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수성 궤도 진입
미국 NASA(항공우주국) 홈페이지의 우주탐사선 메신저(MESSENGER) 사이트엔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2004년 8월 3일 지구를 떠난 메신저의 우주비행 시간을, 또 하나는 오는 3월 18일 메신저가 수성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는 시계다.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비밀스러운 존재다. 금성과 화성, 목성과 토성은 우주탐사선이 궤도를 돌거나 착륙하는 데 성공했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만큼은 예외였다. 태양의 거대한 중력 속으로 빨려들지 않고 수성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탓이다.
메신저가 6년 넘게 태양 주위를 돌며 조심스레 수성에 다가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신저는 이미 지구를 한 번, 금성을 두 번, 수성을 세 번 지나쳤다. 이렇게 큰 궤도를 그리며 수성으로 다가서는 인내의 여정은 태양계를 탈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한다. 석 달 뒤 메신저가 수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다면 인류는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푸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메신저의 도전은 2011년 우주과학이 보여줄 첫 번째 스펙터클이 될 것이다.
올해 국내외 우주 과학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우선 70년 가까이 이어진 우주공간의 정부 독점을 깨는 첫 민간우주비행이 올 연말쯤 이뤄진다. 또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지구형 행성을 추적해온 천문학계도 획기적인 소식을 전해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는 다섯 번째 저궤도 정밀관측 위성이자 첫 번째 영상레이더 장착 위성인 아리랑 5호, 위성발사체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시도된다.
◆제2의 지구 발견될까?
세계 천문학계가 태양계 외부에서 행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1992년. 이후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총 500여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천문학계가 외계행성에 주목하는 건 생명체가 살 만한 지구형 행성, 즉 제2의 지구가 이들 가운데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성이란, 태양처럼 엄청난 빛과 열을 내는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 태양계의 경우 항성인 태양 주위를 행성인 지구와 수성·화성·금성·목성·토성 등이 공전한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먼 우주에서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행성 곁에는 엄청나게 밝은 항성이 있어서 행성을 찾는 일은 밝은 대낮에 수㎞ 밖의 촛불을 찾는 일에 비견될 정도다.
하지만 올해 천문학계는 제2의 지구를 발견할 것이란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2009년 우주로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올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14만5000개의 항성을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있는 케플러 덕분에 태양계 밖 행성탐사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천문학계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100여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과거엔 목성 규모(지구의 약 1300배)의 큰 행성들만 찾을 수 있었지만, 작년 9월엔 질량이 지구의 3~4배인 글리즈 581g(Gliese 581g)를 발견했다. 만약 이 행성이 대기 온도가 영하 80~영상 80도 범위이고, 물과 산소,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할 오존층만 갖고 있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英기업, 첫 상업우주비행
민간기업에 의한 상업우주비행의 원년을 열 주인공은 영국 버진그룹 계열사인 버진갈락틱의 스페이스십 투(SpaceShip Two). 승무원 2명과 승객 6명을 합쳐 8명을 태울 수 있는 이 우주선은 지상에서 약 110㎞의 외계(지구 내계와 외계의 구분 기준은 지상 100㎞)를 활강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모선에서 분리돼 비행하는 시간은 25분, 실제로 우주공간에 나가는 것은 단 4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탑승비용은 1인당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 하지만 스페이스십 투가 비행에 성공하면 몇몇 강대국 정부가 지배하던 우주공간에 일반인이 최초로 족적을 남기는 역사를 열게 된다.
◆한국은 아리랑위성 5호·나로호 3차 발사 예정
지난해 나로호 2차 발사에 실패한 한국은 올해 3차 발사에 도전한다. 다만 2차 발사 실패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난항이라, 발사는 일러야 올해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앞서 이르면 올해 6월엔 아리랑위성 5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국산위성은 천리안(통신·해양·기상위성)과 아리랑(저궤도 지구관측 위성) 시리즈로 나뉜다. 천리안은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멈춰 있지만, 아리랑은 지상 700㎞의 저궤도를 돌며 사흘에 한 번씩 한반도를 지나는 소형 위성이다.
아리랑 5호는 광학위성인 기존의 천리안·아리랑 위성들과 달리 영상레이더를 장착, 구름 낀 날씨나 야간에도 지상 관측이 가능하다. 지상 측량으로는 최소 수천억원과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 정밀지도 제작, 백두산 인근의 화산활동 관측 등 국토관리와 관측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