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고 참고 기다려라 / 혜운 스님
(제주 국청사 회주)
여러분과 인연을 같이하게 돼서 기쁜 마음으로 이 법좌에 올라왔습니다.
은사스님이신 동산 스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계는 사바세계니라. 사바세계라고 함은 감(堪) 인(忍) 대(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려야 하는 세상이니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중생들은 감, 인, 대 할 줄 알면 반드시 편안하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셨죠.
아무리 어렵더라도 견딜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참을 줄 알아야 됩니다.
또한 우리는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아는
참다운 불자가 돼야 됩니다. 오늘은 참을 줄 알고, 견딜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참다운 불자가 되기 위해서 탐, 진, 치 삼독을 버려야 되겠기에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다같이 따라해 보십시오.
약경유구(若鏡有垢) 색상불현(色相不現)
약심유구(若心有垢) 불신불현(佛身不現)
거울에 때가 끼어 있으면 색상이 제대로 나타날 수 없듯이 우리 마음에 때가 끼어 있으면
부처님의 몸이 온전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마음의 때는 바로 탐, 진, 치 삼독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시각장애인이 외나무 나리를 건너갑니다.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떨어졌는데 나뭇가지를 잡아서 용케 살았습니다.
그래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말하기를
“손을 놓으세요. 그러면 삽니다.”하거든요. 그런데도 장님은
“손을 놓으면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죽잖아요.”하면서 손을 놓치 않으니
사람들이 그러면 붙잡고 있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지나가 버리거든요.
이 광경을 본 지나던 스님이 “손을 놓으세요. 밑에는 모래바닥이고 높이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몸이 상하지 않을 테니 마음 놓고 놓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장님이 손을 놓아 살게 되었습니다. 손을 놓으니 살긴 살았는데
두 시간을 붙잡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여러분 중에도 붙잡고 있어서
고통스러운 사람은 없는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소유욕, 집착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고통스럽지는 않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미국 보스턴 주에는 어업에 종사를 해서 아주 세계적인 부자가 지은 별장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부자가 8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대리석과 좋은 목재를 모아서 그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자가 그 집에서 산 기간은 8개월입니다.
8개월 동안 살다 죽으니 자녀가 없어 주에서 관리를 하면서 관광지로 개방했습니다.
그곳에 오는 많은 사람들은 처음엔 ‘굉장하다’고 감탄을 하다가 8년 동안 지어서 겨우 8개월
살다 죽었다는 사연을 알고 나면 “8개월 살려고 8년 동안 인생을 낭비해!”라고 말합니다.
그 집은 자신의 어리석음, 욕심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집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욕심의 불은 공덕의 숲을 모두 태워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안분지족, 즉 자신의 분수를 알아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솔천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실 때 머무르는 곳입니다. 도솔천은 지족천이라고도 합니다.
만족할 줄 아는 세계라는 뜻이죠. 만족할 줄을 아는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태어납니다.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림도 없어요. 욕심이 적으면 유쾌해지고, 행복한 것이니
만족할 줄 알면 부귀해져서 청빈 속에서 편안하게 즐겁게 살리라 하고
옛 어른들은 일러놓고 있습니다. 오늘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 게송을 한번 읊어 봅시다.
육조 스님의 게송입니다.
욕정불토(欲淨佛土) 선정기심(先淨其心)
수기심정(隨其心淨) 즉불토정(則佛土淨)
약능제득(若能制得) 삼종독심(三種毒心)
삼취정계(三聚淨戒) 자능성취(自能成就)
이는 만약 스스로의 마음이 맑으면 모든 중생도 청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경에도 ‘자기 마음이 더러우면 모든 중생도 더러워지고,
마음이 맑으면 중생도 맑아진다’하였고, 또 ‘불토(佛土) 혹은 가정을 맑게 하고자 한다면
먼저 그 마음을 맑게 하라. 마음이 맑아지면 불토 역시 맑아진다’ 하였습니다.
그러니 세 가지의 독한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삼취정계는 절로 성취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곧 가정이나 사회가 행복하고 깨끗하길 원한다면 먼저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됩니다.
그 마음에 따라 극락도 생기고 지옥도 생기는 것이니 그 마음이 깨끗함을 따라서
그 가정이나 사회, 직장이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 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행과 행복의 차이는 조건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 제자가 “부처님, 극락세계도 보고 싶고 지옥세계도 보고 싶습니다”라고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지옥과 극락으로 제자를 데리고 가 줍니다. 제자가 지옥세계에 가보니,
지옥에도 없는 게 없어요. 먹을 것이 없어서, 입을 것이 없어서 고통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이마가 까진 사람도 많고 머리가 깨진 사람도 있고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해요. 그리고 팔과 손이 뻣뻣해서 팔과 손을
폈다 구부렸다 할 수가 없는 사람들만 있어요. 팔과 손을 구부렸다 펴는 게 안 되니
씻을 수도 없고 그러니 엉망인 것이죠.
식사시간이 돼 커다란 밥그릇에 담긴 밥이 한가운데 들어왔어요. 그러니
팔이 구부려지지 않으니 주먹밥을 만들어서 공중에 휙 던져서 받아먹으려고 시도를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던진 것이든 남이 던진 것이든 서로 먹으려고 야단들을 하니
이마와 이마가 부딪쳐 깨지고 상처가 나서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웃지만 우리 사는 꼴이 지금 이렇습니다.
다음으로 극락세계에 갔습니다. 그곳에 가보니 아까와는 달리,
하나같이 아주 예쁘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지옥하고 똑같이 팔은 뻣뻣한 겁니다. 극락에도 밥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뻣뻣한 팔로 상대방에게 서로 먹여주더란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지옥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까닭이 무엇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만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 때문이라는 것을 아시겠죠?
우리의 고통은 욕심, 소유욕, 이기심에서 비롯됩니다.
서로 씻어주고, 입혀주고, 먹여주며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한 극락에 고통이 있을 수 없겠죠?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이 철철 넘쳐나는 세상이 바로 극락입니다.
상대를 나처럼 생각하고 아껴주면서 먹여주고, 쓰다듬어주는 마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입니까?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배도와 배탁 형제 이야기를 통해서도 마음의 중요함과 욕심 없이 베푸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형제는 등이 붙어서 태어났는데
등을 갈라 살점이 많은 이를 형 배도라 했고, 동생을 배탁이라 했습니다.
일곱 살이 되니까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외삼촌댁에서 신세지면서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박복합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일행 선사가 와서 보니 두 형제가
박복한 상이라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거지상인 겁니다. 그래서 외삼촌에게
“저들을 당장 내보내라. 전생에 복을 못 지어서 거지팔자니 내보내지 않으면 당신도 같이 망한다.”
그랬습니다. 그 말을 엿들은 배도, 배탁 형제는 외삼촌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을 떠나 동냥을 하면서 3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두 형제가 의논을 하기를
“우리가 이렇게 빌어먹기만 하면 내생에 또 이러한 과보를 받는다.
그러니 숯을 구우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자”하고는 산으로 들어가
3년의 노력 끝에 질이 좋은 숯을 굽게 되었습니다. 형제가 구운 숯이라고 하면
인기가 많아 금방 팔렸는데 두 형제는 5일장마다 일곱 집은 돈을 받지 않고
대문 앞에다 숯을 갖다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좋은 숯을 받은 사람은 고마우니
먹을 것, 입을 것을 대문 앞에 내 놓아 보답을 하면서
배도 배탁 형제의 보시행이 전국에 소문이 쫙 펴졌어요.
결국 외삼촌 귀에 까지 들어가 외삼촌이 찾아와서 다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또 일행 선사가 오더니 배도는 정승을 할 상호이고,
배탁은 대장부가 될 상이라고 하거든요. 그 말을 들은 형제가
“몇 년 전에는 빌어먹을 팔자라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역정을 내니
일행 선사는 “아름다운 공덕이 너희들 팔자, 상호를 바꿨다”며 칭송했습니다.
이와 같습니다. 지금의 가난도 내가 마음 바꿔 베풀고 아름다운 마음을 자꾸 쓰다보면
어느새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원망을 하는 마음과 말보다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육조단경>에 보면 “이 마음만 잘 쓸 것 같으면 바로 성불하리라”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장미꽃을 보고 “하필이면 예쁜 꽃에 이런 가시가 달렸을까?”하고,
어떤 이는 “보잘 것 없는 가시나무에 예쁜 꽃이 피었네”합니다.
여러분도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서 수행하세요.
그리고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세 번 생각을 해서 그 일을 추진하기 바랍니다.
말을 할 때도 세 번 생각하고나서 말을 해보세요. 그러면 후회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가슴에 아픔을 주지 않게 됩니다.
사람이 백번 참으면 근심걱정이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정진으로 탐, 진, 치 삼독을 여의고
작은 실천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참 불자가 돼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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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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