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서면 누네빛 안과에서 왼쪽 눈을 수술했다.
노인성 백내장은 아니고 백내장과 비슷한 익상편인가 뭔가 하는 것인데
의사가 정확한 병명을 가르쳐 주지 않아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것이다.
병원 이름도 '눈에 빛'이 아니라 소리나는 대로 풀어 쓴 '누네빛'이다.
이처럼 상호 이름을 국어 맞춤법대로 표기하지 않고 제 멋대로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파트 이름에 뜨란채도 우리말의 뜰 안채를 풀어 쓴 것이지만 뜻도 모르는 괴상망측한 이름을 붙여 놓은 곳도 있다.
수술이라고 해도 큰 수술은 아니고 눈동자 주위로 끼어든 흰자를 살짝 걷어내는 것 같았는데
이틀이 지나도 눈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몹시 마뜩찮다.
오죽 했으면 '눈엣가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편했겠는가.
'눈엣가시'를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눈에 가시가 박혀서 아프고 마뜩잖다는 뜻은 없고
몹시 밉거나 싫어 늘 눈에 거슬리는 사람, 또는 남편의 첩을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본처 입장에서 보면 첩은 상당히 눈에 거슬리는 대상일 것이다.
요새야 여권신장이 돼서 첩이나 남편을 그냥 놔 두는 여편네가 없겠지만 예전에는 사대부 집안에선
첩을 두는 것이 무슨 벼슬하는 것처럼 보편화 돼 있었으니 여자로서는 첩이 눈엣가시처럼 밉게 보였으리라.
눈에 가시가 박히면 병원에 가서 빼지 않는 한 좀체로 낫지 않는다.
내가 원목선을 탈 때였다.
일기사로 근무할 때 필리핀 어느 작은 마을 외항에서 원목적재 작업을 하는 동안 기관실에서는 주기관 피스톤 오버훌작업을 했다. 당시에는 피스톤 링 재질이 좋지 않아 3천시간마다 피스톤발출작업을 하여 링을 새것으로 갈아끼우곤 했다.
피스톤을 발출한 다음 실린더 라이너 스크래칭 부분을 샌드그라인더로 갈아낸 후 소제하고 마모량도 계측한다.
보통 작업은 부원들이 하는 데 그날은 내가 직접 라이너 속으로 들어가 그라인더를 잡았다. 한참 작업을 하는 도중에
쇳조각이 튀어 눈 속에 박히는 것이었다. 덥다고 작업용 고글을 착용하지 않았던 게 탈이었다. 우선 눈이 아프고 따가왔다.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병원을 수배했는 데 시골이라 짚차를 타고 두어시간 달려가야 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눈을 보더니 핀셑으로 박힌 쇳조각을 단번에 제거했다. 그랬더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아팠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나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눈에 가시가 박히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가시뿐만 아니라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수도 생긴다.
강한 햇빛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선글라스가 있으면 착용하는 편이 낫다.
유비무환이란 말이 있듯이 안전수칙 잘 지키고 무엇보다 눈을 소중히 보호해야만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