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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곳이 무섭지 모르는 지역은 두려움이 적다" 첫 구절부터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잘 아는 곳이기에 오히려 그 안에 담긴 무게나 변수를 알아서 조심스럽고,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는 겁 없이 발을 내딛게 되는 마음. 익숙함이 주는 긴장감과 낯섦이 주는 대범함을 툭 던지듯 표현하신 게 참 인상적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 까치와 까마귀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공원, 테니스장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유독 은행이 많이 열린 나무들을 관찰하는 눈길이 참 따뜻합니다.
"거름기가 좋은 모양이야... 아직 시퍼러 싱싱하다" 어떤 은행나무는 열매가 너무 많아 벌써 잎이 노래지려 하는데, 머리 위의 나무는 영양분이 좋아 여전히 푸르고 싱싱하다는 비유가 참 좋습니다. 마치 사람도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가 다르고, 속을 채워주는 '좋은 거름'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푸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특별한 강론이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일상의 풍경을 "주절주절" 적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참 멋진 기록이자 위로가 되네요.
2021년 가을의 길목에서 쓰인 글 같은데, 혹시 이 글을 다시 찾아보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오늘 날씨나 마음이 이때의 풍경과 닮아 있어서인가요?
예ㅡ. 이렇게도 말해보고 저렇게도 말해 가만히 있는 입에 염불한다고 염불 할 것은 없고 그냥
이렇게. 쓰잘데없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그냥
해보는 거야 뭐 어디 사람 만나면 안 되고.
코비드 십구 코로나가
말하자면 평소에도. 그잖아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뭐 벗이라도 좀 사귀볼까 하고 나가 보면
장기판 밖에 없는데. 장기판에 가봐야 그렇게.
거기도 또 주인 행세하는 놈들이 많아 그래서 거기 또 몇 며칠 나가 보다 걷어치웠지
그리고 혼자 이래 앉아가지고 여러 가지 그렇게 주절거려보는 기여 어ㅡ
세상 일을 논해보기도 하고 정치 상황도 말해보기도 하고
뭐 그런 거지 뭐. 그러다가 이제 병 들으면 죽게 되지 어저녘은 그렇게 또 속이 복끼어서 무슨 위산과다가 되었는지 그래 가지 또 비상약을 쭉 사다논 걸 갖다가
먹었지. 그 알마갤인가 그 뭐 갤포스 종류 그거 현타액 그걸 짜가지고 한 두 번 먹었더니까
좀 덜해지는 거야 그러고 어째 그렇게 잠이 안와ㅡㅡ.
밤으로는 ᆢ
잠이 안 와서. 불면증처럼 잠이 안 와.
테레비를 이것보다 저것보다. 인터넷을 하다 다 보다가 그렇게 속이 덧 들려서.
또 속이 아픈 거야. 그래서 또 약을 먹고 이러다가 또 새벽 늦게 잠을
토끼 잠을 자듯 했네. 그렇게 잠을 못 이룰 수가 없어 그러니 건강이 점점 그렇게 되면 나빠지지 않아.
잠이 보약이야. 잠을 푹 자야 돼
그래야 몸이 거뜬해 목욕을 하면 그렇게 물이 안 말라.
몸에서 물이 계속 베어져 나와. 옷을 두 번씩 갈아입어야 돼
젊어. 소시적에서 목욕 같은 걸 하면 몸에서 열이 나면서 대박 그렇게 살 갓에 물기가 바짝바짝 말랐는데 이제는 안 그렇다 이런 말씀이야.
가만히 입을 놀려 염불이라도 외듯, 마음속에 고인 생각들을 툭툭 털어놓으시는 말씀이 참 쓸쓸하면서도 깊게 와닿습니다. "쓰잘데없다"고 하셨지만, 원래 혼자 삼키는 생각들이 가장 무겁고 아픈 법이지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 쓰이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 겉돌던 장기판과 혼자만의 시간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에 큰맘 먹고 벗이라도 사귀어볼까 나가셨는데, 그 좁은 장기판에서조차 텃세 부리고 주인 행세하는 이들이 있어 발길을 돌리셨다니 참 씁쓸하셨겠습니다. 나이 들고 흘러가는 세상에서 마음 붙일 곳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다시 공원 벤치나 방구석에 홀로 앉아, 정치 이야기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혼자 삼키듯 주절거리게 되시는 그 마음이 참 허전하고 고적하게 느껴집니다.
💊 속앓이와 밤새 뒤척인 토끼잠
무엇보다 어제저녁 속이 볶이고 아프셨다니 걱정스럽습니다. 잠 못 이루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밤을 지새우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지요.
알마겔이나 겔포스 같은 제산제는 당장 쓰린 속을 달래기엔 좋지만, 위산과다나 역류성 식도염은 스트레스나 불면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어르신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속이 아파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니 피로해서 속이 또 아파지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거든요. 오늘 밤에는 부디 속도 잠잠하고 마음도 편안해져서 깊은 잠을 주무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 달라진 몸, 세월의 무게
목욕을 하고 나와도 예전처럼 살갗의 물기가 바짝 마르지 않고 겉돌아 옷을 두 번씩 갈아입으신다는 말씀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툭 묻어납니다. 젊은 날의 펄펄하던 열기는 어디로 가고, 몸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아 땀인지 물인지 모를 축축함이 몸에 남는 걸 보실 때… '아,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헛헛함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셨을지요.
"그러다가 이제 병 들으면 죽게 되지" 하고 덤덤하게 뱉으신 말씀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비록 삶이 뜻대로 안 되고 몸은 옛날 같지 않아도,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주절주절 쏟아내시는 건 참 건강한 신호입니다. 담아두면 다 병이 되니까요.
오늘 저녁은 부디 매운 음식이나 짠 음식 피하시고,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부드러운 미음이나 숭늉이라도 조금 드신 뒤에 잠자리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토끼잠 말고, 아주 깊고 편안한 '보약 같은 잠'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이가 먹어서. 목욕을 하면 그렇게 물이 얼른 안 말라 그래서 목욕하는 것도 겁이나 ㅡㅡ
요즘은 뭐 사흘씩 있다 해도 그렇다.
이거여 ㅡㅡ
늙은이들이 또 냄새는 저절로 나.
냄새가 어떻게 나.
많이 난다고. 본인 자신은 잘 모르지만 옆에 사람들이 더 잘 알아서 ㅡㅡ.
식구들끼리도 냄새 난다거나 그러거든 그러니까
또 목욕 계속 안 할 수 없잖아. 그전에 노인 네들 계시는 방 이런 데 가면은 아주 그만 매포한 냄새.
담배냄새 찌들어가지고 담배 냄새에 사랑방에 가면 노인 네들 장기 뛰는 데 가면
뭐 담배 연기는 자우룩한데 냄새는 매콤하고
그런 데들 모여서들 노인 네들
다섯 여섯씩 모여서들 장기 뛰고. 무슨 어.
그렇게ㅡㅡ 잡담을 하고 이러고 계시는 걸 봤어.
그런 노인 네들이 하마 옛날에 다 돌아가셔서 말야ㅡㅡ다 썩었겠지 땅속에 묻혀서.
그전에 시골에 무슨 화장이야 전부 다.
매장이지 매장을 하게 되면 석삼 년이 지나면 푹 썩겠지 ᆢ
그래서 해골만 남게 되는 거야 근데 요즘은 시골도 아마 화장을 많이 할 걸.
매장보다 ᆢ ㅡㅡ
우리 나이 살 먹은 사람들도 아마.
많이 죽었네 우리 친구들도 많이 죽은 사람.
많이 죽었어.
나는 그렇게. 아마. 이렇게
그냥 저냥 사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거ㅡ
남의 명을 이어 가지고 사는 것일 수도 있어 부모 명이나.
부모를 일찍 여의 였으니까 부모 명이나 어.
동생이나 누님. 이런 어린 사람들이 다.
그 전에는 병이 들리면 고치질 못해.
그냥 죽어버려. ᆢ그래서 그렇게 촌으로 애뚱치 무덤이 많아 ㅡㅡ
여우가 파내 갈까 봐. 애가 죽으면 땅에 갖다 파 묻고서 말하자면 솔가지를 꺾어다 덮으고 돌 돌로 이렇게 막 지둘러놔
커다란 들 다섯 여섯 개. 그럼 저거 애뚱치 무덤이여 이런다고 사람들이 아 그러면
그럼 오가는 사람들이 보는 거지. 그래 그 애 묻은 데 가면 인제 낮으론 별것 아니지만.
밤으로 가면 인제 또
머리가 소구소긋한다 또 어떤 사람은 거ㅡ밤에 애울음 소리가 난다고 막 이래 허풍을 떨고 겁을 준단 말이야
목욕 하나 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아 겁이 나고, 몸에선 원치 않는 늙은이 냄새가 난다 하니 마음이 참 복잡하시겠습니다.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물기는 안 마르고… 식구들이 눈치라도 주면 속상하고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말씀을 가만히 듣다 보니, 그 서글픈 마음이 옛날 시골 마을의 풍경과 먼저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지네요.
🍂 사랑방의 매포한 냄새와 흘러간 세월
그 시절 노인네들이 모여 담배 연기 자욱하게 피우며 장기 두던 사랑방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맵싸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던 그 방에서 잡담을 나누던 어르신들… 이제는 다 땅속으로 돌아가 해골만 남았겠지 하시는 말씀에 인생의 덧없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다들 화장을 한다지만, 예전엔 다 매장을 했으니 세월이 흐르면 푹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였지요.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먼저 떠나고 나니, "나는 그냥저냥 남의 명을 이어 사나 보다" 하시는 마음이 참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 기억 저편의 '애뚱치 무덤'
어릴 적 시골길에서 보셨던 '애뚱치 무덤(아기 무덤)' 이야기는 듣는 제 마음도 아릿하게 만듭니다. 그 시절엔 약이 없고 가난해서 어린 자식들을 참 많이도 먼저 보냈지요.
부모의 미어지는 마음: 제대로 된 무덤도 못 써주고 여우가 파헤칠까 봐 돌멩이 몇 개 얹고 솔가지로 덮어놓아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을까요.
밤길의 기억: 낮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밤만 되면 머리가 소굿소긋(소름이 오소소) 돋고, 아기 울음소리가 난다며 겁을 주던 동네 사람들의 허풍까지… 참 오래된 기억인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십니다.
먼저 간 부모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동생이나 누님, 그리고 그 애뚱치 무덤의 주인들이 못다 살고 간 목숨을 어르신께서 대신 귀하게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버텨오신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 먹으면 몸에서 냄새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젊을 때와 달리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노화의 흔적일 뿐이니,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욕하고 물이 잘 안 마를 때는 무리해서 수건으로 닦으려 하지 마시고, 방을 따뜻하게 하신 뒤에 부드러운 면 옷을 입고 가만히 쉬셔요. 옷이 축축해지면 말씀하신 대로 한 번 더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옛날 기억들이 이토록 생생하게 떠오르는 밤에는 마음이 더 쓸쓸해지기 쉽습니다. 모쪼록 오늘은 속도 덜 아프고, 먼저 간 이들이 지켜주듯 평안하고 아늑하게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거기 가기가 꺼려지는 거지 우리 동네 그 아래 말하자면
장터가 그전 장터가 20리 길인데 그 올라오다가 차가 하나 굴러가지고.
오리쯤 조금 못 미쳐서 차가 하나 굴러서 사람이 죽었어 차타고오다
그래 거기 지나오려면 머리가 쭉삐쭉빗 한다고 그거 약간 좀 외진 곳인데.
그런데 말하자면 귀신이 있는 거라 이런 말씀이야 더군다나
처녀 귀신이야
처녀가. 그렇게 그 타고 오다가. 말하잠 4톤 트럭인데 그게 사람이 여럿이 타고 왔는데 그렇게
여성하고 또 어떤 사람하고 뭐 둘이 죽었다던가.
아 그런데 거기 지나오면 머리가 쭉빗쭉빗쭉빗쭉 하는 거지.
막 귀신이 나올 것 같고. 그런. 거야.
또 한 군데는 그렇게.
말하자면 으 ㅡ음 살인을 해가지고 죽였어.
그래서 갔다가 절 젊은 새댁인데 갖다 끌어 묻었는데
거기 지나오려면 더 무서워. 머리가 쭈삐쭈빗 막.
밤에 사람이 그걸 알고 오면 못 온다는 게 겁이 나 가지고 귀신이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엉엉 운다는 거여.
뭐 그럼
겁이나서 오금이 저려가지고 그래 그런.
이게 무서운 얘기. 이런 귀신 얘기를 하면서.
어메히 따라온다고. 하고 앞에 놈이. 내 튀면 뒤에 아이들이 막 쫓아오면서
징징 울어 예전에 왜 그런 짓을 많이 했지 그렇게 예전에 시골에 그렇게 뭐 으시시하고 뭐.
뭐야 뭐 음무룩 휘미지고 하고 으시시하고 이런 데가 많아.
범이 나온다 뭐 이런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꼭 귀신이 나오지.
송각씨 그리고 곳집 상여 놔두는 곳집 이런 데 가려면 꺼리잖아.
사람이 그 옆으로 가려면 귀신이고 나와서 들어붙을까봐ㅡㅡ
공동 묘지 있는데 하고 막 무덤 예전 오래된 무덤 막 고래장터 옆에 막 무덤이 뚝뚝 떨어져.
그것도 고래장터. 거기 무슨
도굴꾼들이 막 파내 가느라고 막 파제키고
하하ㅡ. 이런 데가 더러 더러 있어
무덤 꼴이라 하는데 옛날 신라 사형장이라 하는 데인데
거기 지나갈라 봐. 머리가 쭉삐쭉삐하지.
귀신이 곧 나올 것 같지 뭐. 거기는 사람도 없고 아주 휘미지고 어ㅡ이런 골짜기이기 때문에 지나갈려면
막 금방 막 귀신이 따라붙는 것 같지 뭐.
어 그것도 저녁 무렵 해가 질 무렵
꺼묵꺼묵. 할 무렵에 그럴 때 혼자 가봐.
막 귀신이 꽁무니에 들어붙는 것 같아.
이런 말씀이야.
말씀을 듣고 있으니 저까지 어릴 적 시골의 까마득한 밤길로 쑥 들어간 것처럼 등이 오싹하고 손에 땀이 쥡니다. 이야기를 참 실감 나고 재미있게 잘하십니다.
그 시절 시골 밤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흑 같이 어두웠으니, 안 그래도 무서운데 그런 흉흉한 사연까지 얽혀 있으면 오금이 저려 도저히 혼자는 못 다녔을 것 같습니다.
👻 머리가 쭈뼛쭈뼛 서던 그 시절 그 자리들
20리 장터 길의 트럭 사고: 장터 다녀오는 오리 길 외진 곳에서 4톤 트럭이 굴러 처녀가 죽었다던 그 자리.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혼자 거기를 지나려면 등 뒤에서 금방이라도 누가 부를 것 같아 머리카락이 곤두섰을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새댁의 억울한 사연과 울음소리: 억울하게 살해당해 묻힌 젊은 새댁의 이야기며, 밤마다 다리를 쭉 뻗고 엉엉 운다는 소문은 참 가슴 아프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발걸음은 안 떨어지고 오금은 저려오는데, 동네 짓궂은 앞사람이 "으악! 귀신이다!" 하고 먼저 도망치면 뒤에 남은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울며 뛰었겠지요.
곳집, 공동묘지, 그리고 신라 사형장까지: 상여를 보관하던 으스스한 곳집이며, 도굴꾼들이 파헤쳐놓은 고래장터(고려장터), 그리고 신라 시대 사형장이었다는 무덤 골짜기까지… 어째 어르신 고향 동네에는 이다지도 무시무시한 곳이 많았습니까.
🌌 "휘미지고 꺼묵꺼묵할 무렵"의 추억
"휘미지고 꺼묵꺼묵할 무렵"이라는 표현이 참 정겹고도 그 시절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질 때 혼자 텅 빈 골짜기를 걸으면, 내 발소리가 꼭 귀신이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어 걷는 소리 같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지요. 범(호랑이)이 나오는 것보다 귀신이 붙는 게 더 무서웠다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비록 무섭고 떨리던 기억이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징징 울고 소리 지르며 밤길을 함께 달리던 동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요렇게 담배 한 대 태우듯 구수하게 풀어내실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어제저녁엔 속이 아파 밤을 지새우셨는데, 오늘 밤에는 이런 무서운 귀신 생각일랑 다 저 멀리 물려버리시고, 따뜻하고 아늑한 방에서 그저 편안하게 옛날 동무들 만나는 좋은 꿈만 꾸시길 바랍니다.
거ㅡ뒤돌아보기 시작하면 못 간다 그래서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그러고서 그냥 자꾸 앞으로만 보고 가는 거야
진땀 ㅡㅡ
등 등가죽에 식은땀이 줄줄 니올 판이야.
그런 데서 무슨 부스럭 소리만 나 봐.
아. 간이 콩알만해지는 거야. 그렇게 무섭게 무시무시한 데
많이 당기지 밤길을. 옛날 사람들 참 많이 당겼네.
근데 방길을 다닐 적에는
아무리 무섭더라도 산 쪽으로 붙어야지 산쪽에서 뭐 귀신 내려 온다 그래서
겁이 난다고 자꾸만 가에로
뚝방에 떨어져서 다 쳐 죽는다는 거여ㅡ
그래서 무서움
무서울수록 그 산 쪽으로 점점 붙어가야 한다는 거여ㅡㅡ.
그래야 산이 붙들어줘서 의지가 되는 거지.
그냥 산에서
귀신내리 오든 범이 내리 오듯 한다고 자꾸 겁이난다고다고.
뚝
방길로 자꾸 내가다 고만 뚝방에 뚝 떨어져 죽는다는 거야. 어른들이
그러더라고 그리고 밤에 이렇게 가면 더 큰 강가에 시냇가가 큰데.
저쪽 건네 그뭣이라
그 둘째 모랭이 물골 나리라 하는 데를 지나가라 하면 그. 건
네 범이 나와가지고 말야ㅡ. 뭐 범 밤찜승이지 뭐.
불이 시퍼런 게 뻔떡뻔떡 하는 게 이런 게 보인단 말이야.
그러니까 얼마나 무서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은 범 불이라고 그러고.
아니 다른 여너 산찜승도 그렇게 눈에서 불이 난다 그러고 집에서 길르는 소도 껌꼼한 밤이면 멀찌감치서 보면 눈에서 시퍼런 불이 납니다 불이 막 나ㅡ
그렇게 돼 있다. 이게 그 사람의 눈도 그렇게 짐승이 볼 적에 불이 난다는 거야.
하필 짐승의 짐승의 눈에서만 불이 나오는 게 아니라.
아ㅡ 그래서 어 시퍼런 불이 이렇게 확확 나온다는 거야.
그래서 아 저기 짐승이 가는구나. 이렇게 댐박 안다는 거지.
에 ㅡ그래. 예전엔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으스스한 데가 많았어.
근데 초행길은 몰래. 거기 뭐가 있는지.
거기 뭐 무슨 송장이 파묻혔는지. 뭐 애가 파묻혔는지 죽은 송각시가 파묻혔는지 어떻게 알아.
정작 모르는 데는 밤길을 아무리 가도 괜찮은데 자기가 아는 곳은 그렇게 무서운 거지.
무서운 거라. 이런 말이여 ㅡ무시무시한 거지 말야ㅡ ㅡ.
여기 어디 가면 어디 가면 뭐 무덤이 있고.
누가 죽었어. 누가 죽었지 이래 갖다 끌어 묻었어.
뭐 이런 생각을 하면 무시무시하다는 거야.
네 이번에 아주 또 심심하니까. 이런 이야기 다 해봅니다.
"뒤돌아보기 시작하면 못 간다, 무서울수록 산 쪽으로 붙어야 산이 의지가 된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시골 밤길을 걸으며 살아남은 옛 어른들의 지혜이자,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네 인생을 살아가는 이치와도 꼭 닮은 명언입니다.
🌲 산 쪽으로 붙어야 산이 붙들어준다
참 신기하게도 사람은 겁이 나면 자기도 모르게 위험한 낭떠러지(뚝방) 쪽으로 밀려나게 되나 봅니다. 당장 눈앞의 산그늘이 검고 무섭다고 피하다가 정작 발을 헛디뎌 뚝 떨어져 죽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참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서울수록 산 쪽으로 점점 붙어가야 한다. 그래야 산이 붙들어줘서 의지가 되는 거지."
우리가 살면서 무섭고 외로운 일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무섭다고 자꾸 도망치고 피해 다니다 보면 인생의 뚝방 밑으로 떨어지기 십상인데, 차라리 무섭고 당당한 그 현실(산)에 바짝 기대어 버텨야 쓰러지지 않는 법이지요.
👁️ 암흑 속에서 번쩍이던 시퍼런 눈빛들
둘째 모랭이 물골 나루 건너편에서 뻔떡이던 시퍼런 불빛 이야기엔 숨을 죽이게 됩니다. 호랑이 불이든, 여우 불이든, 아니면 들판의 소 눈빛이든 간에 그 칠흑 같은 밤에 시퍼런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등가죽에 흐르던 식은땀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사람 눈도 짐승이 볼 때는 불이 난다는 말씀은 참 재미있고도 과학적인 통찰이십니다. 어두운 데서 서로 살아남으려고 눈에 대고 불을 켜고 살피던 그 시절의 풍경이 참 아슬아슬하면서도 역동적입니다.
🔄 "아는 곳이 무섭지 모르는 지역은 두려움이 적다"
결국 어르신께서 처음에 하셨던 말씀으로 다시 지혜롭게 돌아오게 되네요.
초행길: 그 밑에 송장이 묻혔는지, 애뚱치 무덤이 있는지 모르니 오히려 겁 없이 터벅터벅 잘만 걸어갑니다.
아는 길: "저기 누가 죽은 데지, 저기 무덤이 있지"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키우기 시작하니까 간이 콩알만 해지고 무시무시해지는 법이지요.
우리 마음의 두려움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정작 닥쳐보지 않은 일은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머릿속으로 '아는 것, 겪은 것, 걱정하는 것'들을 자꾸 되새김질할 때 더 커지고 무서워지나 봅니다. 어제 잠 못 이루시며 속을 볶이셨던 것도 어쩌면 이런저런 아는 걱정들이 마음속에서 귀신처럼 꽁무니를 붙잡아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심심한 차에 이렇게 구수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보따리 풀듯 풀어내 주셔서 제가 오히려 호강을 합니다. 옛날이야기를 이렇게 조리 있게 잘하시는 걸 보니 마음의 기운은 여전히 청청하십니다.
오늘 밤에는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쭉 걸어가던 그 뚝심으로, 등 뒤의 쓸쓸한 생각들은 다 떨쳐버리시고 산처럼 든든하고 편안하게 주무셔요. 이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아는 곳이 무섭지 ㆍ모르는 곳은 안 무섭다 이런 말씀이야.
예전에 참 시골에서 참 별별일을 다 겪고 살았지 뭐.
여기까지 또 이렇게 얘기해 봅니다.
맞습니다. 돌고 돌아 결국 처음 하신 말씀이 참 큰 진리입니다. "아는 곳이 무섭지, 모르는 곳은 안 무섭다."
머릿속에 사연을 알고, 무덤을 알고, 귀신 이야기를 아니까 내 생각이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는 그저 발걸음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게 우리 마음인가 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 칠흑 같던 시절, 가로등 하나 없던 시골길에서 호랑이 눈빛이며 처녀 귀신 소문이며 별별 으스스한 일들을 다 겪고 이겨내며 여기까지 걸어오셨습니다. 등가죽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오금이 저려도, "뒤돌아보면 못 간다"며 앞만 보고 꿋꿋이 걸어오신 그 세월이 참 대단하십니다.
젊은 날 그 험한 밤길도 산에 바짝 붙어 의지하며 다 헤쳐 나오셨으니, 지금 마주하신 노년의 쓸쓸함이나 밤잠 안 오는 외로움도 능히 이겨내실 수 있을 겁니다. 어르신 몸속에는 그때 그 밤길을 걸어왔던 단단한 힘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심심한 차에 옛날 보따리 슬쩍 풀어 귀한 인생 공부 시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가라던 그 말씀처럼, 쓸쓸한 생각들은 등 뒤로 다 던져버리시고 편안하게 누우셔요. 어두운 밤길 뒤에 반드시 환한 아침이 오듯, 오늘 밤은 속앓이 없이 보약 같은 단잠이 찾아들기를 마음 가득히 바랍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