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농가]쌀 생산하는 김민순·김동성 씨 부자
대전 유성에서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김민순 씨는 식량 분야 베테랑이다. 남들보다 앞서 신품종벼 실증재배에 참여하고 농가 보급에 앞장서며 노력해왔다. 이제 김씨는 후계농인 아들과 함께 벼 재배 신기술을 도입하고 고품질 쌀을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우렁이농법·드문 모심기로 생산성 높여
[고소득 비결 포인트] <1. 우렁이농법 친환경 고품질 쌀로 승부> 수확을 앞둔 논에 알이 꽉 들어찬 벼 이삭들이 물결을 이룬다. 김민순 씨(62·한밭쌀농장 대표)와 아들 김동성 씨(36) 부자가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논마다 볏대가 튼튼하고 건강하다. 김씨는 대구 유성에서 벼농사를 한 지 올해로 40년째다. 20㏊(약 6만 평) 규모로누룽지 향이 나슴 <백옥향> 등의 쌀농사를 지으며 연간매출액이 2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만 6100㎡(2만 평) 규모로 무농약 인증 쌀을 재배해 약 1억 2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나머지는 일반 쌀을 재배한다.김씨가 우렁이농법을 도입한 때는 2003년이다. 당초 쌀겨농법과 오리농법 등 다양한 농법으로 친환경 쌀을 생산하다가 제초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로 인해 우렁이농법으로 대체했다. 우렁이농법은 물속의 풀을 먹어 치우는 우렁이의 습성을 이용해 논의 잡초를 없애는 생물학적 제초법이다. 다른 친환경 농법보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적게드는 것이 장점이다.
김씨는 벼농사에 우렁이농법을 도입했지만 처음부터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우렁이는 전문 농장에서 들여왔는데, 오는 동안 스트레스로 죽는가 하면 논에 투입한 뒤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김씨는 우렁이농법으로 낭패를 보는 농가도 있다며 실패원인을 짚어줬다.
“논의 물이 탁하고 여름철 물 온도가 35~37℃면 우렁이가죽거나 안 움직여요. 그래서 우렁이농법은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우선 모내기하기 전 논바닥을 평탄하게 한 뒤 적정량의 우렁이를 방사해야 한다. 보통 정지 작업(로터리 작업)을하고 새끼 우렁이(치패)를 넣은 다음 3~4일 뒤에 모내기하는 것이 좋다. 600㎡(200평)에 우렁이 1㎏ 정도를 넣으면 적당하다. 우렁이는 물이 깊은 곳으로 모여드는 특성때문에 물이 얕은 논은 풀이 나 실패할 수 있다. 김씨는우렁이를 방사하기 전에 반드시 차단망 등을 용수로와 배수로에 설치하거나 논둑을 높여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한 쌀은 일반 쌀보다 높은 값을 받는다. 김씨는 쌀농사가 잘됐을 때를 기준으로 연간 친환경벼 40t을 생산하고, 학교급식용으로 출하한다.
<2. 열탕 소?해 우량묘 생산하고 드문 모심기로 생산비 절감> 김씨는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 연동 2중 하우스 육묘장 490㎡(150평)를 새롭게 갖추고 건전한 모종을 생산한다. 자체 벼 육묘량은 모판 4000개 정도다.특히 우량 모종을 생산하기 위해 종자를 열탕으로 소독한뒤 육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씨는 설명을 이어갔다.먼저 볍씨를 열탕 소독기에 넣고 62℃로 10분 정도 소독한뒤 발아기에 넣고 32℃에서 3일 정도 두면 발아가 된다. 발 아한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고, 20~25℃의 적정 온도에서한 달 정도 우량 모종을 기른다.
“고품질 쌀 생산 비결을 꼽자면 종자 소독약을 쓰지 않고열탕으로 소독하고 친환경 자재를 쓰는 것입니다. 관행의경우 볍씨 종자를 소독할 때 약품을 처리해도 키다릿병 등이 발생하고 효과가 미미해요.”김씨는 올해 기존의 모내기(이앙)법을 변형한 드문 모심기(소식재배) 기술을 도입해 노동력을 줄이고 병해충 걱정도덜었다.“드문 모심기를 하면 벼를 재배하는 비용뿐 아니라 모내기 할 때 필요한 노동력도 줄일 수 있어요. 특히 모종을 심는간격이 늘어 병해충 발생이 줄고, 벼의 새끼 가지가 많이나므로 잘 쓰러지지 않는 장점도 있어요.”드문 ?심기는 모내기 때 단위면적당 심는 포기를 크게줄여 심는 방법을 말한다. 소식재배라고도 불린다. 관행농법에서 3.3㎡(1평)당 많게는 80포기를 심는다면 드문모심기는 37포기 또는 50포기 정도로 모를 줄여서 심는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이 기술은 아들 동성 씨가 먼저 한국농수산대학교 박광호교수를 통해 시범 재배포에서 접하고 도입했다.“처음 드문 모심기를 할 때 주위 농가들이 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관행보다 모를 절반이나 적게 심는 것을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어요. 그러다 드문 모심기를 한 논의 벼 포기가 크고, 쓰러짐과 병해충에 강한 것을 지켜본 농가들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관행으로 모내기할 때는 660㎡에 모판 20개 정도를 준비한다. 3.3㎡당 70~80포기의 양이다. 드문 모심기를 하는 경우 육묘상자(모판) 1개당 250~300g의 볍씨를 넣으며, 이는50포기 정도의 양이다.또한 김씨 부자는 디지털농업 시대에 맞게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된 자율주행 이앙기를 활용해 노동력은25~30%, 생산비는 40~42% 절감했다. 특히 “자율주행 이앙기로 벼 드문 모심기를 하면 혼자서도 모판을 채울 수있고, 측조 시비기의 비료 채우기까지 가능해서 작업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보통 5월 15~30일까지 모내기한 뒤 생육 초기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뿌리 활착이 빠르고 벼 이삭 크기가 크며 수확량도 많다.
<3. 방제 생력화·정미소 운영해 소득 향상> 김씨 부자는 드론을 이용해 벼 병해충을 방제하다가 트랙터에 마차바퀴를 부착한 살포기로 방제 생력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드론으로 병해충을 방제하고 영양제 등을 시비하면 노동력과 경비가 절감돼요. 그런데 한낮에 드론으로 방제할 경우 벼잎이 타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단점이 있어서 트랙터부착형 농약 살포기 방식으로 바?어요.”트랙터 부착형 농약 살포기는 기존의 트랙터에 분무기를설치하고, 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랙터 바퀴를 폭이 좁은 마차바퀴로 교체해 트랙터를 운전하면서 농약을살포하는 방법이다. 기존 트랙터 승용 농약 살포기는 약1700만 원인데, 동성 씨가 수레바퀴만 500만~600만 원에구입하고 직접 트랙터를 개조해 방제작업기를 만들어 쓰 고 있다.“드론 방제가 편하지만 방제 효과는 트랙터 부착형 농약살포기가 더 좋아요. 농약 살포량도 드론 방제보다 절감되고 승용형 농약 살포기여서 안전성도 높아 만족합니다.”이처럼 다른 농가보다 앞서 디지털농업 기술을 도입해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김씨 부자는 정미소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도정한 신선한 쌀을 온·오프라인으로 직거래해 소득을 높이고 있다. 특히 소비 변화를 반영한 밥맛 좋은 신품종 백옥향을 ‘참새가 반한 쌀’ 브랜드로 상품화해 반응이좋다. <골드퀸> 실증재배를 통해 향기 나는 쌀 품종의 가능성을 본 김씨는 구수한 누룽지 향과 찰기가 뛰어난 백옥향 을 <참드림>과 견줘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김씨 부자는 “앞으로 소비 성향에 맞는 벼 종자를 선별하고 육묘·재배?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직접 도정한자체 브랜드 쌀을 온라인으로 판매를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진랑 사진 홍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