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집지을 택지가 턱없이 부족해 난리다. 최근 의욕적으로 건설업에 진출했던 신생 건설사들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차기사업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사업부지를 물색한 건설사들조차 지주들이 막판 ‘버티기’를 하는 바람에 사업이 계속 지연되는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확대를 통한 문제해결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이같이 건설사들의 용지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용지가격은 치솟는 상황에선 ‘공급부족과 고분양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좀처럼 끊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현대차 계열 건설사인 엠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초 인천삼산지구내 ‘엠코타운’을 성공리에 분양한 데 이어 차기사업을 위해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내 2∼3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지만 부지확보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삼산지구 엠코타운에 이은 후속타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 삼각지 삼각아파트 재건축 사업 역시 사업파트너였던 시행사측이 부지매입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
개별프로젝트 외에도 수도권내에서 공동주택 택지 확보 역시 신생건설사라는 한계로 입찰제한을 받는 등 어려움이 많다. 엠코는 이달 공급이 시작된 판교 공동주택 용지 입찰을 추진해왔지만 시공실적 100가구 이상 업체 제한규정에 발목을 잡혀 입찰서 조차 던져보지 못했다. 이미 삼산지구 엠코타운 700여가구를 분양한 실적이 있지만 분양실적이 아닌 준공실적에 입찰자격이 근거하기 때문에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는 최근 토지공사측이 분양한 용인흥덕지구를 비롯한 다른 공동주택 용지 입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엠코관계자는 “지금 수도권을 포함해 지방지역까지 주택사업부를 중심으로 2∼3여개의 사업을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번번히 사업부지 확보 한계에 부딪힌다”며 “당분간은 자체사업보다 공사수주에 주력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중견건설사도 마찬가지다. 비록 엠코와 같이 입찰자격제한 요건에는 걸리지 않지만 공동주택 입찰때 마다 평균 수십대일을 웃도는 입찰경쟁에서 당첨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토공과 주공에서 실시하는 각종 용지 입찰에 10여차례 참가했지만 낙찰은 한번도 된 적이 없다”며 “전체적으로 용지공급량은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나마도 대형건설사에겐 ‘그림에 떡’이다. 중견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건설사이지만 채권입찰제와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된 상황에서 주택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서 수지타산을 맞추는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 현대, GS건설 등 다수의 대형업체들은 지난 14일 실시된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공공주택용지 입찰을 포기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용지난이 심화되면서 최대한 땅값을 높게 받기위한 지주들의 막판버티기까지 일어나며 기존에 예정됐던 주택분양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대구지역 분양대행업체인 ㈜경진주택개발 이시호 부장은 “최초에 가격협상에서 구두상으로 동의했다가 정작 철거작업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소송을 내는 등 지주들의 막판버티기가 도를 넘고 있어 태영 등 수성구 일대 많은 사업부지들의 분양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국민임대단지 역시 각종 이해관계자들간 대립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건교부가 지난 3월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일대 63만4000평을 서창 2지구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해 국민임대를 포함 총 1만3000가구를 건설하기로 했지만 최근 환경단체를 비롯한, 주민들의 반발로 법정다툼까지 진행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가처분소송이 패소할 경우 사업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공사도 “국가 정책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어 고민만 커지고 있다”며 “이미 예정된 사업조차 이같은 지역민간 이해관계로 인해 번번히 사업이 지연되는데 인위적으로 공급 목표만 늘려잡아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