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농가]왕대추 재배하는 조이혁 씨
국내 재배 대추는 크게 일반 대추(전통 대추)와 왕대추(개량 대추)로 구분한다. 경북 경산에서 왕대추를 재배하는 조이혁 씨는 수확기가 각기 다른 품종을 심어 판매 기간을 늘리고, 직접 터득한 고품질 생산 요령을 주변 농가와 공유한다
품종 다양하게 심어 8~11월까지 수확
[고소득 비결 포인트] <1. 극조생종~만생종 심어 생과 3개월 출하> 조이혁 씨(42·경북 경산)는 2대째 대추 농사를 짓고 있다.“아버지가 유실수 묘목을 생산해서 남들보다 먼저 신품종을 접하곤 했어요. 지역 특산물 대추도 다양한 품종을 들여와 시험재배했고 중국 원산의 왕대추도 그중 하나였죠. 처음에 같이 심은 농가들이 일반 대추처럼 관리했는데, 수정 이 ? 안되고 착과도 불량해 생산성이 영 아니었대요. 대부분 나무를 뽑아냈지만 아버지는 일부를 남겨뒀고, 재배 요령이 생기면서 지금껏 고당도 대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왕대추 재배가 늘기 시작한 건 10년쯤 전부터다. 일반 대추의 2~3배 크기에 고당도와 아삭한 식감이 알려지며 맛있는과일로 재평가돼서다. 요샛말로 ‘역주행’한 것이다. 현재 왕대추 농가는 강원 철원부터 제주까지 1000곳이 넘는다.조씨는 일찌감치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터라 판매 걱정은없었다. 그럼에도 고품질 품종과 재배법을 찾아나갔다. 도입 초기 한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데다 생산이 급격히 늘고 있어 경쟁력이 필요하다 생각해서다.“왕대추 원산지 중국에는 정식 등록된 품종만 800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여러 가지 품종이 들어오다 보니 국내 농가중에는 본인이 재배하는 품종을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또 농촌진흥청에서는 왕대추라고 하지만 학계에선 개량 대추라고 부르는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많아요.”현재 조씨는 극조생종 <선이양>부터 아버지가 개발한만생종 <한림7호>까지 5가지 품종을 재배한다. 극조생은 8월 20일부터 수확할 수 있고 만생종은 11월 10일 넘어수확한다. 현재 농가가 재배하는 왕대추 품종 대부분이 수확 시기가 9월 하순인데, 이보다 한 달 앞서 수확을 시작해한 달 더 늦게까지 출하하는 것이다.“왕대추는 추석 차례상이나 선물용으로도 인기 있어요. 몇년에 한 번은 올해처럼 추석이 빠를 것으로 보여 조생종을40% 정도 심었어요. 올 추석에 선이양 품종을 출하해 1㎏당3만 원까지 받았는데, 9월 말 가격은 1㎏에 1만 원도 안 되는걸 생각하면 출하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게 낫습니다.”조씨에 따르면 만생종은 가을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 해볼만하다. 단풍과 맞물린 지역 축제는 보통 10월 중?에 시작하는데 이때는 생대추가 없다. 만생종은 이 시기에 농장이나 관광지에서 직판할 수 있다.
<2. 가지치기·시설 활용 등 재배법 개발> 조씨는 왕대추를 일반 대추처럼 재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열매가지 관리부터 달라야 한다는 것. 일반 대추나무는 묵은 가지에 열매를 매다는데 왕대추나무는 새가지에 열매를 매단다. 일반 대추처럼 재배했을 때 수정과 착과가 불량했던 이유다. 조씨는 몇 년에 걸쳐 왕대추특성에 맞는 가지치기 등 나무 관리법을 찾아냈다.“왕대추나무는 정상적으로 자란 일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농업인의 무릎과 허리 사이에서 첫 가지가 나오는 게좋아요. 허리 위쪽으로 난 가지를 잘라 전체 나무 높이를맞추고 무릎 아래 곁가지도 제거해야 하고요. 무릎과 허리 사이에 있는 가지도 두 마디(가지나 잎이 나오는 지점 사이를 한 마디라고 함) 남기고 잘라내요. 이렇게 하면새순이 나오는 눈의 방향을 두 가지로 받아볼 수 있고 이중 좋은 걸 열매가지로 선택할 수 있어요.” 세력이 약한 나무라면 위의 방법보다는 새 가지를 받는게 낫다. 기존 가지의 하단부를 짧게 자르는 방법으로,바닥에서 10~15㎝ 높이의 가지를 자른 뒤 잘라낸 면에도포?를 바른다. 자른 부분으로부터 10~15㎝ 위쪽으로새 가지가 나오므로 결과적으로 바닥부터 30~40㎝ 높이에서 첫 가지를 받을 수 있다. 이 높이가 열매 달기에적당하다.
“해마다 새 가지를 열매가지로 만들어야 하니까 가지치기에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아니에요. 웃자란 가지를 여름내 틈틈이 잘라내면 돼요. 예를 들어 올해 나온 가지에열매를 달았다면, 여름에는 그 가지만 빼고 자르고 겨울에 열매 달았던 가지를 잘라내면 되지요.” 시설재배에선 가지치기 방법이 조금 달라진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한정된 면적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나무심는 간격을 좁게 한다. 지역에 따라 심는 간격을 1~1.5m로 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 맞춰서 묵은 가지를 3~5㎝ 길이로 자른다. 그러면 여기서 새 가지가 나온다.
품종에 따라 어디에 어떻게 심는지도 다르다. 극조생종선이양은 시설재배가 필수다. 껍질이 얇아서 물에 직접닿으면 열매가 터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신심은 해부터 바로 수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한림7호 등만생종은 나무가 버드나무처럼 처지므로 심는 간격이 넓어야 한다. 수확은 2년 차부터 가능하다.
<3. 포장 다양하게…농가 컨설팅하며 상생 발전> 현재 조씨의 왕대추 재배 면적은 비닐하우스 8000㎡(2400평)와 노지 1만 600㎡(3200평)다. 시설재배지는3300㎡(1000평) 기준 1200그루 정도 심고 노지재배지는 이보다 간격이 넓다. 왕대추는 5년생을 기준으로 나무당 10㎏ 정도 수확하며 평균 출하가격은 1㎏에 1만5000~2만 원이다. 조씨의 연간 생산량은 15t 안팎이다.왕대추는 기본적으로 당도가 25브릭스 이상 나온다. 품종에 따라 당도와 식감이 다른데, 만생종 한림7호는 크기가 작은 대신 조직이 치밀하고 당도가 최소 28브릭스 다. 사과처럼 동그랗고 색이 빨간 생대추여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도 탔다.
포장은 750g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한다. 이 용기를 1개부터 4개까지 상자에 넣어 포장한다. 왕대추가 과일로자리 잡으면서 젊은 층 소비를 늘리려 포장 디자인도 바꿨다. 출하는 온·오프라인 시장에 다 보낸다. 오프라인시장은 이마트 비중이 크고 온라인은 전문 유통업체에 위탁해 여러 곳으로 낸다. 온라인 출하 비중은 올해 기준 35%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농장은 올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 현장실습교육장(WPL)에 선정됐다. 대추를 중심 작물 로 하는 교육장으로는 1호?. 여름 농한기를 이용해 전국의 농가를 찾아가 착과 요령, 고당도 다 수확 방법도 공유하고 있다.“11월쯤 나무에 잎이 남은 상태에서 영양제와 살균·살충제를뿌리면 이듬해 병충해를 줄일 수 있어요. 12월엔 잡초매트를 걷어내고 땅이 5㎝ 깊이까지 축축해질 정도면 물을 흠뻑 주는 게 좋고요. 이제 막 시작한 농가, 제 농장과환경이 다른 농가의 대추 생육 상태를 보며 저 또한 기술과 관리법을 배웁니다. 왕대추 농가가 고르게 소득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출처 농민신문 글. 김 산들 사진 장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