
王曰 “吾惛, 不能進於是矣. 願夫子輔吾志, 明以敎我. 我雖不敏, 請嘗試之.”
왕왈 “오혼, 불능진어시의. 원부자보오지, 명이교아. 아수불민, 청상시지.”
曰 “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 則無恒産, 因無恒心.
왈 “무항산이유항심자, 유사위능. 약민, 즉무항산, 인무항심.
苟無恒心, 放辟邪侈, 無不爲已.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
구무항심, 방벽사치, 무불위이. 급함어죄연후, 종이형지, 시망민야.
焉有仁人在位罔民而可爲也?
언유인인재위망민이가위야?
是故明君制民之産, 必使仰足以事父母, 俯足以畜妻子, 樂歲終身飽, 凶年免於死亡.
시고명군제민지산, 필사앙족이사부모, 부족이축처자, 낙세종신포, 흉년면어사망.
然後驅而之善, 故民之從之也輕. 今也制民之産, 仰不足以事父母, 俯不足以畜妻子.
연후구이지선, 고민지종지야경. 금야제민지산, 앙부족이사부모, 부부족이축처자.
樂歲終身苦, 凶年不免於死亡.
낙세종신고, 흉년불면어사망.
此惟救死而恐不贍, 奚暇治禮義哉? 王欲行之, 則盍反其本矣.
차유구사이공불섬, 해가치예의재? 왕욕행지, 즉합반기본의.
吾畝之宅, 樹之以桑, 吾十者可以衣帛矣,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오무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계돈구체지축,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
百畝之田, 勿奪其時, 八口之家可以無飢矣.
백무지전, 물탈기시, 팔구지가가이무기의.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재어도로의.
齊宣王問曰 “齊桓晉文之事, 可得聞乎?”제선왕문왈 “제환진문지사, 가득문호?”孟子對曰 “仲尼之徒, 無道桓文之事者, 是以後世無傳焉, 臣未之聞也. 無以, 則王乎?”맹자대왈 “중니지도, 무도환문지사자, 시이후세무전언, 신미지문야. 무이, 즉왕호?”曰 “德何如, 則可以王矣?”왈 “덕하여, 즉가이왕의?”曰 “保民而王, 莫之能禦也.”왈 “보민이왕, 막지능어야.”曰 “若寡人者, 可以保民乎哉?”왈 “약과인자, 가이보민호재?”曰 “可.”왈 “가.”曰 “何由知吾可也?”왈 “하유지오가야?”曰 “臣聞之胡齕曰, 王坐於堂上, 有牽牛而過堂下者, 王見之曰 ‘牛何之?’왈 “신문지호흘왈, 왕좌어당상, 유견우이과당하자, 왕견지왈 ‘우하지?’對曰 ‘將以釁鐘.’ 王曰 ‘舍之! 吾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대왈 ‘장이흔종.’ 왕왈 ‘사지! 오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對曰 ‘然則廢釁鐘與?’ 曰 ‘何可廢也? 以羊易之!’ 不識有諸?”대왈 ‘연즉폐흔종여?’ 왈 ‘하가폐야? 이양역지!’ 불식유저?”曰 “有之.”왈 “유지.”曰 “是心足以王矣. 百姓皆以王爲愛也, 臣固知王之不忍也.”왈 “시심족이왕의. 백성개이왕위애야, 신고지왕지불인야.”王曰 “然. 誠有百姓者. 齊國雖褊小, 吾何愛一牛? 卽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 故以羊易之也.”왕왈 “연. 성유백성자. 제국수편소, 오하애일우? 즉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 고이양역지야.”曰 “王無異於百姓之以王爲愛也. 以小易大, 彼惡知之? 王若隱其無罪而就死地, 則牛羊何擇焉?”왈 “왕무이어백성지이왕위애야. 이소역대, 피오지지? 왕약은기무죄이취사지, 즉우양하택언?”王笑曰 “是誠何心哉? 我非愛其財而易之以羊也. 宜乎百姓之謂我愛也.”왕소왈 “시성하심재? 아비애기재이역지이양야. 의호백성지위아애야.”曰 “無傷也, 是乃仁術也, 見牛未見羊也. 君子之於禽獸也, 見其生, 不忍見其死; 聞其聲, 不忍食其肉. 是以君子遠庖廚也.”왈 “무상야, 시내인술야, 견우미견양야. 군자지어금수야, 견기생, 불인견기사; 문기성, 불인식기육. 시이군자원포주야.”王說曰 “詩云:‘他人有心, 予忖度之.’ 夫子之謂也. 夫我乃行之, 反以求之, 不得吾心.왕설왈 “시운:‘타인유심, 여촌탁지.’ 부자지위야. 부아내행지, 반이구지, 부득오심.夫子言之, 於我心有戚戚焉. 此心之所以合於王者, 何也?”부자언지, 어아심유척척언. 차심지소이합어왕자, 하야?”曰 “有復於王者曰, ‘吾力足以擧百鈞, 而不足以擧一羽; 明足以察秋毫之末, 而不見輿薪,’ 則王許之乎?”왈 “유복어왕자왈, ‘오력족이거백균, 이부족이거일우; 명족이찰추호지말, 이불견여신,’ 즉왕허지호?”曰 “否.”왈 “부.”“今恩足以及禽獸, 而功不至於百姓者, 獨何與?“금은족이급금수, 이공부지어백성자, 독하여?然則一羽之不擧, 爲不用力焉; 輿薪之不見, 爲不用明焉; 百姓之不見保, 爲不用恩焉.연즉일우지불거, 위불용력언; 여신지불견, 위불용명언; 백성지불견보, 위불용은언.故王之不王, 不爲也, 非不能也.”고왕지불왕, 불위야, 비불능야.”曰 “不爲者與不能者之形, 何以異?”왈 “불위자여불능자지형, 하이이?”曰 “挾太山以超北海, 語人曰 ‘我不能.’ 是誠不能也.왈 “협태산이초북해, 어인왈 ‘아불능.’ 시성불능야.爲長者折枝, 語人曰, ‘我不能.’ 是不爲也, 非不能也.위장자절지, 어인왈, ‘아불능.’ 시불위야, 비불능야.故王之不王, 非挾太山以超北海之類也; 王之不王, 是折枝之類也.고왕지부왕, 비협태산이초북해지유야; 왕지불왕, 시절지지류야.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로오로, 이급인지로; 유오유, 이급인지유. 천하가운어장.詩云:‘刑于寡妻, 至于兄弟, 以御于家邦.’ 言擧斯心加諸彼而已.시운:‘형우과처, 지우형제, 이어우가방.’ 언거사심가저피이이.故推恩足以保四海, 不推恩無以保妻子.고추은족이보사해, 불추은무이보처자.古之人所以大過人者, 無他焉, 善推其所爲而已矣.고지인소이대과인자, 무타언, 선추기소위이이의.今恩足以及禽獸, 而功不至於百姓者, 獨何與?금은족이급금수, 이공부지어백성자, 독하여?權, 然後知輕重; 度, 然後知長短. 物皆然, 心爲甚.권, 연후지경중; 탁, 연후지장단. 물개연, 심위심.王請度之! 抑王興甲兵, 危士臣, 構怨於諸侯, 然後快於心與?”왕청탁지! 억왕흥갑병, 위사신, 구원어제후, 연후쾌어심여?”王曰 “否. 吾何快於是? 將以求吾所大欲也.”왕왈 “부. 오하쾌어시? 장이구오소대욕야.”曰 “王之所大欲, 可得聞與?”왈 “왕지소대욕, 가득문여?”王笑而不言. 曰 “爲肥甘, 不足於口與? 輕煖不足於體與? 抑爲采色不足視於目與?왕소이불언. 왈 “위비감, 부족어구여? 경난부족어체여? 억위채색부족시어목여?聲音不足聽於耳與? 便嬖不足使令於前與? 王之諸臣, 皆足以供之, 而王豈爲是哉?”성음부족청어이여? 편폐부족사령어전여? 왕지제신, 개족이공지, 이왕기위시재?”曰 “否. 吾不爲是也.”왈 “부. 오불위시야.”曰 “然則王之所大欲, 可知已. 欲辟土地, 朝秦楚, 莅中國而撫四夷也, 以若所爲求若所欲, 猶緣木而求魚也.”왈 “연즉왕지소대욕, 가지이. 욕벽토지, 조진초, 이중국이무사이야, 이약소위구약소욕, 유연목이구어야.”王曰 “若是其甚與?”왕왈 “약시기심여?”曰 “殆有甚焉. 緣木求魚, 雖不得魚, 無後災. 以若所爲求若所欲, 盡心力而爲之, 後必有災.”왈 “태유심언. 연목구어, 수부득어, 무후재. 이약소위구약소욕, 진심력이위지, 후필유재.”曰 “可得聞與?”왈 “가득문여?”曰 “鄒人與楚人戰, 則王以爲孰勝?”왈 “추인여초인전, 즉왕이위숙승?”曰 “楚人勝.”왈 “초인승.”曰 “然則小固不可以敵大, 寡固不可以敵衆, 弱固不可以敵彊.왈 “연즉소고불가이적대, 과고불가이적중, 약고불가이적강.海內之地方千里者九, 齊集有其一. 以一服八, 何以異於鄒敵楚哉? 蓋亦反其本矣.해내지지방천리자구, 제집유기일. 이일복팔, 하이이어추적초재? 개역반기본의.今王發政施仁, 使天下仕者, 皆欲立於王之朝, 耕者皆欲耕於王之野, 商賈皆欲藏於王之市,금왕발정시인, 사천하사자, 개욕립어왕지조, 경자개욕경어왕지야, 상고개욕장어왕지시,行旅皆欲出於王之塗, 天下之欲疾其君者皆欲赴愬於王. 其若是, 孰能禦之?”행려개욕출어왕지도, 천하지욕질기군자개욕부소어왕. 기약시, 숙능어지?”王曰 “吾惛, 不能進於是矣. 願夫子輔吾志, 明以敎我. 我雖不敏, 請嘗試之.”왕왈 “오혼, 불능진어시의. 원부자보오지, 명이교아. 아수불민, 청상시지.”曰 “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 則無恒産, 因無恒心.왈 “무항산이유항심자, 유사위능. 약민, 즉무항산, 인무항심.苟無恒心, 放辟邪侈, 無不爲已.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구무항심, 방벽사치, 무불위이. 급함어죄연후, 종이형지, 시망민야.焉有仁人在位罔民而可爲也?언유인인재위망민이가위야?是故明君制民之産, 必使仰足以事父母, 俯足以畜妻子, 樂歲終身飽, 凶年免於死亡.시고명군제민지산, 필사앙족이사부모, 부족이축처자, 낙세종신포, 흉년면어사망.然後驅而之善, 故民之從之也輕. 今也制民之産, 仰不足以事父母, 俯不足以畜妻子.연후구이지선, 고민지종지야경. 금야제민지산, 앙부족이사부모, 부부족이축처자.樂歲終身苦, 凶年不免於死亡.낙세종신고, 흉년불면어사망.此惟救死而恐不贍, 奚暇治禮義哉? 王欲行之, 則盍反其本矣.차유구사이공불섬, 해가치예의재? 왕욕행지, 즉합반기본의.吾畝之宅, 樹之以桑, 吾十者可以衣帛矣,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오무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계돈구체지축,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百畝之田, 勿奪其時, 八口之家可以無飢矣.백무지전, 물탈기시, 팔구지가가이무기의.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재어도로의.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노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노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해석
제나라의 선왕이 물었다. “제나라의 환공과 진나라의 문공에 대해 말씀을 들어 볼 수가 있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제 환공과 진 문공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세에 전하는 말이 없기에, 저 역시 아직까지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말하라 하신다면, 저는 왕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선왕이 다시 물었다. “덕이 어떠해야만 왕도를 실현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기울인다면 자연스럽게 왕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만 하신다면) 그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제가 왕을 가까이서 모시는 호흘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왕께서 당상에 앉아 계시는데, 어떤 이가 소를 끌고 당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왕께서 이를 보시고, 이렇게 물으셨다지요. ‘이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이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흔종5) 하는 데 쓰려고 합니다.’ 왕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그 소를 놓아 주어라. 나는 저 소가 벌벌 떨면서 아무 죄도 없이 사지(死地)로 나아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구나’ 하시니, ‘그러하오면 흔종을 그만두오리까?’라고 하니,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양으로 바꾸어서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모르겠나이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다면, 충분히 왕도를 실현하실 수 있습니다. 백성은 모두 왕께서 소가 아까워서 그리하신 거라 여기고 있습니다만, 저는 왕께서 차마 그 소를 죽이지 못하게 하신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말한 백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제나라가 아무리 작다 한들, 어찌 내가 소 한 마리를 아까워하겠습니까? 단지 그 소가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소를 양으로 바꾸게 한 것입니다.”
“왕께서는 백성이 우리 임금이 소를 아까워한다고 비난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지 마소서. 작은 양으로 큰 소를 대신한 것으로만 여기니, 저들이 어찌 왕의 속마음을 알겠습니까? 그런데 왕께서 만약 그 소가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측은하게 여기셨다면, 소와 양이 무엇이 다를 게 있어 양으로 소를 대신하게 하셨는지요?”
왕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무슨 마음에서 그리한 것일까요? 내가 진실로 재물이 아까워서 양으로 바꾸게 한 게 아니었건만, 백성이 내가 재물이 아까워 그리했다고 말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겠소이다.”
“그렇게까지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그것이야말로 인을 실천하는 도리입니다. 소가 죽으러 가는 것은 보셨으되, 양은 보지 못하셨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금수를 대하되, 그 살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것이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그것이 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왕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시경》6)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나는 헤아려서 아노라.’ 이거야말로 선생을 두고 한 말이군요. 내가 무엇인가를 행하고서도 그 까닭을 돌이켜 생각해 보매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었는데, 이제 선생께서 말씀해 주시니 내 마음에 뭔가 뭉클하게 와 닿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이 왕도를 실현하는 데 합당하다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내 힘은 3천 근을 들기에 충분하지만 지금은 깃털 하나도 들 수 없고, 제 시력은 가느다란 가을 터럭도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한 수레의 장작더미도 볼 수 없다’라고 아뢴다면, 왕께서는 이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믿을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지금 (차마 어쩌지 못하는) 왕의 은혜가 금수에게까지 미치면서도, 그 공덕이 백성에게 미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러니까 깃털 하나도 들지 못하겠다는 것은 결국 힘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고, 한 수레의 장작더미도 볼 수 없다는 것은 결국 그 시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은혜를 베풀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올시다. 그러니 왕께서 왕도를 실현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다릅니까?”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일을 두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른을 위해 나뭇가지를 꺾어 드리는 일을 두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이제 왕께서 왕도를 실현할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일처럼 (할 수 없는 게) 아니고, 어른을 위해 나뭇가지를 꺾어 드리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집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남의 집 노인을 공경하고, 나의 집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의 집 어린아이를 사랑한다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 놓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시경》7)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내 아내에게 본보기가 되고, 그 덕이 형과 아우에게 미쳐, 이로써 집안과 나라를 다스린다.’ 이것은 가까운 가족에 대한 마음을 확대해 천하의 백성에까지 미치게 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가까운 데서 먼 데까지 미치게 한다면, 충분히 온 천하를 보전하여 편안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은혜가 미치지 못하면 자기 처자식조차도 보전하여 편안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대의 성현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크게 훌륭했던 것은 다른 까닭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자기가 하는 일을 미루어 남에게까지 잘 미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차마 어쩌지 못하는) 왕의 은혜가 금수에게 미치면서도 그 공덕이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저울질해 본 뒤라야 물건의 경중을 알 수 있고, 자로 재어 본 뒤에야 물건의 장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사가 다 그렇습니다만, 특히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이보다 심하니 잘 헤아려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청컨대 왕께옵서는 그것을 잘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왕이시여! 군사를 일으켜 병졸과 신하들을 위태롭게 하시고, 이웃 나라 제후들의 원한을 산 뒤라야 마음이 통쾌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통쾌하게 여기겠습니까? 나는 내가 크게 바라는 바를 이루고 싶을 따름이오.”
“왕께서 크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들어 볼 수 있겠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맹자가 다시 말했다. “기름진 고기와 달콤한 음식이 입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가볍고 따뜻한 옷이 몸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화려한 색깔이 눈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아름다운 소리가 귀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좌우의 심부름꾼이 앞에서 부리시기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이런 것쯤이야 왕의 모든 신하들이 만족스럽게 해드릴 수 있을 것이니 왕께서 어찌 그런 것 때문에 그러시기야 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내가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왕께서 크게 바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영토를 넓히고, 진나라와 초나라를 굴복시키고, 천하의 가운데서 군림하여 사방의 오랑캐들을 어루만지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방법으로 바라는 바를 이루시려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나 형편없단 말입니까?”
“그보다 훨씬 더 형편없습니다.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으면 비록 물고기는 얻지 못하더라도 뒤따라오는 재앙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법으로 바라는 바를 이루려 하면 마음과 힘을 다하더라도 뒤에 가서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추나라 사람이 초나라 사람과 전쟁을 한다면 왕께서는 어느 쪽이 이긴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대국인) 초나라 사람들이 이기겠지요.”
“그렇습니다. 진정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대적하지 못하고, 적은 숫자로는 많은 숫자를 이기지 못하며, 약한 것은 강한 것을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 천하에 그 땅이 사방 천 리가 되는 나라가 아홉이 있는데, 제나라의 땅은 두루 모아야 그 가운데 하나를 차지할 뿐입니다. 그 하나로 나머지 여덟을 굴복시킨다는 것은 추나라가 초나라와 대적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왕께서는 어찌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시나이까? 이제 왕께서 정치를 쇄신하고 인정을 베푸시면, 천하의 벼슬살이하고자 하는 자들이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기를 바랄 것이고, 농사짓는 자들은 왕의 땅에서 농사짓기를 바랄 것이며, 장사꾼들은 왕의 시장에 물건을 갖다 놓고 싶어 할 것이고, 여행객들은 왕의 길을 걷기를 바랄 것이며, 천하의 자기 나라 임금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모두 왕께 와서 호소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뉘라서 그것을 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아둔하여 그런 지경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선생께서는 나의 뜻을 도우셔서 저를 환하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내 비록 불민하나마 시험 삼아 선생의 말씀대로 해 보겠습니다.”
“의식에 대한 걱정이 없어도 평상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수의 선비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일반 백성은 의식에 대한 걱정이 있으면, 그로 말미암아 평상심을 잃게 됩니다. 평상심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사악하고 사치를 일삼는 등 못하는 짓이 없게 됩니다. 백성이 이런 지경에 빠져 죄를 지은 뒤에 그 죄질에 따라 형벌을 가한다면, 미리 그물을 쳐 놓고 백성이 거기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거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어찌 어진 이가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을 그물에 걸리게 하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임금은 백성의 생업을 마련해 줌으로써 위로는 부모를 섬기는 데 부족함이 없고,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으며, 풍년이 들면 죽을 때까지 배불리 먹고, 흉년이 들더라도 죽음을 면하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한 뒤에 그들을 이끌어 선한 길로 가도록 하면 백성은 너무도 쉽게 그에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 위로는 부모를 섬길 수도 없고,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지도 못하며, 풍년이 들어도 내내 고생만 하고, 흉년에는 죽음을 면치 못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죽음에서 헤어나는 것만으로도 달리 여유가 없을 터인즉, 어느 겨를에 예와 의를 닦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천하에 왕도를 실현하고자 하신다면, 어찌하여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 다섯 무의 택지 주변에 뽕나무를 심기만 해도 오십 먹은 자들이 가벼우면서도 따스한 비단 옷을 입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닭과 개돼지를 기를 때 번식기를 놓치지 않게 하면 칠십 노인들도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백 무의 전지를 한 가족이 부역에 끌려가지 않아 농사철을 빼앗기지 않고 농사짓는다면 한 식구가 굶주림 없이 살 것입니다.
상(庠)과 서(序)와 같은 교육기관을 세워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친다면, 머리가 백발이 된 자가 길 위에서 짐을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칠십 먹은 노인네가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일반 백성이 굶주리거나 춥게 사는 일이 없는데도 왕 노릇을 하지 못한 이는 이제껏 없었습니다.”
해설
이 세상을 살아가며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결국 자기가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을 따름이다. 그래서 영어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Attitude is everything.” 결국 세상만사가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나 같은 사람도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맹자의 대답은 너무도 간명했다. “하실 수 있습니다.” 맹자가 할 수 있다는 근거로 든 것이 바로 임금의 ‘연민지심’이다. 희생으로 끌려가는 소에 대해 불쌍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같은 이치로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이 세상에는 할 수 없는 것보다는 자기가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맹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백성들과 더불어(與民)’ 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장원문
莊暴見孟子曰 “暴見於王, 王語暴以好樂, 暴未有以對也.”
장포견맹자왈 “포현어왕, 왕어포이호악, 포미유이대야.”
曰 “好樂何如?”
왈 “호악하여?”
孟子曰 “王之好樂甚, 則齊國其庶幾乎!”
맹자왈 “왕지호악심, 즉제국기서기호!”
他日, 見於王曰 “王嘗語莊子以好樂, 有諸?”
타일, 현어왕왈 “왕상어장자이호악, 유저?”
王變乎色曰 “寡人非能好先王之樂也, 直好世俗之樂耳.”
왕변호색왈 “과인비능호선왕지악야, 직호세속지악이.”
曰 “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今之樂由古之樂也.”
왈 “왕지호악심, 즉제기서기호! 금지락유고지악야.”
曰 “可得聞與?”
왈 “가득문여?”
曰 “獨樂樂, 與人樂樂, 孰樂?”
왈 “독악락, 여인악락, 숙락?”
曰 “不若與人.”
왈 “불약여인.”
曰 “與少樂樂, 與衆樂樂, 孰樂?”
왈 “여소악락, 여중악락, 숙락?”
曰 “不若與衆.”
왈 “불약여중.”
“臣請爲王言樂.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 管籥之音,
“신청위왕언악. 금왕고악어차, 백성문왕종고지성, 관약지음,
擧疾首蹙頞而相告曰 ‘吾王之好鼓樂,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産.’
거질수축알이상고왈 ‘오왕지호고악, 부하사아지어차극야? 부자불상견, 형제처자리산.’
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疾首蹙頞而相告曰
금왕전렵어차, 백성문왕차마지음, 견우모지미, 거질수축알이상고왈
‘吾王之好田獵,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産.’
‘오왕지호전렵, 부하사아지어차극야? 부자불상견, 형제처자리산.’
此無他, 不與民同樂也.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 管籥之音,
차무타, 불여민동락야. 금왕고악어차, 백성문왕종고지성, 관약지음,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 ‘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鼓樂也?’
거흔흔연유희색이상고왈 ‘오왕서기무질병여? 하이능고악야?’
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
금왕전렵어차, 백성문왕차마지음, 견우모지미, 거흔흔연유희색이상고왈
莊暴見孟子曰 “暴見於王, 王語暴以好樂, 暴未有以對也.”장포견맹자왈 “포현어왕, 왕어포이호악, 포미유이대야.”曰 “好樂何如?”왈 “호악하여?”孟子曰 “王之好樂甚, 則齊國其庶幾乎!”맹자왈 “왕지호악심, 즉제국기서기호!”他日, 見於王曰 “王嘗語莊子以好樂, 有諸?”타일, 현어왕왈 “왕상어장자이호악, 유저?”王變乎色曰 “寡人非能好先王之樂也, 直好世俗之樂耳.”왕변호색왈 “과인비능호선왕지악야, 직호세속지악이.”曰 “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今之樂由古之樂也.”왈 “왕지호악심, 즉제기서기호! 금지락유고지악야.”曰 “可得聞與?”왈 “가득문여?”曰 “獨樂樂, 與人樂樂, 孰樂?”왈 “독악락, 여인악락, 숙락?”曰 “不若與人.”왈 “불약여인.”曰 “與少樂樂, 與衆樂樂, 孰樂?”왈 “여소악락, 여중악락, 숙락?”曰 “不若與衆.”왈 “불약여중.”“臣請爲王言樂.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 管籥之音,“신청위왕언악. 금왕고악어차, 백성문왕종고지성, 관약지음,擧疾首蹙頞而相告曰 ‘吾王之好鼓樂,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産.’거질수축알이상고왈 ‘오왕지호고악, 부하사아지어차극야? 부자불상견, 형제처자리산.’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疾首蹙頞而相告曰금왕전렵어차, 백성문왕차마지음, 견우모지미, 거질수축알이상고왈‘吾王之好田獵,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産.’‘오왕지호전렵, 부하사아지어차극야? 부자불상견, 형제처자리산.’此無他, 不與民同樂也. 今王鼓樂於此, 百姓聞王鐘鼓之聲, 管籥之音,차무타, 불여민동락야. 금왕고악어차, 백성문왕종고지성, 관약지음,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 ‘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鼓樂也?’거흔흔연유희색이상고왈 ‘오왕서기무질병여? 하이능고악야?’今王田獵於此, 百姓聞王車馬之音, 見羽旄之美,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금왕전렵어차, 백성문왕차마지음, 견우모지미, 거흔흔연유희색이상고왈‘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田獵也?’ 此無他, 與民同樂也. 今王與百姓同樂, 則王矣.”‘오왕서기무질병여, 하이능전렵야?’ 차무타, 여민동락야. 금왕여백성동락, 즉왕의.”
‘吾王庶幾無疾病與, 何以能田獵也?’ 此無他, 與民同樂也. 今王與百姓同樂, 則王矣.”
‘오왕서기무질병여, 하이능전렵야?’ 차무타, 여민동락야. 금왕여백성동락, 즉왕의.”
해석
(제 선왕의 신하인) 장포가 맹자를 뵙고 말했다. “제가 왕을 만나 뵈었더니, 왕께서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아무 대답도 못했습니다.”
그가 이어 말했다. “그런데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왕께서 음악을 몹시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이상적으로 다스려질 희망이 보이는군요.”
얼마 지나고 나서 맹자는 왕을 만날 기회가 나서 물었다. “왕께서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낯빛이 바뀌면서 대답하였다. “나는 선왕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속적인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왕께서 음악을 몹시 좋아하신다면, 제나라가 이상적으로 다스려질 희망이 보입니다. 요즘 음악이 곧 옛 성현의 음악과 같은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시온지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겠는지요?”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그야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쪽이 낫겠지요.”
“그렇다면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은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그것 역시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낫겠지요.”
“제가 왕을 위해서 음악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지금 여기서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이 편종과 편경, 타악기 소리와 관악기 소리, 생황 류의 소리를 듣고는 모두가 골치 아파하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임금은 음악을 좋아하시되, 어찌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경지까지 이르게 하는가! 아비와 자식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모두 헤어지고 흩어져 버렸구나.’ 이제 여기서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거마(車馬) 소리를 듣고 찬란한 깃발과 행렬 의장을 보고서는 모두가 골치 아파하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임금은 사냥을 좋아하시되, 어찌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는가! 아비와 자식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모두 헤어지고 흩어져 버렸구나.’ 이렇게 된 것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백성과 함께 즐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기서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되, 백성이 편종과 편경, 그리고 타악기 소리와 관악기 소리, 생황 류의 소리를 듣고는 모두 기뻐하면서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병환이 없으신가 보다. 어쩌면 저렇게도 음악을 잘 연주하실까!’ 또 지금 여기서 왕께서 사냥을 하시되, 백성이 왕의 거마 소리를 듣고 찬란한 깃발과 행렬 의장을 보고서는 모두 기뻐하며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병환이 없으신가 보다. 어쩌면 저렇게도 사냥을 잘 하실까!’ 이렇게 된 것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백성과 함께 즐기기 때문입니다. 이제 왕께서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하신다면, 왕 노릇을 제대로 하시게 될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2장원문
齊宣王問曰 “文王之囿, 方七十里, 有諸?”
제선왕문왈 “문왕지유, 방칠십리, 유저?”
孟子對曰 “於傳有之.”
맹자대왈 “어전유지.”
曰 “若是其大乎?”
왈 “약시기대호?”
曰 “民猶以爲小也.”
왈 “민유이위소야.”
曰 “寡人之囿, 方四十里, 民猶以爲大, 何也?”
왈 “과인지유, 방사십리, 민유이위대, 하야?”
曰 “文王之囿, 方七十里, 芻蕘者往焉, 雉兎者往焉, 與民同之.
왈 “문왕지유, 방칠십리, 추요자왕언, 치토자왕언, 여민동지.
民以爲小, 不亦宜乎? 臣始至於境, 問國之大禁, 然後敢入.
민이위소, 불역의호? 신시지어경, 문국지대금, 연후감입.
齊宣王問曰 “文王之囿, 方七十里, 有諸?”제선왕문왈 “문왕지유, 방칠십리, 유저?”孟子對曰 “於傳有之.”맹자대왈 “어전유지.”曰 “若是其大乎?”왈 “약시기대호?”曰 “民猶以爲小也.”왈 “민유이위소야.”曰 “寡人之囿, 方四十里, 民猶以爲大, 何也?”왈 “과인지유, 방사십리, 민유이위대, 하야?”曰 “文王之囿, 方七十里, 芻蕘者往焉, 雉兎者往焉, 與民同之.왈 “문왕지유, 방칠십리, 추요자왕언, 치토자왕언, 여민동지.民以爲小, 不亦宜乎? 臣始至於境, 問國之大禁, 然後敢入.민이위소, 불역의호? 신시지어경, 문국지대금, 연후감입.臣聞郊關之內, 有囿方四十里, 殺其麋鹿者如殺人之罪, 則是方四十里爲阱於國中, 民以爲大, 不亦宜乎?”신문교관지내, 유유방사십리, 살기미록자여살인지죄, 즉시방사십리위정어국중, 민이위대, 불역의호?”
臣聞郊關之內, 有囿方四十里, 殺其麋鹿者如殺人之罪, 則是方四十里爲阱於國中, 民以爲大, 不亦宜乎?”
신문교관지내, 유유방사십리, 살기미록자여살인지죄, 즉시방사십리위정어국중, 민이위대, 불역의호?”
해석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문왕의 동산은 사방이 70리나 되었다 하는데, 과연 그랬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전해 오는 문헌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나 컸습니까?”
“백성은 그래도 오히려 작다고 여겼습니다.”
“과인의 동산은 사방이 겨우 40리인데도, 백성은 오히려 크다고 여기니 어찌 된 일입니까?”
“문왕의 동산은 사방이 70리였으되, 꼴을 베고 나무하는 사람도 드나들고, 꿩 잡고 토끼 잡는 사람들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었습니다. 문왕께서는 그것을 백성과 함께 한 것입니다. 그러니 백성이 그것도 작다고 여긴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처음 제나라의 국경에 이르렀을 때, 제나라의 가장 큰 금령이 무엇인가를 물어본 뒤 들어왔습니다. 제가 들으니 교외의 관소 안에 사방 40리의 동산이 있는데, 여기서 사슴을 잡는 사람은 사람을 죽인 자와 똑같은 죄로 다스린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나라 안에 사방 40리나 되는 함정을 파 놓은 것과 같으니, 백성이 그것을 크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양혜왕 하(梁惠王 下) 3장원문
齊宣王問曰 “交隣國有道乎?”
제선왕문왈 “교린국유도호?”
孟子對曰 “有惟仁者爲能以大事小, 是故湯事葛, 文王事昆夷.
맹자대왈 “유유인자위능이대사소, 시고탕사갈, 문왕사곤이.
惟智者爲能以小事大, 故大王事獯鬻, 句踐事吳.
유지자위능이소사대, 고대왕사훈육, 구천사오.
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
이대사소자, 락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락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
詩云:‘畏天之威, 于時保之.’”
시운:‘외천지위, 우시보지.’”
王曰 “大哉言矣! 寡人有疾, 寡人好勇.”
왕왈 “대재언의! 과인유질, 과인호용.”
對曰 “王請無小勇. 夫撫劒疾視曰, ‘彼惡敢當我哉!’ 此匹夫之勇, 敵一人者也.
대왈 “왕청무소용. 부무검질시왈, ‘피오감당아재!’ 차필부지용, 적일인자야.
王請大之! 詩云:‘王赫斯怒, 爰整其旅, 以遏徂莒, 以篤周祜, 以對于天下.’
왕청대지! 시운:‘왕혁사노, 원정기여, 이알조거, 이독주호, 이대우천하.’
此文王之勇也. 文王一怒而安天下之民.
차문왕지용야. 문왕일노이안천하지민.
書曰 ‘天降下民, 作之君, 作之師, 惟曰其助上帝寵之.
서왈 ‘천강하민, 작지군, 작지사, 유왈기조상제총지.
四方有罪無罪, 惟我在, 天下曷敢有越厥志?’ 一人衡行於天下, 武王恥之.
사방유죄무죄, 유아재, 천하갈감유월궐지?’ 일인형행어천하, 무왕치지.
此武王之勇也. 而武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
차무왕지용야. 이무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
齊宣王問曰 “交隣國有道乎?”제선왕문왈 “교린국유도호?”孟子對曰 “有惟仁者爲能以大事小, 是故湯事葛, 文王事昆夷.맹자대왈 “유유인자위능이대사소, 시고탕사갈, 문왕사곤이.惟智者爲能以小事大, 故大王事獯鬻, 句踐事吳.유지자위능이소사대, 고대왕사훈육, 구천사오.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이대사소자, 락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락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詩云:‘畏天之威, 于時保之.’”시운:‘외천지위, 우시보지.’”王曰 “大哉言矣! 寡人有疾, 寡人好勇.”왕왈 “대재언의! 과인유질, 과인호용.”對曰 “王請無小勇. 夫撫劒疾視曰, ‘彼惡敢當我哉!’ 此匹夫之勇, 敵一人者也.대왈 “왕청무소용. 부무검질시왈, ‘피오감당아재!’ 차필부지용, 적일인자야.王請大之! 詩云:‘王赫斯怒, 爰整其旅, 以遏徂莒, 以篤周祜, 以對于天下.’왕청대지! 시운:‘왕혁사노, 원정기여, 이알조거, 이독주호, 이대우천하.’此文王之勇也. 文王一怒而安天下之民.차문왕지용야. 문왕일노이안천하지민.書曰 ‘天降下民, 作之君, 作之師, 惟曰其助上帝寵之.서왈 ‘천강하민, 작지군, 작지사, 유왈기조상제총지.四方有罪無罪, 惟我在, 天下曷敢有越厥志?’ 一人衡行於天下, 武王恥之.사방유죄무죄, 유아재, 천하갈감유월궐지?’ 일인형행어천하, 무왕치지.此武王之勇也. 而武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차무왕지용야. 이무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今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 民惟恐王之好不勇也.”금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 민유공왕지호불용야.”
今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 民惟恐王之好不勇也.”
금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 민유공왕지호불용야.”
해석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에도 도리가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있고말고요. 오직 어진 자만이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탕왕이 갈나라를 섬겼고, 문왕은 곤이를 섬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나라의 조상인 고공단보가 훈육을 섬겼고, 월왕 구천은 오나라를 섬겼던 것입니다.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을 즐길 줄 아는 자입니다.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입니다. 하늘을 즐길 줄 아는 자는 천하를 보전할 수가 있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는 나라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시경》8)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에 나라를 잘 보전하도다.’”
“참으로 위대하신 말씀이오이다. 그러나 과인에게는 병통이 하나 있으니, 과인이 혈기가 지나쳐 용맹함을 좋아합니다.”
“왕께서는 용맹함을 좋아하시되 작은 용맹은 좋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칼을 만지작거리며 노려보면서 ‘네놈이 감히 나를 당해 낼 수 있으랴!’ 하고 말하는 것은 필부의 용맹으로, 겨우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용맹함을 가지되 크게 가지시기 바랍니다. 《시경》9)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주 문왕이 크게 노하시어, 이에 그 군대를 정비하시고, 거나라로 가는 길을 막아 버리니, 주나라의 복을 돈독히 하시고, 온 천하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셨네!’ 이것이 문왕의 용맹을 말한 것입니다. 문왕은 한 번 노하여서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서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하늘이 백성을 이 세상에 내리실 때, 임금을 세우고 스승을 세운 것은 오직 상제를 도와 온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사방의 죄 있는 자를 벌하고 죄 없는 자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오직 나, 무왕에게 달려 있으니, 온 천하 사람들이 어찌 감히 그 뜻을 뛰어넘으랴!’ 당시 단 한 사람이라도 하늘의 도에 순응하지 않고 멋대로 굴었던 것마저 무왕은 자기 책임인 양 부끄럽게 생각하셨으니, 이것이 무왕의 용맹입니다. 무왕은 한 번 노하심으로 천하를 편안하게 하셨습니다. 지금 왕께서도 한 번 노하시어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면, 백성은 왕께서 용맹을 좋아하지 않으실까 걱정할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4장원문
齊宣王, 見孟子於雪宮. 王曰 “賢者亦有此樂乎?”
제선왕, 견맹자어설궁. 왕왈 “현자역유차락호?”
孟子對曰 “有. 人不得, 則非其上矣. 不得而非其上者, 非也; 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 亦非也.
맹자대왈 “유. 인부득, 즉비기상의. 부득이비기상자, 비야; 위민상이불여민동락자, 역비야.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락민지락자, 민역락기락; 우민지우자, 민역우기우. 락이천하, 우이천하,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 ‘吾欲觀於轉附朝儛, 遵海而南, 放於琅邪, 吾何修而可以比於先王觀也?’
석자제경공문어안자왈 ‘오욕관어전부조무, 준해이남, 방어랑야, 오하수이가이비어선왕관야?’
晏子對曰 ‘善哉問也! 天子適諸侯曰巡狩, 巡狩者, 巡所守也.
안자대왈 ‘선재문야! 천자적제후왈순수, 순수자, 순소수야.
諸侯朝於天子曰述職. 述職者, 述所職也. 無非事者. 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及.
제후조어천자왈술직. 술직자, 술소직야. 무비사자. 춘성경이보부족, 추성렴이조불급.
夏諺曰 ‘吾王不遊, 吾何以休? 吾王不豫, 吾何以助? 一遊一豫, 爲諸侯度.’
하언왈 ‘오왕불유, 오하이휴? 오왕불예, 오하이조? 일유일예, 위제후도.’
今也不然:師行而糧食, 飢者弗食, 勞者弗息. 睊睊胥讒, 民乃作慝.
금야불연:사행이양식, 기자불식, 노자불식. 견견서참, 민내작특.
方命虐民, 飮食若流, 流連荒亡, 爲諸侯憂.
방명학민, 음식약류, 유련황망, 위제후우.
從流下而忘反謂之流, 從流上而忘反謂之連, 從獸無厭謂之荒, 樂酒無厭謂之亡.
종류하이망반위지류, 종류상이망반위지련, 종수무염위지황, 락주무염위지망.
先王無流連之樂, 荒亡之行. 惟君所行也.’ 景公說, 大戒於國, 出舍於郊, 於是始興發補不足.
선왕무류련지락, 황망지행. 유군소행야.’ 경공설, 대계어국, 출사어교, 어시시흥발보부족.
召太師曰 ‘爲我作君臣相說之樂!’ 蓋徵招角招是也.
소태사왈 ‘위아작군신상설지악!’ 개징초각초시야.
齊宣王, 見孟子於雪宮. 王曰 “賢者亦有此樂乎?”제선왕, 견맹자어설궁. 왕왈 “현자역유차락호?”孟子對曰 “有. 人不得, 則非其上矣. 不得而非其上者, 非也; 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 亦非也.맹자대왈 “유. 인부득, 즉비기상의. 부득이비기상자, 비야; 위민상이불여민동락자, 역비야.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락민지락자, 민역락기락; 우민지우자, 민역우기우. 락이천하, 우이천하, 연이불왕자, 미지유야.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 ‘吾欲觀於轉附朝儛, 遵海而南, 放於琅邪, 吾何修而可以比於先王觀也?’석자제경공문어안자왈 ‘오욕관어전부조무, 준해이남, 방어랑야, 오하수이가이비어선왕관야?’晏子對曰 ‘善哉問也! 天子適諸侯曰巡狩, 巡狩者, 巡所守也.안자대왈 ‘선재문야! 천자적제후왈순수, 순수자, 순소수야.諸侯朝於天子曰述職. 述職者, 述所職也. 無非事者. 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及.제후조어천자왈술직. 술직자, 술소직야. 무비사자. 춘성경이보부족, 추성렴이조불급.夏諺曰 ‘吾王不遊, 吾何以休? 吾王不豫, 吾何以助? 一遊一豫, 爲諸侯度.’하언왈 ‘오왕불유, 오하이휴? 오왕불예, 오하이조? 일유일예, 위제후도.’今也不然:師行而糧食, 飢者弗食, 勞者弗息. 睊睊胥讒, 民乃作慝.금야불연:사행이양식, 기자불식, 노자불식. 견견서참, 민내작특.方命虐民, 飮食若流, 流連荒亡, 爲諸侯憂.방명학민, 음식약류, 유련황망, 위제후우.從流下而忘反謂之流, 從流上而忘反謂之連, 從獸無厭謂之荒, 樂酒無厭謂之亡.종류하이망반위지류, 종류상이망반위지련, 종수무염위지황, 락주무염위지망.先王無流連之樂, 荒亡之行. 惟君所行也.’ 景公說, 大戒於國, 出舍於郊, 於是始興發補不足.선왕무류련지락, 황망지행. 유군소행야.’ 경공설, 대계어국, 출사어교, 어시시흥발보부족.召太師曰 ‘爲我作君臣相說之樂!’ 蓋徵招角招是也.소태사왈 ‘위아작군신상설지악!’ 개징초각초시야.其詩曰, ‘畜君何尤?’ 畜君者, 好君也.”기시왈, ‘축군하우?’ 축군자, 호군야.”
其詩曰, ‘畜君何尤?’ 畜君者, 好君也.”
기시왈, ‘축군하우?’ 축군자, 호군야.”
해석
제나라의 선왕이 설궁에서 맹자를 접견하고 물었다. “현자에게도 또한 이러한 즐거움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하지만 백성이 이런 즐거움을 더불어 하지 못하면 그 윗사람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즐거움을 더불어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백성의 윗사람으로서 그런 즐거움을 백성과 함께 하지 않는 것 또한 옳지 않습니다. 임금이 백성이 즐거워하는 것을 함께 즐거워하면 백성 또한 그 임금의 즐거움을 더불어 즐거워하고, 임금이 백성의 근심을 함께 근심한다면 백성 또한 임금의 근심을 더불어 근심할 것입니다. 천하와 즐거움을 같이하고, 천하와 근심을 같이하고도 왕 노릇을 하지 못한 이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옛날에 제나라 경공이 그 신하인 안자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이제 길을 떠날 터인데, 먼저 전부산과 조무산을 구경하고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서 멀리 낭야까지 가려고 하오. 내가 여행하며 어떻게 해야 선왕들의 관광에 비견할 수 있겠소?’ 안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좋은 질문입니다. 천자가 제후의 영지를 방문하는 것을 순수라고 합니다. 순수란 제후가 지키고 있는 봉토를 순시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천자가 봉토에 도착했을 때) 제후가 천자를 뵈옵는 것을 술직이라고 합니다. 술직이란 것은 제후가 맡은바 직책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천자가 되었든 제후가 되었든 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구체적인 용무가 있는 것입니다. 봄에는 밭갈이하는 것을 보살피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며, 가을에는 추수하는 것을 보살피고 부족한 것을 도와줍니다.
그러기에 하나라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임금께서 여행을 오시지 않으면 우리가 어찌 쉴 수 있으리오. 임금께서 놀러 오지 않으시면 어디서 도움을 받나. 한번 여행 오시고 놀러 오시는 것이 모두 제후의 법도가 된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임금이 한번 길을 나서면 수많은 수행원들이 뒤따르고, 그들을 먹일 많은 식량을 징발하므로 굶주린 자는 먹을 것이 없고 피로에 지친 자들 역시 쉬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서로 눈을 흘기고 헐뜯으며 백성들이 온갖 나쁜 짓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임금이 천명을 어기고 자기 백성을 학대하며 먹고 마시는 것을 물 쓰듯이 낭비합니다.
이렇듯 ‘유련황망(流連荒亡)’한 짓을 일삼으니 제후들의 걱정거리가 됩니다. 여기서 ‘유’라는 것은 흐름에 따라 배를 타고 내려간 뒤에 돌아오는 것을 잊는 것을 말하고, ‘련’이라는 것은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뒤에 돌아오는 것을 잊는 것을 말하며, ‘황’이라는 것은 말을 달려 짐승을 쫓아다니되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을 말하고, ‘망’이라는 것은 술을 즐기되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고대의 선왕들은 이렇듯 ‘유련’의 방탕한 즐거움이나 ‘황망’의 황폐한 행동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직 임금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이에 경공은 안자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온 나라 안에 훈령을 내려 근신하게 하시고, 교외에 임시 막사를 지어 직접 민생을 시찰하셨습니다.
이에 비로소 국정을 일으키시고 나라의 창고를 열어 백성의 부족한 것을 채워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악관인 태사를 불러 이렇게 분부하셨습니다. ‘나를 위해 임금과 신하가 서로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다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치소와 각소입니다. 그 가사에 ‘임금을 비판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리요’라는 말이 있는데, 곧 임금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5장원문
齊宣王問曰 “人皆謂我毁明堂, 毁諸? 已乎?”
제선왕문왈 “인개위아훼명당, 훼저? 이호?”
孟子對曰 “夫明堂者, 王者之堂也. 王欲行王政, 則勿毁之矣.”
맹자대왈 “부명당자, 왕자지당야. 왕욕행왕정, 즉물훼지의.”
王曰 “王政可得聞與?”
왕왈 “왕정가득문여?”
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 耕者九一, 仕者世祿, 關市譏而不征, 澤梁無禁, 罪人不孥.
대왈 “석자문왕지치기야, 경자구일, 사자세록, 관시기이부정, 택량무금, 죄인불노.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노이무처왈환, 노이무부왈과, 노이무자왈독, 유이무부왈고. 차사자, 천하지궁민이무고자.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詩云:‘哿矣富人, 哀此煢獨.’”
문왕발정시인, 필선사사자. 시운:‘가의부인, 애차경독.’”
王曰 “善哉言乎!”
왕왈 “선재언호!”
曰 “王如善之, 則何爲不行?”
왈 “왕여선지, 즉하위불행?”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貨.”
왕왈 “과인유질, 과인호화.”
對曰 “昔者公劉好貨, 詩云:‘乃積乃倉, 乃裹餱糧, 于槖于囊. 思戢用光.
대왈 “석자공류호화, 시운:‘내적내창, 내과후량, 우탁우낭. 사집용광.
弓矢斯張, 干戈戚揚, 爰方啓行.’ 故居者有積倉, 行者有裹糧也, 然後可以爰方啓行.
궁시사장, 간과척양, 원방계행.’ 고거자유적창, 행자유과량야, 연후가이원방계행.
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왕여호화, 여백성동지, 어왕하유?”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色.”
왕왈 “과인유질, 과인호색.”
對曰 “昔者大王好色, 愛厥妃.
대왈 “석자대왕호색, 애궐비.
詩云:‘古公亶父, 來朝走馬, 率西水滸, 至于岐下, 爰及姜女, 聿來胥宇.’
시운:‘고공단보, 내조주마, 솔서수호, 지우기하, 원급강녀, 율래서우.’
當是時也, 內無怨女, 外無曠夫. 王如好色,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당시시야, 내무원녀, 외무광부. 왕여호색, 여백성동지, 어왕하유?”
齊宣王問曰 “人皆謂我毁明堂, 毁諸? 已乎?”제선왕문왈 “인개위아훼명당, 훼저? 이호?”孟子對曰 “夫明堂者, 王者之堂也. 王欲行王政, 則勿毁之矣.”맹자대왈 “부명당자, 왕자지당야. 왕욕행왕정, 즉물훼지의.”王曰 “王政可得聞與?”왕왈 “왕정가득문여?”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 耕者九一, 仕者世祿, 關市譏而不征, 澤梁無禁, 罪人不孥.대왈 “석자문왕지치기야, 경자구일, 사자세록, 관시기이부정, 택량무금, 죄인불노.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노이무처왈환, 노이무부왈과, 노이무자왈독, 유이무부왈고. 차사자, 천하지궁민이무고자.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詩云:‘哿矣富人, 哀此煢獨.’”문왕발정시인, 필선사사자. 시운:‘가의부인, 애차경독.’”王曰 “善哉言乎!”왕왈 “선재언호!”曰 “王如善之, 則何爲不行?”왈 “왕여선지, 즉하위불행?”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貨.”왕왈 “과인유질, 과인호화.”對曰 “昔者公劉好貨, 詩云:‘乃積乃倉, 乃裹餱糧, 于槖于囊. 思戢用光.대왈 “석자공류호화, 시운:‘내적내창, 내과후량, 우탁우낭. 사집용광.弓矢斯張, 干戈戚揚, 爰方啓行.’ 故居者有積倉, 行者有裹糧也, 然後可以爰方啓行.궁시사장, 간과척양, 원방계행.’ 고거자유적창, 행자유과량야, 연후가이원방계행.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왕여호화, 여백성동지, 어왕하유?”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色.”왕왈 “과인유질, 과인호색.”對曰 “昔者大王好色, 愛厥妃.대왈 “석자대왕호색, 애궐비.詩云:‘古公亶父, 來朝走馬, 率西水滸, 至于岐下, 爰及姜女, 聿來胥宇.’시운:‘고공단보, 내조주마, 솔서수호, 지우기하, 원급강녀, 율래서우.’當是時也, 內無怨女, 外無曠夫. 王如好色, 與百姓同之, 於王何有?”당시시야, 내무원녀, 외무광부. 왕여호색, 여백성동지, 어왕하유?”
해석
제나라의 선왕이 물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옛날에 천자가 제후를 순수할 때 사용했던 태산의) 명당을 (이제는 명목만 남아 있을 뿐이니) 헐어 버리자고 하는데, 헐어야 합니까, 두어야 합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명당이란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왕자의 전당이니, 왕께서 진정 왕도를 구현하실 정사를 행하고자 하시거든 그것을 헐지 마시옵소서.”
“그렇다면 왕도를 구현할 정사에 대해서 들어 볼 수 있겠소이까?”
“옛날에 주 문왕께서 기 땅을 다스릴 때 농사짓는 자에게는 9분의 1의 세금을 받았고, 벼슬살이하는 자에 대해서는 대대로 봉록을 세습시켜 생활을 안정시켰습니다. 국경의 세관이나 시장에서는 그 사정을 살피고 조사해 보기는 하되, 세금을 받지는 아니하였고, 연못에서 물고기 잡는 것을 금하지 않았으며, 죄인을 처벌함에 있어서는 그 처자에게까지 미치게 하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환’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라고 하며, 늙어서 자식이 없는 것을 ‘독’이라고 하고, 어려서 부모가 없는 것을 ‘고’라고 합니다. 이 네 가지에 속하는 사람들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으로서 아무 데도 호소할 곳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왕께서 정치하실 때에도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구제하였습니다. 《시경》10)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난이 닥친들 부자들이야 아랑곳하랴. 그저 애달프기에는 외로운 사람들뿐!’”
“좋은 말씀입니다.”
“왕께서 좋다고 여기신다면 무엇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않으십니까?”
“과인에게는 병통이 있소. 과인은 재물을 좋아합니다.”
“옛날에 (주나라 선조 가운데 한 사람인) 공류도 재물을 좋아했습니다. 《시경》11)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노적가리를 쌓아두고 창고에도 가득하네. 마른 양식을 큰 부대나 작은 부대에 꽉꽉 담아 두었네. 백성을 평안케 하고 나라가 위엄 떨칠 날을 꿈꾸며, 활과 화살을 준비하고, 방패와 창, 작은 도끼와 큰 도끼를 갖춘 뒤, 비로소 빈 땅으로 천도의 길을 떠나갔도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창고에 쌓인 곡식이 있고,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부대 자루에 휴대 식량이 있었으니 달리 걱정거리 없이 천도의 길을 떠나 훌륭한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되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도를 구현할 정사를 행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과인에게는 다른 병통도 있소. 과인은 여색을 좋아합니다.”
“옛날에 고공단보 역시 여색을 좋아하여 부인인 강씨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시경》12) 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고공단보께서 일찍이 말을 달려오시어, 서쪽 칠수 가로부터 기산 아래로 오셨네. 이에 태강과 함께 여기에 와서 살게 되었네.’ 당시에는 안으로 혼기를 놓쳐 원한을 품은 여인이 없었고, 밖으로 아내 없이 방황하는 홀아비도 없었습니다. 왕께서 여색을 좋아하시되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도를 구현할 정사를 행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양혜왕 하(梁惠王 下) 7장원문
孟子見齊宣王曰 “所謂故國者, 非謂有喬木之謂也, 有世臣之謂也. 王無親臣矣, 昔者所進, 今日不知其亡也.”
맹자견제선왕왈 “소위고국자, 비위유교목지위야, 유세신지위야. 왕무친신의, 석자소진, 금일부지기망야.”
王曰 “吾何以識其不才而舍之?”
왕왈 “오하이식기부재이사지?”
曰 “國君進賢, 如不得已, 將使卑踰尊, 疏踰戚, 可不愼與?
왈 “국군진현, 여부득이, 장사비유존, 소유척, 가불신여?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焉, 然後用之.
좌우개왈현, 미가야; 제대부개왈현, 미가야; 국인개왈현, 연후찰지; 견현언, 연후용지.
左右皆曰不可, 勿聽; 諸大夫皆曰不可, 勿聽; 國人皆曰不可, 然後察之; 見不可焉, 然後去之.
좌우개왈불가, 물청; 제대부개왈불가, 물청; 국인개왈불가, 연후찰지; 견불가언, 연후거지.
左右皆曰可殺, 勿聽; 諸大夫皆曰可殺, 勿聽; 國人皆曰可殺, 然後察之; 見可殺焉, 然後殺之.
좌우개왈가살, 물청; 제대부개왈가살, 물청; 국인개왈가살, 연후찰지; 견가살언, 연후살지.
故曰, 國人殺之也. 如此, 然後可以爲民父母.”
고왈, 국인살지야. 여차, 연후가이위민부모.”
孟子見齊宣王曰 “所謂故國者, 非謂有喬木之謂也, 有世臣之謂也. 王無親臣矣, 昔者所進, 今日不知其亡也.”맹자견제선왕왈 “소위고국자, 비위유교목지위야, 유세신지위야. 왕무친신의, 석자소진, 금일부지기망야.”王曰 “吾何以識其不才而舍之?”왕왈 “오하이식기부재이사지?”曰 “國君進賢, 如不得已, 將使卑踰尊, 疏踰戚, 可不愼與?왈 “국군진현, 여부득이, 장사비유존, 소유척, 가불신여?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焉, 然後用之.좌우개왈현, 미가야; 제대부개왈현, 미가야; 국인개왈현, 연후찰지; 견현언, 연후용지.左右皆曰不可, 勿聽; 諸大夫皆曰不可, 勿聽; 國人皆曰不可, 然後察之; 見不可焉, 然後去之.좌우개왈불가, 물청; 제대부개왈불가, 물청; 국인개왈불가, 연후찰지; 견불가언, 연후거지.左右皆曰可殺, 勿聽; 諸大夫皆曰可殺, 勿聽; 國人皆曰可殺, 然後察之; 見可殺焉, 然後殺之.좌우개왈가살, 물청; 제대부개왈가살, 물청; 국인개왈가살, 연후찰지; 견가살언, 연후살지.故曰, 國人殺之也. 如此, 然後可以爲民父母.”고왈, 국인살지야. 여차, 연후가이위민부모.”
해석
맹자가 제나라의 선왕에게 말하였다. “유서 깊은 나라란 그 영토 안에 큰 나무가 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대대로 이어 오는 오랜 신하가 있는 것을 두고서 하는 말입니다. 지금 왕께서는 신임할 신하도 없고, 어제 등용한 사람이 오늘 달아나 버려도 모르고 계십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 어찌 처음부터 그들이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등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등용할 때는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부득이하게 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일단 등용하게 되면 신분이 낮은 자라도 신분이 높은 자보다 윗자리에 앉을 수 있고, 혈연적으로 무관한 사람을 나의 친족보다 높은 자리에 앉히기도 하는 것이니, 어찌 신중하게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좌우에 있는 사람 모두가 그를 두고 현명하다 말해도 아직 그를 등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대부 모두가 그를 두고 현명하다고 말해도 아직 그를 등용해서는 안 됩니다. 온 나라 사람 모두가 그를 두고 현명하다고 말한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살펴보시고, 왕께서 직접 그가 현명한지 판단하신 뒤에야 그를 등용하소서.
(관두게 할 때도) 좌우에 있는 사람 모두가 그 사람 안 되겠다고 말해도 아직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대부 모두가 그 사람 안 되겠다고 말해도 아직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온 나라 사람 모두가 그 사람 안 되겠다고 말한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살펴보시고, 왕께서 직접 그 사람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신 뒤에야 그를 관두게 하소서. (사람을 처형할 때도) 좌우에 있는 사람 모두가 그를 두고 죽일 만하다고 말해도 아직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대부 모두가 그를 두고 죽일 만하다고 말해도 아직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온 나라 사람 모두가 그를 두고 죽일 만하다고 말한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살펴보시고, 왕께서 직접 그가 죽일 만한 짓을 했는지 판단하신 뒤에야 그를 처형하소서. 그렇게 되면 온 나라 사람이 그 사람을 죽였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백성의 뜻을 신중하게 살피고 존중하신 뒤에야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0장원문
齊人伐燕, 勝之. 宣王問曰 “或謂寡人勿取, 或謂寡人取之.
제인벌연, 승지. 선왕문왈 “혹위과인물취, 혹위과인취지.
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 五旬而擧之, 人力不至於此. 不取, 必有天殃, 取之, 何如?”
이만승지국벌만승지국, 오순이거지, 인력부지어차. 불취, 필유천앙, 취지, 하여?”
孟子曰 “取之而燕民悅, 則取之. 古之人有行之者, 武王是也.
맹자왈 “취지이연민열, 즉취지. 고지인유행지자, 무왕시야.
取之而燕民不悅, 則勿取. 古之人有行之者, 文王是也.
취지이연민불열, 즉물취. 고지인유행지자, 문왕시야.
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 簞食壺漿以迎王師, 豈有他哉? 避水火也.
이만승지국벌만승지국, 단식호장이영왕사, 기유타재? 피수화야.
如水益深, 如火益熱, 亦運而已矣.”
여수익심, 여화익열, 역운이이의.”
齊人伐燕, 勝之. 宣王問曰 “或謂寡人勿取, 或謂寡人取之.제인벌연, 승지. 선왕문왈 “혹위과인물취, 혹위과인취지.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 五旬而擧之, 人力不至於此. 不取, 必有天殃, 取之, 何如?”이만승지국벌만승지국, 오순이거지, 인력부지어차. 불취, 필유천앙, 취지, 하여?”孟子曰 “取之而燕民悅, 則取之. 古之人有行之者, 武王是也.맹자왈 “취지이연민열, 즉취지. 고지인유행지자, 무왕시야.取之而燕民不悅, 則勿取. 古之人有行之者, 文王是也.취지이연민불열, 즉물취. 고지인유행지자, 문왕시야.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 簞食壺漿以迎王師, 豈有他哉? 避水火也.이만승지국벌만승지국, 단식호장이영왕사, 기유타재? 피수화야.如水益深, 如火益熱, 亦運而已矣.”여수익심, 여화익열, 역운이이의.”
해석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를 쳐서 이겼다. 이에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막상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어떤 사람은 나에게 연나라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취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만 승의 큰 나라가 (그와 대등한 세력을 가진) 만 승의 나라를 쳐서 50일 만에 대승했으니,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여기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오. 그런즉 취하지 않으면 반드시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오. 연나라를 취하는 게 어떻겠소이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연나라를 취했을 때 연나라 백성이 기뻐한다면 취하십시오. 옛사람 가운데는 그렇게 한 이가 바로 주 무왕이었습니다. 연나라를 취했을 때 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취해서는 안 됩니다. 옛사람 가운데 그렇게 한 이가 바로 주 문왕이었습니다. 만 승의 나라로 (대등한 세력의) 만 승의 나라를 치는데, 연나라 백성이 대바구니에 밥을 담고 호로병에 마실 물을 담아서 제나라 군대를 환영한 것이 어찌 다른 까닭에서였겠습니까? 오직 물난리와 불난리의 재난과도 같은 연나라의 폭정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나라가 연나라를 점령한 뒤 오히려 그 물난리와 불난리가 가중된다면, 연나라 백성들의 마음 역시 다른 나라로 옮겨 가 버릴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1장원문
齊人伐燕, 取之. 諸侯將謀救燕. 宣王曰 “諸侯多謀伐寡人者, 何以待之?”
제인벌연, 취지. 제후장모구연. 선왕왈 “제후다모벌과인자, 하이대지?”
孟子對曰 “臣聞七十里爲政於天下者, 湯是也. 未聞以千里畏人者也.
맹자대왈 “신문칠십리위정어천하자, 탕시야. 미문이천리외인자야.
書曰 ‘湯一征, 自葛始.’ 天下信之, 東面而征, 西夷怨; 南面而征, 北狄怨, 曰 ‘奚爲後我?’
서왈 ‘탕일정, 자갈시.’ 천하신지, 동면이정, 서이원; 남면이정, 북적원, 왈 ‘해위후아?’
民望之, 若大旱之望雲霓也. 歸市者不止, 耕者不變, 誅其君而吊其民, 若時雨降. 民大悅.
민망지, 약대한지망운예야. 귀시자부지, 경자불변, 주기군이조기민, 약시우강. 민대열.
書曰 ‘徯我后, 后來其蘇.’
서왈 ‘혜아후, 후래기소.’
今燕虐其民, 王往而征之, 民以爲將拯己於水火之中也, 簞食壺漿以迎王師.
금연학기민, 왕왕이정지, 민이위장증기어수화지중야, 단사호장이영왕사.
若殺其父兄, 係累其子弟, 毁其宗廟, 遷其重器, 如之何其可也?
약살기부형, 계루기자제, 훼기종묘, 천기중기, 여지하기가야?
天下固畏齊之彊也, 今又倍地而不行仁政, 是動天下之兵也.
천하고외제지강야, 금우배지이불행인정, 시동천하지병야.
王速出令, 反其旄倪, 止其重器, 謀於燕衆, 置君而後去之, 則猶可及止也.”
왕속출령, 반기모예, 지기중기, 모어연중, 치군이후거지, 즉유가급지야.”
齊人伐燕, 取之. 諸侯將謀救燕. 宣王曰 “諸侯多謀伐寡人者, 何以待之?”제인벌연, 취지. 제후장모구연. 선왕왈 “제후다모벌과인자, 하이대지?”孟子對曰 “臣聞七十里爲政於天下者, 湯是也. 未聞以千里畏人者也.맹자대왈 “신문칠십리위정어천하자, 탕시야. 미문이천리외인자야.書曰 ‘湯一征, 自葛始.’ 天下信之, 東面而征, 西夷怨; 南面而征, 北狄怨, 曰 ‘奚爲後我?’서왈 ‘탕일정, 자갈시.’ 천하신지, 동면이정, 서이원; 남면이정, 북적원, 왈 ‘해위후아?’民望之, 若大旱之望雲霓也. 歸市者不止, 耕者不變, 誅其君而吊其民, 若時雨降. 民大悅.민망지, 약대한지망운예야. 귀시자부지, 경자불변, 주기군이조기민, 약시우강. 민대열.書曰 ‘徯我后, 后來其蘇.’서왈 ‘혜아후, 후래기소.’今燕虐其民, 王往而征之, 民以爲將拯己於水火之中也, 簞食壺漿以迎王師.금연학기민, 왕왕이정지, 민이위장증기어수화지중야, 단사호장이영왕사.若殺其父兄, 係累其子弟, 毁其宗廟, 遷其重器, 如之何其可也?약살기부형, 계루기자제, 훼기종묘, 천기중기, 여지하기가야?天下固畏齊之彊也, 今又倍地而不行仁政, 是動天下之兵也.천하고외제지강야, 금우배지이불행인정, 시동천하지병야.王速出令, 反其旄倪, 止其重器, 謀於燕衆, 置君而後去之, 則猶可及止也.”왕속출령, 반기모예, 지기중기, 모어연중, 치군이후거지, 즉유가급지야.”
해석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뒤 (맹자의 말을 듣지 않고) 그것을 취하였다. 이에 제후들이 연합해 연나라를 구해 주려고 하였다. 제나라의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많은 제후들이 과인을 치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겠소이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사방 70리밖에 안 되는 땅을 가지고 천하를 호령했던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탕 임금이 그분입니다. 그런데 (임금과 같이) 사방 천 리의 땅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두려워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서경》13) 에 이르기를, ‘탕 임금이 최초로 정벌한 것은 (자기 제사를 위해 농민을 죽이고 하늘에 바치는 음식을 빼앗았던) 갈나라부터였다’라고 했습니다. 천하가 모두 탕 임금(이 벌인 정벌이 정의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탕 임금께서 동쪽을 정벌하시면 서쪽의 오랑캐가 (왜 우리 쪽으로 오시지 않나) 원망하였고, 남쪽을 정벌하시면 북쪽의 오랑캐가 원망하여 말하되, ‘왜 우리를 뒤로 미루는가!’라고 하였습니다.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이 탕 임금의 군대를 기다리는 것이 마치 가뭄에 구름이 일어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탕 임금의 군대가 도착해도 장 보러 가는 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시장에 갔고, 밭갈이하는 이는 평소처럼 쟁기질을 했습니다. 그 나라의 포악한 군주를 죽이고 백성을 위로하니, 가뭄에 때맞추어 비가 내리는 것처럼 백성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서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임금이신 탕 임금이 오시기를 기다리노라. 탕 임금이 오시면 만백성이 소생하도다.’ 지금까지 연나라의 임금이 폭정으로 백성을 괴롭혔습니다. 왕께서 정벌을 가시자 그곳 백성은 자기들을 물난리와 불난리 같은 재난 속에서 구해 줄 것이라 생각하여, 대바구니에 밥을 담고 호로병에 마실 물을 담아 가지고 왕의 군대를 환영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의 군대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들의 부형을 죽이고, 그들의 자제들을 묶어 가고, 종묘를 파괴하고, 그들의 중요한 보물을 빼앗아 갔으니 어떻게 그 행위를 옳다고 하겠습니까? 천하의 제후들은 진실로 제나라의 강대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연나라를 정벌해 그 땅이 배로 늘었으면서도 어진 정치를 행하지 않으니, 이것은 천하의 모든 군대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지체 없이 빨리 명령을 내리시어 포로로 잡은 그들의 노약자들을 돌려보내시고, 보물을 전과 같이 제자리에 갖다 두고, 연나라의 대중과 상의해서 임금을 세워 놓은 뒤 군사를 철수하신다면, 오히려 제후들의 공격을 미연에 막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2장원문
鄒於魯鬨. 穆公問曰 “吾有司死者三十三人, 而民莫之死也.
추어노홍. 목공문왈 “오유사사자삼십삼인, 이민막지사야.
誅之, 則不可勝誅; 不誅, 則疾視其長上之死而不救, 如之何則可也?”
주지, 즉불가승주; 부주, 즉질시기장상지사이불구, 여지하즉가야?”
孟子對曰 “凶年饑歲, 君之民老弱轉乎溝壑, 壯者散而之四方者, 幾千人矣;
맹자대왈 “흉년기세, 군지민로약전호구학, 장자산이지사방자, 기천인의;
而君之倉廩實, 府庫充, 有司莫以告, 是上慢而殘下也.
이군지창름실, 부고충, 유사막이고, 시상만이잔하야.
曾子曰 ‘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 夫民今而後得反之也.
증자왈 ‘계지계지! 출호이자, 반호이자야.’ 부민금이후득반지야.
君何尤焉! 君行仁政, 斯民親其上, 死其長矣.”
군하우언! 군행인정, 사민친기상, 사기장의.”
鄒於魯鬨. 穆公問曰 “吾有司死者三十三人, 而民莫之死也.추어노홍. 목공문왈 “오유사사자삼십삼인, 이민막지사야.誅之, 則不可勝誅; 不誅, 則疾視其長上之死而不救, 如之何則可也?”주지, 즉불가승주; 부주, 즉질시기장상지사이불구, 여지하즉가야?”孟子對曰 “凶年饑歲, 君之民老弱轉乎溝壑, 壯者散而之四方者, 幾千人矣;맹자대왈 “흉년기세, 군지민로약전호구학, 장자산이지사방자, 기천인의;而君之倉廩實, 府庫充, 有司莫以告, 是上慢而殘下也.이군지창름실, 부고충, 유사막이고, 시상만이잔하야.曾子曰 ‘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 夫民今而後得反之也.증자왈 ‘계지계지! 출호이자, 반호이자야.’ 부민금이후득반지야.君何尤焉! 君行仁政, 斯民親其上, 死其長矣.”군하우언! 군행인정, 사민친기상, 사기장의.”
해석
추나라가 노나라와 전쟁을 일으켰다. 이에 추나라 목공이 (마침 추나라에 돌아와 있던 맹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데리고 있던 고관 가운데 전쟁에 나가 죽은 이가 33명이나 되는데도 백성은 누구 하나 그들을 위해 죽은 이가 하나도 없소이다. 이 괘씸한 것들을 죽이자니 이루 다 죽일 수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상관의 죽음을 보고서도 구원하지 않을 것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흉년으로 기근이 든 해에 임금의 백성 가운데 노약자의 시신이 도랑에 뒹굴고, 장성한 자 중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이가 수천 명을 헤아리는데도 임금의 곡물 창고에는 곡식이 가득하고 재물 창고에는 재화가 가득합니다. 그런데도 고관이라는 자들은 이 사실을 고한 이가 하나도 없거늘 이는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 태만하여 백성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일찍이 증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경계하고 경계하여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반드시 너에게로 돌아가느니라.’ 대저 백성이 이제 전쟁이 일어난 뒤 그것을 되갚은 것이니, 임금께서는 그들을 허물하지 마십시오. 임금께서 어진 정치를 행하시면 그때에는 백성도 윗사람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죽을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3장원문
滕文公問曰 “滕, 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
등문공문왈 “등, 소국야. 간어제초, 사제호? 사초호?”
孟子對曰 “是謀非吾所能及也. 無已, 則有一焉.
맹자대왈 “시모비오소능급야. 무이, 즉유일언.
鑿斯池也, 築斯城也, 與民守之, 效死而民弗去, 則是可爲也.”
착사지야, 축사성야, 여민수지, 효사이민불거, 즉시가위야.”
滕文公問曰 “滕, 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등문공문왈 “등, 소국야. 간어제초, 사제호? 사초호?”孟子對曰 “是謀非吾所能及也. 無已, 則有一焉.맹자대왈 “시모비오소능급야. 무이, 즉유일언.鑿斯池也, 築斯城也, 與民守之, 效死而民弗去, 則是可爲也.”착사지야, 축사성야, 여민수지, 효사이민불거, 즉시가위야.”
해석
등나라의 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으니, 제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이런 책모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말을 해야 한다면,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해자를 파고 성을 쌓은 뒤 백성과 함께 지키되, 백성과 더불어 죽을 각오를 하신다면 백성이 임금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그리하면 해볼 만할 것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4장원문
滕文公問曰 “齊人將築薛, 吾甚恐, 如之何則可?”
등문공문왈 “제인장축설, 오심공, 여지하즉가?”
孟子對曰 “昔者大王居邠, 狄人侵之, 去之岐山之下居焉.
맹자대왈 “석자대왕거빈, 적인침지, 거지기산지하거언.
非擇而取之, 不得已也. 苟爲善, 後世子孫, 必有王者矣. 君子創業垂統, 爲可繼也.
비택이취지, 부득이야. 구위선, 후세자손, 필유왕자의. 군자창업수통, 위가계야.
若夫成功, 則天也. 君如彼何哉? 彊爲善而已矣.”
약부성공, 즉천야. 군여피하재? 강위선이이의.”
滕文公問曰 “齊人將築薛, 吾甚恐, 如之何則可?”등문공문왈 “제인장축설, 오심공, 여지하즉가?”孟子對曰 “昔者大王居邠, 狄人侵之, 去之岐山之下居焉.맹자대왈 “석자대왕거빈, 적인침지, 거지기산지하거언.非擇而取之, 不得已也. 苟爲善, 後世子孫, 必有王者矣. 君子創業垂統, 爲可繼也.비택이취지, 부득이야. 구위선, 후세자손, 필유왕자의. 군자창업수통, 위가계야.若夫成功, 則天也. 君如彼何哉? 彊爲善而已矣.”약부성공, 즉천야. 군여피하재? 강위선이이의.”
해석
등나라의 문공이 물었다. “제나라 사람들이 (등나라와 인접한) 설나라에 성을 쌓으려고 합니다. 나는 이게 무척 두렵습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옛날에 (주나라의 선조) 고공단보가 빈 땅에서 살 때 북적이 쳐들어오니, 그곳을 버리고 기산 아래에 가서 살았습니다. 그곳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취한 것이 아니고 부득이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그런 지경에 빠졌어도) 진실로 선행을 하고 살다 보니 자손 가운데 천하를 통일한 왕자가 생겨났던 것입니다. 진정한 군자라면 사업을 일으켜 그 전통을 남겨 자손들이 그 업을 계승할 수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것의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제나라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만 하실 게 아니라, 오직 힘써 선을 행하실 일입니다.”
양혜왕 하(梁惠王 下) 15장원문
滕文公問曰 “滕小國也. 竭力以事大國, 則不得免焉, 如之何則可?”
등문공문왈 “등소국야. 갈력이사대국, 즉부득면언, 여지하즉가?”
孟子對曰 “昔者大王, 居邠, 狄人侵之.
맹자대왈 “석자대왕, 거빈, 적인침지.
事之以皮幣, 不得免焉; 事之以犬馬, 不得免焉; 事之以珠玉, 不得免焉.
사지이피폐, 부득면언; 사지이견마, 부득면언; 사지이주옥, 부득면언.
乃屬其耆老而告之曰 ‘狄人之所欲者, 吾土地也.
내속기기로이고지왈 ‘적인지소욕자, 오토지야.
吾聞之也:君子不以其所以養人者害人. 二三者! 何患乎無君? 我將去之.’
오문지야:군자불이기소이양인자해인. 이삼자! 하환호무군? 아장거지.’
去邠, 踰梁山, 邑于岐山之下居焉. 邠人曰 ‘仁人也, 不可失也.’ 從之者如歸市.
거빈, 유양산, 읍우기산지하거언. 빈인왈 ‘인인야, 불가실야.’ 종지자여귀시.
滕文公問曰 “滕小國也. 竭力以事大國, 則不得免焉, 如之何則可?”등문공문왈 “등소국야. 갈력이사대국, 즉부득면언, 여지하즉가?”孟子對曰 “昔者大王, 居邠, 狄人侵之.맹자대왈 “석자대왕, 거빈, 적인침지.事之以皮幣, 不得免焉; 事之以犬馬, 不得免焉; 事之以珠玉, 不得免焉.사지이피폐, 부득면언; 사지이견마, 부득면언; 사지이주옥, 부득면언.乃屬其耆老而告之曰 ‘狄人之所欲者, 吾土地也.내속기기로이고지왈 ‘적인지소욕자, 오토지야.吾聞之也:君子不以其所以養人者害人. 二三者! 何患乎無君? 我將去之.’오문지야:군자불이기소이양인자해인. 이삼자! 하환호무군? 아장거지.’去邠, 踰梁山, 邑于岐山之下居焉. 邠人曰 ‘仁人也, 不可失也.’ 從之者如歸市.거빈, 유양산, 읍우기산지하거언. 빈인왈 ‘인인야, 불가실야.’ 종지자여귀시.或曰 ‘世守也, 非身之所能爲也. 效死勿去.’ 君請擇於斯二者.”혹왈 ‘세수야, 비신지소능위야. 효사물거.’ 군청택어사이자.”
或曰 ‘世守也, 非身之所能爲也. 效死勿去.’ 君請擇於斯二者.”
혹왈 ‘세수야, 비신지소능위야. 효사물거.’ 군청택어사이자.”
해석
등나라의 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힘없는 작은 나라입니다. 있는 힘껏 큰 나라를 섬기는데도 침략당하는 것을 면할 수가 없으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옛날에 (주나라 선조) 고공단보가 빈 땅에서 살았을 때 북적이 침입해 왔습니다. 고공단보가 가죽과 비단을 바쳐 그들을 섬겼지마는 침략을 면할 수가 없었고, 개와 말을 바쳐 섬겼지마는 침략을 면할 수 없었고, 보옥을 바쳐 섬겼지마는 침략을 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고공단보는 그곳 노인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저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의 땅이라오. 내가 듣건대, 군자는 사람을 길러 내는 수단에 불과한 땅 때문에 사람을 희생시키지 아니한다고 하였소. 그대들은 임금이 없다는 것을 근심하지 말라.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려 하오.’ 그러고는 빈 땅을 떠나 양산을 넘어 기산 아래에 도읍을 정하고 살았습니다.
그러자 빈 땅의 사람들이 ‘어진 이로세. 그를 놓쳐서는 아니 된다’라고 말하며 그를 따르는 자가 저잣거리를 메운 사람들처럼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 사람도 있습니다. ‘대대로 지켜 온 땅이므로 고공단보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떠나서는 안 된다.’ 임금께옵서는 청컨대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시옵소서.”
해설
이상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맹자》의 내용은 결국 모든 것은 ‘백성과 더불어(與民)’ 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절의 서두에서도 밝힌 대로 이것은 ‘백성을 위해서(爲民)’ 한다는 것과 크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
“위민 정치가 자기 목적을 위해서 군주가 인민을 도구로 삼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인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사물화한다면, 여민 정치는 인민과 군주가 상호적으로 대응하면서 함께 더불어 정치를 구성해 나간다. 위민 정치에서는 인민이 군주의 시혜를 구걸하는 대상에 불과하였다면, 여민 정치에서 인민의 지위는 군주와 대등하거나 또는 군주를 대체할 수 있는 권위의 근거가 된다. 여민 정치 속에서 군주의 위상은 인민에게서 통치를 위탁받은 국가 경영 관리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군주가 관리자로서의 선을 넘어 국가의 소유자임을 자처할 때, 인민이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권(왕조)을 수립하는 것은 자명한 ‘자연권’에 속한다. 맹자에게 천하 국가는 군주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동체[곧 공물(公物)]이며, 군주의 지위란 공동체의 경영을 위탁받은 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14)
그렇기 때문에 맹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심 하(盡心 下) 14장원문
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맹자왈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是故得乎丘民而爲天子, 得乎天子爲諸侯, 得乎諸侯爲大夫.
시고득호구민이위천자, 득호천자위제후, 득호제후위대부.
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맹자왈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是故得乎丘民而爲天子, 得乎天子爲諸侯, 得乎諸侯爲大夫.시고득호구민이위천자, 득호천자위제후, 득호제후위대부.諸侯危社稷, 則變置. 犧牲旣成, 粢盛旣潔, 祭祀以時, 然而旱乾水溢, 則變置社稷.”제후위사직, 즉변치. 희생기성, 자성기결, 제사이시, 연이한건수일, 즉변치사직.”
諸侯危社稷, 則變置. 犧牲旣成, 粢盛旣潔, 祭祀以時, 然而旱乾水溢, 則變置社稷.”
제후위사직, 즉변치. 희생기성, 자성기결, 제사이시, 연이한건수일, 즉변치사직.”
해석
맹자가 말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요, 임금이 가장 가볍다. 그러므로 뭇 백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자가 될 것이요, 천자의 신임을 얻는 자가 제후가 될 것이며, 제후의 신임을 얻는 자가 대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제후가 무도하여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어진 사람으로 바꾸어 제후를 삼는다. 희생 제물도 다 마련되었고, 제물로 올릴 곡식도 정갈하게 고여졌으며, 제사를 때맞춰 지냈는데도 가뭄이나 홍수가 생기면 사직단을 바꾼다. (그러나 백성은 바꿀 수 없다.)”
진심 하(盡心 下) 28장원문
孟子曰 “諸侯之寶三, 土地, 人民, 政事. 寶珠玉者, 殃必及身.”맹자왈 “제후지보삼, 토지, 인민, 정사. 보주옥자, 앙필급신.”
孟子曰 “諸侯之寶三, 土地, 人民, 政事. 寶珠玉者, 殃必及身.”
맹자왈 “제후지보삼, 토지, 인민, 정사. 보주옥자, 앙필급신.”
해석
맹자가 말했다. “제후의 보배가 세 가지 있으니, 토지와 인민과 정치이다. 주옥을 보배로 여기는 자에게는 반드시 재앙이 미칠 것이다.”
해설
위 글들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백성이라는 맹자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맹자의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民貴君輕)’라는 주장은 인류 정치사상사에서 최초의 말이다. 군주와 사직은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백성은 바꿀 수 없다. 이처럼 군주와 사직은 변수에 불과하지만, 백성은 변하지 않는 상수이다. 유가 정치사상에서 민은 정치의 중심이며, 군주와 사직은 모두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정치란 백성을 사랑하고 평안하게 해 주는 것일 뿐이다.”15)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맹자가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民貴君輕)’라고 말했다고 해서, 이것이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군주를 하찮게 여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달리 말해 ‘민심을 업어야 도덕 정치의 상징으로서 천자가 된다는 뜻이며, 통치자의 합법성은 백성의 지지 위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뜻이다. 곧 이것을 ‘현대적 의미의 정치적 평등과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맹자가 성인, 왕, 백성을 동류로 취급한 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의미라기보다 인의를 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의미이다.”16)
맹자가 강조한 인의를 현실 속에서 실현한 것이 이른바 왕도(王道)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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