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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지진과 화산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판의 경계부 때문이다.
지진은 주로 지각 아래에 있는 거대한 판이 다른 판과 충돌하면서 생기는데, 일본 주변에는 판이 4개나 모여 있다.
일본열도는 크게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서남 일본과 북아메리카판에 속하는 동북 일본으로 나뉜다.
서남 일본은 필리핀해판이 빗겨서 들어가기 때문에 지층과 지층의 변이가 수평으로 어긋나는 단층인
주향 이동 단층이 많다. 반대로 동북 일본은 태평양판이 정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압축력으로 상반이
위로 밀려 올라가는 역단층이나 충상단층이 대부분이다.
백년마다 돌아오는 서남 일본 지진
1995년 1월에 일어난 강도 7.2의 고베지진. 조선, 철강산업의 중심지인 고베시 반경 100km 안에 집중 발생했다.
일본 교토대의 오이케 교수는 서남일본의 지질 구조와 지진 관측을 통해 서남 일본 지진의 백년 주기설을 주장했다.
필리핀해판이 서남일본의 지각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약 70년간 지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그 뒤 30년간은 휴진기라는 것이다.
서남 일본은 1890년부터 1960년까지 약 70년 동안 지진이 자주 일어났고, 1960년 이후 1990년까지 약 30년간 드물다가,
1990년 이후 다시 활발히 일어났다.
만약 이러한 경향이 계속된다면 서남일본에서는 2060년까지 지진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며,
특히 2020년에서 2030년까지는 굉장히 많은 지진이 일어난다고 추측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판이 지각 아래로 들어가 일본열도에 응력이 축적되며 주기적으로 지표면에 발달된 활단층대를
통해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번 축적된 응력이 다 해소되는 데에 약 70년이 걸리는 셈이다.
한반도는 안전지대인가
지진은 일본, 대만, 멕시코와 같이 판 경계부 국가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특히 터키, 이란, 중국, 인도처럼 대륙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대륙 내부 깊숙이까지 큰 충격이 가해진다.
한반도는 다행히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판과의 경계부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어 화산과 지진의 격렬한 위험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하지만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다만 판 경계부의 국가에 비해 훨씬 안정한 땅덩어리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주변에 있는 판들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대륙은 동쪽, 인도대륙은 북쪽, 태평양판은 서쪽, 필리핀해판은 북쪽으로 움직여
지각을 변화시킨다.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를 동서 방향으로 압축하고 있다.
압축시키는 에너지는 지진으로 발산되기도 하는데, 남한에는 커다란 단층계가 에너지 발산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주, 포항, 울산, 양산, 부산 일원의 양산단층계와 원산, 철원, 의정부, 서울, 홍성 일원의 추가령단층계 및
강원도에서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옥천대가 경계 지역에 속한다.
지난 1978년부터 관측한 지진기록을 분석해 보면 경주, 홍성, 부산, 지리산, 영월 등지에서 지진이 많이 일어났는데,
주로 이 단층계에 속한 지역이다. 아직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등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양산단층계와 추가령 단층계를 따라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분포하고 있어서 큰 피해를 입을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만일 1987년에 일어났던 홍성지진처럼 규모 5 정도의 지진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일어났을 때,
얼마나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 준비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자신의 안전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글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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