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냉면역
정선희
기차역이 있던 곳에 얼치기 냉면집이 들어섰다
냉면집 사장은 추억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
추억 한 그릇에 9천원이면
그리 싼 것도 비싼 것도 아냐
사람들은 기차역을 둘러보러 왔다가
코스모스 한번 쳐다보고
흰구름 한번 쳐다보고
괜히 허전해져서
냉면 한 그릇 먹고 간다
코스모스는 흔들리면서 매달리는데
구름은 무심한 표정,
철로는 걷어차도 끄떡도 하지 않아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그 많은 사연과 슬픔을 퉁치고
들어선 얼치기 냉면집,
그곳에서 누군가는 첫눈에 반하고
그곳에서 누군가는 아이를 만들고
누군가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는데
밤기차는 감정의 소모품,
목포로 가는 0시행 완행열차
노래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나는 기를 쓰곤 했지
기차는 밤새도록 달리고
유리창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면서
있는 애인도 버리고
없는 애인도 버리고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목포로 가는 완행열차는 언제 돌아오나
정선희
경남 진주출생
2012년 《문학과의식》 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당선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카페 게시글
#......詩 감상실
얼치기냉면역 - 정선희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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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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