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전 이번 사건의 본질이 여혐인가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즉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면서 여혐 문제가 부각된 것과 별개로 범인이 여성을 찌른 그 본질이 여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 범인은 꽤나 심각한 수준의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게 확인됬습니다. 어머니가 가져다주는 옷도 어머니가 여자니까 안 입었다는 진술까지 했다더군요. 거기다 입원과 퇴원을 4차례나 반복한데다가 중간에 약을 끊었습니다. 이 정도면 보통 중증입니다. 심각한 중증.
이런 사람이 뭔 망상을 할 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조현병 환자에게 공격성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만 공격성을 띄는 사람이 망상을 할 경우 이 망상이 어떤 망상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예시를 제가 아는 선에서 두 가지 들어보죠. 바로 책사풍후와 이글루스의 모 블로거입니다.
책사풍후는 뭐 정신병이 심한 게 거의 확실시됩니다. 일단 현재로써는 이번 사건 범인보다는 가벼운 축이라고 봅니다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망상의 정도가 심합니다. 책사풍후의 이런 망상 중 기독교와 관련된 망상은 외부 영향이 분명 있습니다만 자신이 미나모토 요시츠네나 제갈량의 환생이라는 망상, 그리고 한때지만 자기 어머니와 형이 가짜라고 찌르려고 했던 사건, 여기서 어머니와 형을 가짜라고 생각한 그 망상에 사회적 맥락이란 게 있었을까요? 이건 누가 봐도 사회적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망상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설령 외부 요인이 있었어도 이 경우 정말 다른 사람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겠죠.
제가 언급할 이글루스의 다른 모 블로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게 확실한 상태입니다. 자기가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고, 스스로 나았다고 판단해서 끊었다고(실제로 조현병 환자들이 스스로 나았다고 멋대로 판단하고 약을 끊는 사례에 대한 보고들이 있습니다.) 말하고 다닙니다. 이 사람은 분명 공격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누리꾼이 비하적 용어니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고 컴퓨터와 관련된 온갖 음모론을 말하고 다닙니다. 여기서 사회적 맥락이란게 있을까요?
뭐 그 외에 위키계의 공적 취급을 받는 모 찌질이 관련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이 사람은 조현병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여기서는 하지 않겠습니다.
더군다나 조현병과 관련된 사례들을 제가 수집해본 적이 좀 있는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망상을 하는 등 지리멸렬한 망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특징들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맥락이 망상에 영향을 꼭 끼치는 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실제로 지금 대부분의 범죄학 관계자들은 여혐범죄로 보지 않고 묻지마 살인의 유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기도 하고, 보통 범인들이 생물학적으로 힘이 약해서 만만한 여자를 노리는 건 흔한 현상이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보니까 표창원이 의원으로 있는 더민당만이 지금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던데 그것도 이런 맥락과 관계가 있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학쪽의 거의 일관된 이런 의견들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뭐 그거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위 여혐, 남혐 논란까지 터져나오고 가관인데... 솔직히 여혐을 외치는 쪽 주장들을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란 말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부터가 지금 남성들 열불 뻗치게 하고 있고요. 솔직히 이런 명제는 왜 들고 나온건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명제가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라면 뭐 안 좋은 말은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동의해줄 수 있습니다. 근데 특정 성별을 몽땅 적대시하는 취급을 하는데 이건 진짜 미친 겁니다. 솔직히 여성도 충분히 폭력적이라고 할만한 반례도 많습니다. 초기 원초연대기 기록에 있는 거라 반쯤 전설 취급이지만 올가의 사례라던가, 최근 벌어졌던 캼쟈 사건 같은 반례가 말입니다. 캼쟈 사건의 경우 엥간하면 그런 가해자의 폭력을 덮으려고 난리칠 게 뻔한 학교나 군대에서도 도저히 못 덮을 급의 짓거리들을 해놨더군요.
그리고 핑크코끼리나 여중생 폭행 건도 옹호하긴 그렇습니다. 일단 여중생 폭행 건은 다들 동의하실테니 빼고 핑크코끼리 분장이 왜 문제인지부터 전 의문입니다. 해당 일베 회원이 자주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고, 시위 같은데서 분장을 하고 다니는 건 원래 흔한 유형입니다. 광우병 때 가이 포크스 가면이 나왔던 실례도 있고요. 하다못해 그 피켓 구호가 일베스러웠으면 이해라도 해주겠는데 솔직히 꽤나 정상적인 문구고 그걸 어그로로 해석하는 것부터가 망상 아닌가 전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거기다 듣자하니 여시 회원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그 핑크코끼리 등에 일베충 메모 붙이기 전까지는 그리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게 사실이면 이건 진짜 욕밖에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워마드나 메갈 계열이 분탕질치고, 거기에 맞서서 일베가 분탕질치고... 젠장할 노릇입니다. 물론 이 사건의 본질과 별개로 이미 터져나온 문제이니만큼 여성 혐오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오간다면 좋겠습니다만 지금 이런 상황을 볼 때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무슨 병림픽 마냥 진행되는 양상이라서요.
추신: 만약 사건의 본질에서 여혐적 요소를 찾으라면 사실 이번 사건보다는 작년에 다에쉬에 가담한 김군 사건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김군이 망상장애를 앓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망상장애를 앓았다고 해도 이번 사건 범인 수준으로 심각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고, 행동양상 등에 대한 정보를 봤을 때 이 경우는 사회적, 최소한 인터넷 상의 여혐 분위기 영향을 받았다고 볼만한 요소는 분명 있으니깡
첫댓글 기본적으론 맞는 말씀이지만요...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봐요.
어떤 점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